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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땅 손닿을 듯한 곳 서부전선의 안보 1번지 평화의 바람을 느끼다

정호영

입력 2019. 06. 11   16:35
업데이트 2019. 06. 1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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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저널 스페셜 -DMZ 전망대 산책 경기도 파주시 도라전망대


‘DMZ 평화의 길’ 개방… 안보관광지 다시 각광
서부전선의 6·25전쟁사 간직한 안보1번지에 가다 

 

임진각 옥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방. 망배단과 자유의 다리, 임진강 철교가 보인다. 조용학 기자
임진각 옥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방. 망배단과 자유의 다리, 임진강 철교가 보인다. 조용학 기자
임진각 앞 자유도로 위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조용학 기자
임진각 앞 자유도로 위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조용학 기자
지난 해 10월 새로 조성된 신 도라전망대. 한 해에 수십만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안보 명소이다. 조용학 기자
지난 해 10월 새로 조성된 신 도라전망대. 한 해에 수십만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안보 명소이다. 조용학 기자

‘DMZ 평화의 길’ 철원 구간이 추가 개방됐다. 지난 4월 27일 1차로 개방된 강원도 고성의 ‘DMZ 평화의 길’에 이어 6월부터 국민에게 개방됐다. 비무장지대인 DMZ를 둘러볼 수 있는 이러한 개방행사는 현재 철책을 마주하고 있는 155마일 전 지역의 전망대에서 각각 특성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 국방저널은 안보관광지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DMZ 전망대를 앞으로 매월 소개하고자 한다. 이달의 첫 행선지는 대한민국 안보1번지로서 국내외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경기도 파주시의 도라전망대다. 

글=정호영/사진=조용학 기자 

 

연간 80만여 명 방문객 찾아

경기도 파주시의 도라전망대는 서부전선 최북단에 자리 잡고 있다. 전망대 위에는 수십 대의 망원경이 설치돼 있어 개성공단과 송학산 등 북녘 땅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곳은 실향민과 남북분단 현장을 보러 오는 외국인 관광객 등 연간 80만여 명의 방문객이 찾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DMZ 안보관광 명소다.

도라전망대를 가기 위해선 먼저 임진각에서 ‘DMZ 안보관광’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임진각은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로 148-53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통일 관광지다.

이용요금은 일반, 청소년(초·중·고), 경로(만 65세 이상), 장애인·유공자 별로 구분돼 승강기를 이용할 경우 1만2200원에서 5200원까지 차등 소요된다. 도보의 경우 약 2000~3000원 할인된다. 30인 이상 단체는 거의 절반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쉽게 갈 수 있는 ‘DMZ 안보관광’

‘DMZ 안보관광’은 평일과 주말(토·일) 시간대가 다소 차이는 있지만 오전 9시2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하루 약 10회 이상 운행된다. 신분증을 지참해 티켓을 구입한 뒤 선착순으로 버스에 오르면 된다. 도라산역, 도라전망대, 제3땅굴, 통일촌 등을 둘러보는 코스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DMZ 안보관광’이 최근 개방된 강원도 고성과 철원의 ‘DMZ 평화의 길’에 비해 가장 큰 장점은 개인이 아무 때나 편한 시간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DMZ 평화의 길’의 경우 한국관광공사나 행정안전부에 참가 신청을 한 뒤 정해진 시간(주 5일)에 1일 1회, 1회당 20명씩 운영되는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편리하다.


안보관광의 시작, 통일대교 검문소

안보관광 버스에 오르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통일대교의 검문소다. 통일대교(統一大橋)는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서 군내면을 잇는 다리다. 기존 판문점의 자유의 다리를 대체하기 위해 건설됐다. 1998년 6월 15일에 개통했고, 길이는 900m다.

건설 당시에는 ‘자유대교’, ‘임진대교’ 등으로도 불리다가 ‘통일대교’라는 이름으로 개통됐다. 현대그룹 회장이었던 정주영 회장이 바로 다음 날인 6월 16일에 이 다리를 이용해 소떼를 몰고 방북했다.

통일대교 이북 구간은 민간인출입통제구역으로 자유로운 출입이 불가능하다. 통일대교 이전에 출입증 검사를 하므로 잠시 정차해 검문소 장병의 신분증 확인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검문시간 동안 차창 밖 다리 밑으로 흐르는 임진강을 바라보는 것도 운치가 있다.


북으로 가는 첫 번째 역, 도라산역

통일대교를 건너면 버스는 민간인출입통제구역 내에 있는 도라산역에서 약 15분간 정차한다. 도라산역(都羅山驛)은 대한민국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노상리에 있는 경의선의 철도역이다. 현재 경의선과 평부선의 종점이기도 하다.

2002년 2월 12일, 철도운행이 중단된 지 52년 만에 임진강을 건너가는 특별 망배열차(望拜列車)가 도라산역까지 운행된 바 있다. 이 역을 지나면 장단역→판문역→봉동역→손하역을 거쳐 개성역에 다다른다. 그러나 역명판에는 다음 역을 ‘개성역’으로 표시하고 있다.

