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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궁 13, 최종회] “신궁! 언제나 불러도 딸 같은 이름이다”

신인호 기사입력 2019. 06. 11   15:31 최종수정 2019. 06. 11   15:40


시험을 치르지 않고 상급 학교에 진학할 수는 없을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든 그렇지 못한 학생이든, 아마도 학창시절에는 누구나 한번쯤 바랐던 희망이었을 것이다. 시험에는 늘 성적이 나오기 마련이고 그에 따라 합격, 불합격의 판정을 받게 되니 썩 내키는 일이 아니다. 불합격이란 결과가 나타났을 때 그 당혹스러움과 낭패감, 아쉬움 등은 말로 설명하기가 참으로 어렵기 짝이 없다. 그렇긴 하더라도 시험이란 것이 지식 수준이나 기술의 숙달 정도를 알아보는 절차로서 사회적으로 이를 공식화하는 과정이니만큼 피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안타까운 운용시험 불합격

신궁 연구팀도 운용시험평가 중 계획된 12발 사격을 진행하다 4발이 실패, 나머지 4발을 모조리 명중시켜도 합격 판정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일정을 중단하게 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질 못했다. 특히나 소위 ‘불명중’이란 판정에 대해서는 당황하기까지 했다. 여기서 불명중이란 사격 후 유도탄이 표적을 명중시키지 못한 상황을 뜻하지 않는다. 군이 전투 중에 사격을 해야 할 상황에서 사격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신궁의 경우 지상 장비의 고장으로 사격이 이뤄지지 않아 ‘불명중’ 판정을 받았다. 연구진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시험용 펜을 준비했으나 잉크가 떨어져 시험지 작성을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불합격에 따라 재시험을 치러야 하는 연구팀에는 한동안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하지만, 시험평가 중 나타난 여러 가지 미비점을 보완해 보다 완벽한 무기체계를 개발하겠다는 의지가 되살아올라 연구진의 분위기는 차츰 활기를 띠어 나갔다. 시험평가를 주관하는 소요군과는 평가항목, 시험방법, 평가기준 등 전반에 걸쳐 많은 의견을 나누어 그 거리를 좁혀야 했다. 특히 유도탄의 성능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유효 사거리와 적외선 반(反)대응 판단 기준도 항공기의 크기와 진입 방향을 비롯한 많은 과학적 사실과 외국의 유사무기체계의 성능에 대한 사례 등을 감안해 새롭게 확립했다.

놀라운 명중 퍼레이드

재시험은 2003년 8월 14일 재개되었다. 계획된 사격은 주간 7발, 야간 1발 등 총 8발. 연구팀은 신궁이 왜 신궁인지 보여주리라는 듯 자신감에 꽉 차 있었다. 물론 합격 조건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특히 야간사격 조건이 그러했다. 그렇긴 해도 국방과학연구소의 신궁 연구팀은 물론 LIG넥스원을 비롯한 협력업체의 연구팀 모두 자신감 속에 긴장감을 유지했다.

사격이 시작되자 정말 ‘이것이 신궁’이라는 듯 신궁은 명중 퍼레이드를 펼치기 시작했다. 횟수가 거듭되면서 환호성도 높아갔다. 6발을 연달아 명중시켜 7번째 사격은 실패해도 명중률 시험에는 합격할 수 있었다. 따라서 굳이 주간 마지막 사격을 실시할 필요가 없어졌다. 연구팀은 격추된 표적의 잔해를 두고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았다. 잔해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전리품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애잔한 감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제 결전의 순간만 남았다. 결전이라 함은 최후의 승패를 결정하는 전투를 말함이고 연구팀에게는 야간사격을 의미했다. 한번만 실시하는 야간 사격에서 실패하면 야간 사격 항목이 실패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한 순간도 놓지 않았던 긴장의 끈이 더욱 팽팽해짐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야간사격을 두고 ‘불꽃놀이’라고 표현한 누군가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10월 6일 밤 11시, 야간 사격의 시간이 어둠과 함께 다가왔다. 어둠 속에서는 절로 긴장감이 느껴지기 마련인지 말소리조차 조용했다. 저마다 마음 한켠에는 불안이라는 뱀 같은 존재가 또아리를 틀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침내 정적을 깨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유도탄이 발사됐다. 그리고 불과 수 초 후, 저 멀리 밤하늘에 불꽃이 보였다. 아, 명중이다. 연구팀은 그동안 있었던 긴장감을 떨쳐버리듯 기쁨의 환호를 마음껏 외쳤다. 그런데 신궁 유도탄이 명중한 결과로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들, 그것은 정말 ‘불꽃놀이’였다. 운용시험의 하이라이트인 사격에서 7발 중 7발 명중! 쾌거였다. 명중률 100%. 하지만 1발을 발사하지 않은 점을 감안, 훗날 개발 성공 보도 시에는 90%의 명중률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놀라운 명중률에도 불구하고 10월 25일까지 진행된 운용시험 재시험 평가에서는 전체적으로 4개 항목에서 합격 판정을 받지 못했다. 소요군은 추적성능과 야간교전 능력(야간조준기), 추적훈련장비 등의 항목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자료 보강 및 재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발사대에서 쏘아져 날아가는 표적용 무인기(윗줄 오른쪽), 표적 무인기를 직격하고 있는 신궁 유도탄(윗줄 왼쪽), 야간 사격 중 신궁유도탄이 표적에 명중하는 터지는 화염(아랫줄 왼쪽), 신궁 유도탄에 명중된 표적기 잔해.

