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쟁과 게임 시즌2

트레일러 트럭 몰고 유럽 대륙 누비는 낭만 드라이브

입력 2019. 05. 23   16:10
업데이트 2019. 05. 2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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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유로트럭 시뮬레이터 시리즈


속도보다 수익 그리고 안전
레이싱 게임과 운전 형식은 유사
운송 수익 얼마나 내느냐가 목표
과속하다간 벌금 물어 적자 

 
낮과 밤,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
런던~프랑크푸르트 노선
급유하러 휴게소…여행 ‘감성’ 주기도
속도감 없어도 독특한 손맛 즐겨 

 
마니아는 이렇게 즐긴다
인터넷 실시간 라디오 방송 틀고
키보드 옆엔 커피와 땅콩 캔 준비
목적없이 즐기는 운전 즐거움 만끽


‘유로트럭’ 시리즈의 운전석은 실제 대형트럭처럼 높은 시점의 뷰를 자랑해, 의외로 드라이브하며 경치를 보는 맛이 살아 있는 편이다. 필자 제공
‘유로트럭’ 시리즈의 운전석은 실제 대형트럭처럼 높은 시점의 뷰를 자랑해, 의외로 드라이브하며 경치를 보는 맛이 살아 있는 편이다. 필자 제공
유럽대륙 곳곳으로 다양한 화물을 운송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유로트럭’은 1인 화물운송사업자로 시작해 기업을 세워 여러 기사들을 고용할 수도 있는 경영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유럽대륙 곳곳으로 다양한 화물을 운송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유로트럭’은 1인 화물운송사업자로 시작해 기업을 세워 여러 기사들을 고용할 수도 있는 경영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기술발전에 따라 더욱 다양한 장비들이 보강되면서 군대의 물동량은 냉병기(창, 칼) 시대와 비교하면 더욱 많아졌다. 그러나 더 많아진 이동 중량에도 불구하고 현대식 군대는 과거와는 비할 수 없는 빠른 이동속도를 보여주는데, 바로 강력한 수송능력 덕분이다.

독립부대마다 최소단위라도 존재하는 수송부서에서는 다양한 내연기관 차량을 활용해 병력과 장비를 빠르고 안전하게 수송하는 역할을 한다. 여러 차량 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일명 ‘두돈반’이라고 불리는 2.5톤 중형트럭일 것이다. 뭐든 일단 실어 나를 수 있어 보이는 트럭의 존재는 기동이 생명인 현대 군사 운용에서 빠뜨리기 어려운 존재다.

일반 승용차나 대중교통수단과는 사뭇 다른, 물류의 핵심을 담당하는 트럭의 운전도 가끔은 놀랍게도 게임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건 여러모로 흥미로운 일이다. 게다가 트럭 운전을 다룬 게임은 지루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편견을 깨고 상당한 마니아층을 모으며 나름의 흥행을 거둔 프랜차이즈가 되었다. 제목부터 트럭스러운, ‘유로트럭 시뮬레이터’(이하 ‘유로트럭’) 시리즈 이야기다. 

 

대륙 가로지르는 거대 트레일러 트럭


‘유로트럭’ 시리즈는 여러 게임의 전통 중 레이싱 게임 계통에 서는 게임이다. 플레이어 앞의 화면은 자동차 운전석을 비추고, 차량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는 느낌으로 좌우 방향을 틀고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이용해 가·감속을 수행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동작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여타 레이싱 게임과는 같은 조작이면서도 확연히 다른 점이 ‘유로트럭’의 특징을 만들어내는데, 속도가 전혀 중요한 게임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빠르게 코스를 주파해 1위를 찍거나 최고 구간기록을 경신하는 대신, ‘유로트럭’은 경영시뮬레이션의 플레이를 게임 외곽에 도입한다. 플레이어는 단순한 운전자가 아니라 화물차를 중심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화물차 운전자의 입장에 선다. 고가의 트럭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도 받아야 하고, 주요 물류거점에서 자신의 면허증으로 운송 가능한 화물을 싣고 움직이며 운송비를 받는 개념이 운전 바깥의 게임을 이룬다.

금전적인 측면이 개입하면서 게임은 속도보다 수익의 형식에 선다. 오히려 과속은 벌금 딱지를 부르며 적자의 원인이 된다. 플레이어는 최대한의 수익을 위해 될 수 있으면 안전운전을 통해 운송하는 화물이 파손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과속과 무단 차선변경으로 인한 벌금을 물지 않아야 한다. 혹여 교통사고라도 나게 되면 화물파손 배상금에 벌금까지 내야 하는 관계로 ‘유로트럭’의 운전은 다이내믹한 무언가와는 거리가 먼 운전이 된다.

속도감 없는 운전이 무슨 게임이냐 하겠지만 뜻밖에 ‘유로트럭’의 운전은 독특한 손맛을 자아내는데, 유구하게 흘러가는 트럭을 운전하는 감각이 꽤 독특한 감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런던에서 프랑크푸르트에 이르는 장거리 노선을 주행하는 과정에서 풍경은 시시각각으로 바뀌고 낮과 밤이 교차하며, 누적되는 피로를 풀거나 추가 급유를 위해 휴게소에 들르기도 하는 과정은 일종의 여행과도 같은 감상을 부여한다. 그저 경치를 둘러보며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다는 건 실제 운전에서도 목적 없는 드라이빙이 일종의 여가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에 한 층 더 얹는 것은 게임 플레이 바깥의 추가 액세서리로부터다. ‘유로트럭’을 플레이하는 많은 이들은 인터넷 라디오 등을 사용해 운전할 때 라디오를 듣는 걸 권한다. 대부분의 국내 라디오가 상당 부분 운전자라는 포지션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유로트럭’ 플레이어의 귀에 실시간 라디오 방송을 더하면 운전석에 앉은 듯한 느낌이 귀까지 장악하는 효과를 낸다. 이따금 모니터에 묵주를 걸어놓거나 운전자의 친구 커피 땅콩 캔을 키보드 옆에 두는 마니아들을 보면 이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감을 잡을 수 있다.


‘두돈반’ 뒷자리의 추억

‘두돈반’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덩치의 트레일러 트럭을 운전해 대륙급의 도로를 가로지르는 ‘유로트럭’의 유구함은 굳이 스펙터클한 레이싱의 감각이 아니더라도 자동차라는 장비가 주는 운행감이 또 다른 재미의 영역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번외편으로 출시된 ‘아메리칸 트럭 시뮬레이터’ 등에서도 느껴지는 초대중량 초장거리 트럭의 유유하면서도 진득한 운전의 맛은 여전하다.

속도보다 안전이라는 ‘유로트럭’ 시리즈의 게임 규칙은 일정 부분 군 수송부서에서 기조로 삼는 운용수칙과 들어맞는 부분이 있다. 물론 쾌적하게 운전의 즐거움만을 구현한 게임의 그것과, 온갖 정비와 훈련, 무거운 물동량을 책임져야 하는 수송부대의 작전 수행이 같다고 말하는 건 실례일 것이다. 하지만 이따금 레이싱 휠을 꺼내 붙여놓고 ‘유로트럭’에서 여유롭게 들판을 가로질러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문득문득 군 생활 시절 ‘두돈반’ 뒤에 타고 앉아 바람을 얼굴에 맞으며 시골 먼짓길을 달려가던 그 시절이 생각나곤 한다. 아, 물론 목적지에 도착한 뒤 내려서 수행할 작업과 작전, 훈련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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