2002년 2월 20일, 대한민국의 대통령 김대중과 미국의 대통령 조지 W. 부시가 이 역을 방문해 연설함으로써 한반도 통일 염원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가 됐다. 이 역 전체가 경의선철도남북출입사무소다. 아직 남북을 잇는 정기 열차가 없기 때문에 현재는 평화열차만 운행하고 있다. 역의 공식 표어는 ‘남쪽의 마지막 역이 아니라 북으로 가는 첫 번째 역입니다’이다. 이는 역사 내의 광고판에 붙어 있다.


북이 한눈에 보이는 도라전망대

도라산역에서 버스로 약 5분간 이동하면 도라전망대에 도착한다. 서부전선을 지키는 육군1사단의 최전방 전망대인 도라산 OP는 지난해 10월 22일 새로 지어졌다. 구 도라전망대와 신 전망대 사이는 도보로 약 5분 거리. 불과 수백m 거리지만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붐볐다. 국내 관광객은 물론 중국인·일본인·미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거려 이곳이 세계적인 안보 명소임을 실감케 했다.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6월의 비무장지대는 평온해 보였다. 짙은 녹음이 우거진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대형 태극기가 휘날리는 대성동 자유의 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 북쪽이 인공기가 펄럭이는 기정동 마을이다. 대성동 자유의 마을 옆이 판문점과 돌아오지 않는 다리이며 그 뒤가 북한의 개성 송악산이다.

지금은 출입이 중단된 개성공단도 전망대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리고 군사분계선 동서를 가로지르는 강이 사천강이다. 그 옆이 과거 6·25전쟁 전 기적 소리를 울리며 남과 북을 오갔던 장단역이 있던 곳이다. 이곳 장단역과 사천강은 해병대 전사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격전지다. 해병대1전투단이 1952년 3월부터 1953년 휴전 때까지 중공군과 치열하게 싸우며 끝내 한 치의 양보 없이 지켜냄으로써 비무장지대로 편입된 곳이다. 이곳에서 해병대는 776명의 전사자와 3214명의 전상자 등 수많은 장병들의 고귀한 희생을 치르고 서부전선을 지켰다.

도라전망대에서 비무장지대 북녘 땅을 바라보다 보니 여러 가지 상념이 들었다. 판문점과 사천강, 장단, 도라산 전선에서 중공군 19병단 65군단 예하 4개 사단 총 4만2000명의 병력과 맞서 불과 5000명의 해병대1전투단이 1년4개월10일간에 걸쳐 벌인 이 엄청난 싸움의 결과가 믿어지지 않았다.

하루에도 수천 명이 찾는 전망대에 마침 중국인 관광객 일행이 몰려와 남북의 대치 현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묘한 느낌이 들었다. 6·25전쟁 당시 중공군과 한국 해병대가 바로 이곳에서 매일 치열한 격전을 벌였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했다.

6·25전쟁 전 육군1사단이 지켰고, 전쟁 중 해병대가 휴전 때까지 지켰다가 다시 육군1사단이 이어받아 지키고 있는 그곳. 도라전망대는 국군의 6·25전쟁사를 함축적으로 담은 분단의 최일선 현장이었다.


볼거리가 풍부한 제3땅굴

도라전망대를 둘러본 뒤 버스는 인근의 제3땅굴로 이동했다. 제3땅굴은 1978년 아군에게 발견됐다.

땅굴에서 문산 시내까지의 거리는 약 12㎞, 서울까지는 52㎞ 떨어져 있다. 폭 2m, 높이 2m, 총 길이는 1,635m이다. 1시간에 북한 무장병력 3만 명의 이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곳 제3땅굴은 2002년 5월 31일부터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DMZ 영상관, 상징 조형물, 기념품 판매장 등 시설을 설치해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주며 인기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체험 가능한 통일촌

‘DMZ 안보관광’의 마지막 코스는 통일촌이다. 민통선 북방지역에 있는 청정마을로, 현지 장단콩을 지역특산물로 육성하는 등 특색 있는 안보관광 상품이 즐비한 곳이다. 마을 안 체험장소에서 두부 만들기, 초콜릿 만들기, 염색하기, 장 담그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전적 기념물 등 전시된 임진각

약 3시간에 걸친 ‘DMZ 안보관광’을 마치고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임진각을 한번 둘러보는 것도 좋다. 1972년 남북공동성명 발표 직후 개발된 임진각 관광지에는 6·25전쟁의 각종 유물과 전적기념물이 전시돼 있다. 자유의 다리와 평화의 종 등이 있으며, 매년 수백만 명의 내·외국인이 방문하고 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서부전선의 최전방 현장인 도라전망대로 안보여행을 떠나 보자. 그곳에서 자유와 평화를 위해 완벽한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는 국군장병들의 늠름한 모습과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DMZ의 생생한 현장을 조망하며 남북의 진정한 평화를 기원해 보자. 

정호영 기자 < fighter7@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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