훈련은 실전, 하지만....

신궁에는 단계별로 훈련할 수 있는 훈련 장비가 개발되어 있다. 신궁 유도탄의 휴대·이동, 유도탄을 발사장비에 장착·탈착 등을 훈련할 수 있는 훈련모의탄, 사격훈련을 받은 병사(사수)가 평소에 지속적으로 사격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추적훈련탄(장비), 컴퓨터를 이용해 가상현실에서 표적을 조준 및 사격하여 격추시키는 사격 훈련용 모의 훈련기로 구성되어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추적훈련탄은 사격절차를 수행 할 수 있는 탐색기와 간략화된 유도조종 장치로 구성되어 있다. 항공기 및 열원을 갖는 모의표적을 대상으로 추적, 조준, 포착, 재 포착 등 사격절차에 따른 사격훈련을 할 수 있다.

훈련목적에 부합하면서 많은 사수가 훈련할 수 있도록 저렴하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훈련결과를 확인 수 있는 등 개발자가 기본방안을 설정한 후 군과 협의하여 개발에 들어갔다. 그런데 신궁 주장비의 탐색기는 냉각형 2색 적외선 탐색기임에 반하여 추적훈련탄 탐색기는 비냉각형 단색 적외선 탐색기로 개발되었다. 당연히 훈련용 탐색기의 표적포착 거리가 짧게 나타난다. 이것이 운용시험평가에 문제가 된 것이다.

소요군은 ‘훈련은 실전과 같아야 한다’며 탐색기 포착거리가 주장비와 동일, 즉 주장비 탐색기를 사용하는 추적훈련탄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추적훈련탄은 훈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니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개발자의 입장과 다른 것이었다.

이로 인해 실제 사용할 많은 관련 부서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4차례의 추가시험 및 현장 확인(시연)을 갖게 되었는데, 최종적으로 계룡대 고지에서 육군본부의 주요 직위자들과 함께 헬기를 대상으로 실시한 시연에서 추적훈련탄은 “실전과 같은 거리에 대한 사수 훈련은 아니지만 훈련목적을 달성 할 수 있다”고 의견이 모아져 합격판정을 받았다.

신의 영역이 있다

추적 능력 항목에서의 문제는 전혀 예기치 못하게 발생해 연구팀을 아연케 했다. 표적 항공기인 F-16전투기를 추적하던 신궁이 구름 아래로 들어간 표적을 갑자기 포착하지 못했던 것이다. 구름 아래로 들어갔다지만 육안으로 볼 수는 있었다. 이런 사례는 그때까지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구름의 온도가 표적 항공기보다 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동안 구름속의 항공기도 탐색기가 잘 포착하였는데 어떻게 지금은 포착하지 않는 것인지 정말로 답답했지요. 관련 계측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이원상 책임연구원)

계측 자료는 연구팀에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구름의 온도가 표적의 온도보다 높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탐색기가 표적을 포착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연구팀은 고민했다. 왜 구름의 온도가 높은 것일까, 언제나 그런 것인가, 1년에 얼마나 이러한 현상이 있을까, 수많은 의문이 생겼다.

전문가들과 문제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구름은 태양의 적외선을 반사시키는데 구름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그 현상이 다르며, 그러한 날이 1년에 기껏 며칠 정도는 될 것으로 파악되었다. 다시 말하면 탐색기가 구름 속의 항공기를 포착하지 못할 수 있는 확률이 3% 이하가 되는 것이다. 미미한 수준. 이는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다. 신궁 운용의 제한사항이자 신궁의 아킬레스건이 되는 셈인데, 어쩌면 그 3% 정도는 신의 영역일지도 모를 일이다.

야간조준기, 재시험에 재시험

신궁은 또다시 2004년 2월 16일부터 25일까지 ‘추가 확인 시험평가’라는 이름으로 시험을 치렀다. 역시 야간 교전 능력이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3달 후인 5월 18일부터 21일까지, 그리고 6월 15일부터 6월 18일까지의 추가 확인에서도 그렇게 나타났다.

신궁의 야간사격능력은 사수가 야간에 표적을 관측, 조준할 수 있는 야간조준기가 필요하다. 주간 조준기와 교체, 부착하는 야간조준기는 표적이 가지고 있는 열(적외선)을 영상으로 탐지하는 장비로서 그때까지는 냉각형 열 영상 센서를 사용했다.

