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정유식 기고] 배려와 소통

입력 2019. 06. 10   16:16
업데이트 2019. 06. 1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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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유 식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인천기지대대장·중령
정 유 식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인천기지대대장·중령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 사전에서 찾아본 배려(配慮)의 의미다. 우리 군에서는 신상파악운용규정을 통해 배려의 분류기준을 ‘사고유발 가능성이 있거나, 교육이나 상담을 통해 군 복무 적응이 가능하고, 상담관의 지속적인 상담이 필요한 인원’으로 정하고 장병들의 신상관리에 활용토록 하고 있다.

필자의 초급간부 시절에는 배려와 소통이라는 단어를 그리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었던 것 같다. 굳이 이런 단어가 없어도, 좁은 함정 안의 공간에서 서로 살갗을 맞대고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과 배려하고 소통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대대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현재 군 복무 중인 병사와 젊은 간부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오래전 내가 성장하던 청소년기와 초급간부 시절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이전 세대와 달리 지금 군 복무 중인 20대 젊은 장병들 대부분은 혼자 또는 둘 정도의 소가족 분위기에서 성장했고, SNS와 인터넷을 쉽게 접하면서 평소 궁금했던 일들이나 고민되는 일들이 생기면 SNS와 인터넷을 먼저 찾는 등 소통의 대상이 변했다. 자연스럽게 검색과 댓글로 관심을 표현하고 소통하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일과시간 이후 병사들의 개인 휴대폰 사용은 소통의 수단을 다시 찾고, 입대 전의 사회와 중단 없는 교류를 가능케 함으로써 장병들이 입대 후에 느낄 수 있는 고립감과 소외감·불안감을 해소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군 생활 가운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병들을 배려하려면 무엇보다도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래전 방영됐던 TV 드라마 ‘태조 왕건’에 나오는 궁예는 관심(觀心)법을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었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다. 궁예의 관심법이 관찰자의 일방적 짝사랑 같은 소통이라면, 오늘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과 표정을 통한 대화, 언어를 통한 대화 그리고 SNS를 통한 대화, 글을 통한 대화 등 쌍방향 소통이 절실히 필요하다.

대부분 부대에서 장병과의 소통 수단 중 하나로 ‘소원수리함’을 설치해 운용 중이다. 그러나 ‘소원수리함’이라는 단어는 젊은 세대의 장병들에게 다소 생소한 감이 없지 않다. 그래서 우리 부대에서는 ‘소원수리함’ 명칭을 ‘소통함’으로 바꾸고, 디자인도 젊은 층의 감각을 반영했으며, 화장실 등의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공간이 아닌 통로·출입문 주변 등 공개된 장소에 배치했다. 시범 운용한 결과 장병들의 건의사항 수렴뿐만 아니라 동료 전우에 대한 칭찬 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런 긍정적 사례를 통해 우리 인천해역방어사령부가 소통을 통한 존중과 배려로 병영문화혁신을 이룸으로써 국민이 신뢰하고 장병들이 보람을 느끼는 새로운 병영문화 창출의 선봉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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