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완결 한주를열며

[김영식 한 주를 열며] 호국보훈의 참뜻을 생각하고 실천하자

입력 2019. 06. 07   17:28
업데이트 2019. 06. 0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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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예)육군대장

합동대학교 명예교수


6월이면 언제나 마음 한구석이 아릿하다. 현재 한반도의 모든 비극은 1950년 6월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하고 각종 행사를 벌이는 이유도 그날의 비통함을 잊지 말자는 의미다.

우리는 호국보훈의 참뜻을 호국(護國)과 보훈(報勳)이라는 두 가지로 나누어 이해해야 한다.

먼저, 호국은 선배들이 이뤄 놓으신 빛나는 유산을 계승해 이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적이 감히 도발하지 못하도록 ‘능력’과 ‘태세’를 갖춘 채 일전불사의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는 것을 뜻한다. 필자가 제1야전군 작전처장으로 근무할 당시 6·25를 앞두고 사령관께 건의해 ‘야전군 전 제대 동시 작계시행훈련’을 실시했던 이유도 호국의 진정한 의미를 알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세월이 흘러 사령관으로 재직하면서는 이를 확대해 6·25 전날인 24일에 작계시행훈련을 실시해 야전군 전 장병이 6·25 아침을 자기 거점(據點)에서 맞도록 했다. 대비태세를 갖추지 못해 기습당하는 치욕을 다시는 범하지 말자는 교훈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새벽에 율곡사단의 거점에 가서 장병들과 전투식량으로 아침을 먹으며 그들이 전쟁터에 나가는 심정을 적어 부모님과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낭독하는 것을 함께 들으며 울컥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유산은 이렇게 후대로 이어지고 있다. 자랑스러운 우리 국군은 호국을 제1의 과업으로 여기며 지금도 조국의 산하를 지킨다.

한편, 보훈은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 경향이 있다. 아픈 상처를 빨리 잊는 게 건강히 사는 데 도움이야 되겠지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신 단재 신채호 선생의 경구를 새길 필요가 있다.


현역 시절에 6·25 참전용사들을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그분들의 헌신과 희생에 비해 우리가 해 드리는 것이 너무 보잘것없다는 미안함이었다. 그래서 야전군 장병들과 뜻을 합쳐서 ‘천사운동’(매월 1000원의 기부금을 내는 4만 명의 장병을 모집하기 위해 붙인 이름)을 벌여서 생활이 어려운 참전용사를 지원했던 일이 생각난다. 그런데 그분들이 더 고마워하셨던 것은 장병들이 건네 드린 돈이 아니라 후배들이 자기를 기억해 준다는 사실이었다.


이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으신 참전용사들께 더 자주 찾아가 인사드리고, 감사의 말을 전하며, 어려운 일을 도와 드리는 것이 우리가 할 진정한 보훈의 길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어느새 6개월의 시간이 훌쩍 흘러 칼럼을 마무리할 날이 왔습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후배들에게 늘 ‘생각하는 군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던 사람답게 내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로 기고했는데 솔직히 쉽지만은 않았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글을 쓰는 것은 언제나 많은 공부를 불러옴을 다시 느꼈습니다. 내 글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받으신 분들이 많았기를 소망하면서 한편으로는 글쓰기 문화가 우리 군에 더 많이 퍼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마지막 힘, 국군 장병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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