냉각형 열 영상 센서는 야간에 표적을 밝은 영상으로 볼 수는 있지만 값이 많이 나가는 고가품이지만 고장이 잦고, 작동 준비시간이 길어서 신궁에 사용하기에는 조금은 부적합했다. 때문에 신궁의 탐색개발 기간이 끝나갈 즈음 육군이 추가 소요 제기에 따라, 비(非) 냉각형 열 영상 센서를 활용한 신궁용 야간조준기를 개발키로 하고 삼성탈레스의 주도로 개발을 시작했다.

이 비냉각형 열 영상 센서가 달린 야간조준기의 성능 시험을 위해 전투기와 헬기를 투입, 탐지거리를 측정했다. 사수가 야간 조준기로 표적을 탐지하고 동시에 저고도 탐지레이다(TPS-830)가 전투기 및 헬기를 추적하며 거리를 측정했다. 사수가 표적을 찾아 ‘표적 탐지’라고 외치면 레이다가 그 순간에 위치한 표적의 거리를 확인해 주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장비를 운용하는 사람의 오감(五感)이 얼마나 중요한지 연구팀은 실감했다. 야간조준기 시험에서 성공의 중요한 요인은 ‘사수가 얼마나 빨리 표적을 탐지하느냐’였는데, 사수의 숙달 정도에 따라 탐지거리가 달라졌던 것이다. 실제 사수 옆에 있는 보조 화면에는 표적이 나타나 보이는데 사수는 표적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평가 중에 이런 일이 일어났으나 담당 연구원의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결국 야간조준기는 목표로 설정된 탐지거리에서 100m가 모자라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합동참모본부는 이같은 시험평가 결과를 토대로 7월 31일 최종적인 판정을 내렸다. 주장비는 전투 사용 ‘가’(현재 용어로는 전투용 적합), 야간 조준기는 전투사용 ‘불가’였다. 이에 따라 주장비만 우선 전력화하기로 결정되고 업체 주도로 개발된 야간조준기에 대해서는 재시험평가가 불가피했다.

야간조준기가 합격 판정을 받는 데는 3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2006년 말 개발을 마치고 2007년 3월 합참으로부터 군 사용가(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아 곧 신궁에 적용될 예정이다. 낮은 전력(10W)를 사용하며 냉각시간이 30초 이내로서 반응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장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신궁은 진화한다

이같은 신궁은 개발사업을 계획할 당시 연구 인력이 다른 개발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편성되어 많은 어려움이 예상됐었다. 그럼에도 개발에 성공한 요소는 무엇일까. 먼저 체계종합 담당 부서의 업무를 집중화하고 시제업체를 단순화하는 등 업무체계를 확립하고 책임과 권한을 집중한 점이다.

또 국내에서는 부족했던 기술인 탐색기의 경우 탈 냉전 후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놓였던 러시아로부터 획득하고, 회전기체에 대한 풍동시험은 미스트랄 도입에 따른 절충교역으로 프랑스에서 수행함으로써 신궁 개발에 기술적 위험요소를 극복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국방과학연구소는 물론 LIG넥스원을 비롯한 국내 방산 업체의 많은 연구원 및 기술자들이 한 뜻으로 협력하여 맡은 바 소임을 다해냈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신궁은 향후 대공포와의 복합 운용체계로는 물론 헬기와 함정 탑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그 면모가 진화될 예정이다. 특히 신궁 개발을 통해 획득한 적외선 탐색기와 소형?경량화 관련한 첨단기술은 대전차 유도탄과 단거리 공대공 유도탄의 국내 독자 개발에 핵심기술로 활용되고 있어 자못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제 한국형 휴대용 대공유도무기 신궁의 연재를 사업책임자로서 취재에 많은 도움을 아끼지 않은 이원상 책임연구원의 소감을 끝으로 연재를 마무리 짓는다.

“신궁을 개발하기 위한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꽤나 많은 날들이 지나갔다. 1985년부터 씨앗을 뿌려 물을 주고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겼다. 1994년 이제 싹을 볼까 싶었더니 된서리를 맞아 잠시 움츠리더니, 1995년 11월이 되어서야 싹이 터지고 잎이 났다.

그때부터 비료를 주고, 도랑을 치며, 잡초도 뽑고 벌레도 잡으며 가꾸었다. 가지를 벌리고 열매를 맺어 그 맛이 어떤지 수 차례 감정을 받았는데 “맛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때가 2004년 6월쯤 이었다.

이제는 양산이 되어 국군 병사의 손에 쥐어 지고, 기대에 어긋남 없이 표적을 격추시켰다. 기쁨과 흐뭇함을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신궁! 나에게는 언제나 불러도 딸 같은 이름이다. 장병들의 큰 사랑으로 든든하게 우리의 하늘을 지킬 것으로 기대하고 또 그렇게 믿는다.”

야간조준기가 장착된 신궁.

■ 이 글은 국방일보의 자매지인 월간 ‘국방저널’ 특별기획으로 2007년 연재된 ‘승리의 믿음 신궁, 개발에서 전력화까지’ 기사로서 국방일보 홈페이지 게재를 위해 일부 재구성하였습니다.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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