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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보다 체계적이고 메일보다 훨씬 빠른… 매일 1000만 명과 通했다

기사입력 2019. 05. 22   16:25 최종수정 2019. 05. 22   16:28

<44> 업무용 협업 툴 스타트업 ‘슬랙’

철학 전공 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필드
게임 만들며 동료와 대화 위해 개발
바로옆에서 일하는 것처럼 협업 가능
출시 24시간 만에 8000여 고객 확보
기업가치 20조 원… 내달 상장 추진
  
  


업무용 협업 툴 ‘슬랙’. 슬랙은 파일 공유는 물론 특정인을 태그해서 부를 수도 있고, 일정 공유 및 업무 현황 파악 등 하나의 플랫폼으로 업무와 관련한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슬랙 제공


업무와 관련된 진행 상황을 한눈에 확인한 뒤 다른 채널에서 바로 공유된 파일을 내려받는다. 이어 국외에 있는 동료와 바로 통화하고 메시지 내용 중 기억하고 싶은 내용은 ‘핀’을 꽂아 저장해둔다. 대화 중 나왔던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검색창에서 내용을 검색하니 대화의 모든 내용에서 해당 부분을 찾아준다. 이어 동료의 생일 축하 메시지에 익살스러운 이모티콘으로 축하하고 업무 결정과 관련해 토론이 벌어진 곳에선 ‘댓글’을 통해 연속적으로 의견을 표시한다. 마치 한 사람이 여러 개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업무를 하는 모습 같지만, 이 모든 것은 ‘슬랙’이라는 업무용 협업 툴에서 가능하다.
전 세계인의 필수 업무용 툴이 된 슬랙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고 그들의 대화방식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해온 ‘철학 청년’에 의해 탄생했다.

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캐나다 시골 마을 출신이다. 3살 때까지 자연주의를 추구했던 부모님 아래서 물도 나오지 않는 통나무집에서 거주하기도 했다. 5살이 되던 해 대도시로 이사하고 아버지도 부동산 개발업을 시작하면서 집의 경제 사정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7살 땐 컴퓨터를 선물 받았고 머지않아 코딩을 스스로 익혀 웹사이트를 제작해주며 용돈을 벌었다.

컴퓨터에 일찍 눈을 뜬 기업가들은 대부분 컴퓨터 쪽으로 전공을 살린 데 반해 버터필드는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이어 진학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도 철학으로 석사학위를 땄다. 인간 본연의 성향을 탐구하고 정답이 없는 철학이란 학문이 오히려 상품을 다루는 기업가의 삶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2002년 여름, 버터필드는 게임회사를 창업하며 기업가로서 첫발을 뗐지만, 미국을 강타한 9·11테러 직후와 맞물려 자금 조달이 어려웠다. 사업은 사실상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그는 게임 속에서 사람들이 즐겨 사진을 주고받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는 사진 공유 플랫폼인 ‘플리커’를 개발해냈고 1년 뒤 야후에 3500만 달러(약 418억 원)를 받고 매각했다.

그렇게 그는 야후에서 일하다 다시 창업을 결심했다. 게임산업에 대한 미련이 남았기 때문. 다시 만든 철학 청년의 게임은 특별했다. 총을 들고 싸우는 게임이 아니라 ‘대화형’ 게임이었다. 게임은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버터필드는 실시간 대화를 더욱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별도의 툴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전 세계에 흩어져 살던 회사 동료들과 마치 옆에 있는 듯이 일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메신저와 이메일 그리고 각종 업무 시스템을 하나로 결합한 ‘슬랙’을 개발했다.


버터필드를 조명한 미국 유명 잡지 ‘포브스’. ‘포브스’는 “인문학 석사가 실리콘밸리를 정복했다”는 인사말로 그를 소개했다. 포브스 제공

슬랙은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업무용 협업 도구다. 메신저보다 체계적이고 메일보다 훨씬 빠른 방식으로 각종 문서 공유 및 토론 등 마치 옆에서 일하는 것처럼 모든 것을 불편 없이 공유해 실시간 협업이 가능하다.

출시 후 24시간 만에 8000명의 고객을 확보할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순식간에 스타트업의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슬랙은 2014년 출시 후 불과 8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1조 원에 도달하는 기록을 달성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한 유니콘 스타트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인 스타트업을 전설 속의 동물인 유니콘에 비유해 지칭하는 말)이 됐다.


슬랙은 PC와 휴대폰 양쪽에서 연동돼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노트북이 없어도 휴대폰만 있으면, 슬랙을 통해 모든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슬랙 제공

현재 슬랙은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1000만 명이 매일 사용하는 모든 회사의 필수 플랫폼이 됐다. 현재 기업가치는 170억 달러(약 20조 원)로 오는 6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한다. 이렇듯 화려한 성공을 거뒀지만, 버터필드는 그동안 순탄치 않은 생활을 했다. 실패 뒤에 온 성공 그리고 다시 바닥을 내려가는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 속에서 지금의 슬랙을 만났다. 기업가가 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철학 교수가 됐을 거라는 버터필드 최고경영자(CEO). 그는 직장의 모든 것을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슬랙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슬랙 덕분에 사무실 없이 재택근무만으로 업무를 이어가는 회사도 생겼다.

이제는 많은 비슷한 플랫폼들이 연이어 슬랙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를 기업가로서 다시 서게 해준 ‘철학’이란 방패가 다양한 플랫폼 싸움에선 어떻게 사용될지 천천히 지켜봐야 할 듯하다.

<송지영 IT 스타트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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