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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걷지 않은 길, 최초 여군 관찰관

기사입력 2019. 05. 17   16:13 최종수정 2019. 05. 19   13:11

정희영 상사(진) 해군8전투훈련단 제82육상훈련전대


내가 관찰관에 지원했을 때, 관찰관 자격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전문적이고 특색 있는 분야였으며, 여군에게는 아직 열리지 않았던 리그였다. 나는 꿈을 가진 여성이었고 도전정신이 강해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좋아했다. 2010년 해군에 입대해 줄곧 함정 근무를 하던 중에 좋은 기회의 문이 열렸고, 들어선 그곳은 바로 대잠전술훈련장이었다.

여행에서 느끼는 감정과 같이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기도 하지만, 걱정스러운 마음 또한 크다. 임관 후 줄곧 함정근무가 익숙했던 내게 새로운 육상근무의 설렘과 함께 해군 여군부사관 최초 관찰관이라는 부담감은 내 어깨를 무겁게 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서툴러 실수도 잦아 의기소침하기도 했지만, 전대장님을 비롯해 대대장님, 훈련관님, 여러 관찰관의 격려와 지도편달을 통해 관찰관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었다.

음탐관찰관으로 근무하며 대잠전과 관련해 가장 인상 깊었던 훈련은 ‘해상전투단지휘훈련’과 ‘태권도 훈련’이다.

해상전투단지휘훈련은 함대별로 진행됐다. 7번 국도만 누비며 군 생활을 했던 내게 2함대·3함대는 낯설게 느껴졌으나, 함대별 해양환경과 특성 등에 따라 나타나는 다양한 대잠 전술을 비교·평가할 좋은 기회였다.

태권도훈련은 해상 대잠전 훈련으로, 세종대왕함에 승조해 훈련을 관찰했다. 미군과 함께 승조해 훈련 전후 회의를 하며 상호 간 대잠전에 관해 논의하고 훈련 중간중간에 의견을 나누며 다양한 전술토의도 진행했다.


이러한 큰 훈련들을 경험하면서 누구보다 대잠전에 자신 있는 음탐관찰관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연구해야 할 숙제가 많으며, 냉철하고 정확한 평가를 통해 해군의 대잠전 수행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느꼈다.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 이국종 교수가 출연해 최하위 성적의 팀을 최고의 팀으로 끌어올린 미식축구팀 감독의 말을 인용하며 정의란 “두 유어 잡(Do your job)! 자신의 할 일을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이 하는 일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직업’의 교과서적 의미를 잊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는 관찰관으로 임명된 첫 여군이라는 자부심도 있지만, 나에 대한 평가가 여군 전체에 대한 평가가 될 수도 있어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나는 이곳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 음탐관찰관으로서 교범과 지침서를 바탕으로 대잠 훈련을 세심하고 면밀하게 관찰하고, 대잠 분야 발전을 위해 항상 고찰해 맡겨진 직무에 충실한 관찰관이 될 것이다. 나를 밑거름으로 해 향후 많은 여군에게 다양한 기회가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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