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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운송은 기본, 물건 배달·방문 청소·장보기 대행까지…인도네시아인 일상 속으로 GO!

입력 2019. 05. 15   16:10
업데이트 2019. 05. 1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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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온·오프라인 종합 서비스기업 ‘고젝’


하버드대 MBA 유학 마친 마카림
자국의 최악 교통체증에 아이디어
2010년 택시형 오토바이 콜센터 창립
맞춤형 결제 시스템… 서비스 18개로
구글 대규모 투자… 기업가치 13조 원

현재 고젝은 승객 운송뿐만 아니라 물건 배달·방문 청소·장보기 대행 등 18가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고젝 제공
현재 고젝은 승객 운송뿐만 아니라 물건 배달·방문 청소·장보기 대행 등 18가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고젝 제공


    
    
인도네시아는 열악한 교통 환경이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국가다. 국가적으로 교통 인프라가 확충되지 않아 차로와 인도가 혼재해 있다. 그 때문에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차보다 오토바이를 주로 타고 다닌다.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가 차를 타면 기본 40분이나 걸릴 정도기 때문이다.

나디엠 마카림도 인도네시아의 오젝(ojek·인도네시아 말로 ‘택시형 오토바이’라는 뜻)의 주 고객이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매킨지의 자카르타 오피스에 근무하며 개인 기사까지 있었지만, 차를 타면 늘 지각하기 일쑤였다.

그 역시 매일 출근길에 오젝을 이용하며 자카르타의 최악의 교통체증에 한숨을 쉬었다.  



마카림은 문득 하버드대 MBA 재학 중 배웠던 수업이 생각났다. 부유한 상위계층보다 가난한 다수를 시장경제에 편입시키는 것에 더 큰 기회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오젝 기사 등에 올라타며 그들에게 조금씩 생활 형편에 관해 물었다. 기사들은 온종일 고객을 기다리고 간신히 손님을 태워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세계 4위에 해당하는 2억6000만 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이지만, 상위 1000만 명이 전체 경제의 90%를 쥐고 있었다.

대부분 국민의 월평균 소득은 한화 20만~30만 원에 그쳤고 그마저도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들은 싱가포르와 미국 등 경제 선진국에서 교육받아온 그에게 고국에 이바지할 기회란 생각이 들게 했다.


고젝 앱 화면.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면 해당 기사 배정과 함께 이용 요금 등이 표시된다. 고젝은 정해진 가격이 없어 모든 서비스에서 일관된 요금이 없었던 인도네시아 문화를 바꿨다. 고젝 제공
고젝 앱 화면.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면 해당 기사 배정과 함께 이용 요금 등이 표시된다. 고젝은 정해진 가격이 없어 모든 서비스에서 일관된 요금이 없었던 인도네시아 문화를 바꿨다. 고젝 제공


그는 ‘오젝 기사’들을 정기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프로 직업군으로 묶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카림은 커피와 담배 등을 즐기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던 기사들을 설득해 회사를 만들었다. 이름은 ‘고젝(GOJEK)’. 먼저 20여 명의 기사와 콜센터 직원을 배치해 기사들이 손님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이들을 직접 부를 수 있게 했다. 단순한 기사가 아니라 소속감을 주기 위해 녹색 재킷을 입혔고, 승객 운송뿐만 아니라 물건·음식 배달 등의 서비스를 추가해 기사들의 업무시간을 채웠다. 2010년 콜센터로 출발한 고젝은 2015년, 정식 스마트폰 앱을 출시하며 금세 인도네시아의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출시 첫해 1100만 건 이상 내려받기를 기록했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은 낮지만, 젊은 층이 대다수이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인도네시아의 시장을 정확히 사로잡았다.


고젝의 창업자 나디엠 마카림. 미국 브라운대와 하버드대 MBA 출신인 그는 가난한 조국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해 창업을 결심했다. 
 블룸버그(Dimas Ardian) 제공
고젝의 창업자 나디엠 마카림. 미국 브라운대와 하버드대 MBA 출신인 그는 가난한 조국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해 창업을 결심했다. 블룸버그(Dimas Ardian) 제공


이에 맞춰 급격한 현지화도 필수였다. 인도네시아 인구 중 64%는 은행 계좌조차 없고 여기에 신용카드 사용률도 4%밖에 안 된다. 한국식 결제 서비스가 불가능해 자체 결제 서비스인 ‘고페이’를 개발했다. 은행 계좌가 전혀 필요 없이 결제는 물론 대출까지 가능하다. 기사를 통해 사람들의 디지털 계좌에 ‘대리 입금’도 가능하게 했다.

결제까지 편리해지자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이젠 고젝이 하나의 일상이 됐다. 마트에 갈 때 고젝을 통해 물품을 배달하고 집 청소 때도 ‘고클린’ 서비스를 부르며, 중요한 일정이 있을 땐 고글램 서비스를 통해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을 받는다. 또 피곤한 날에는 고마사지로 집에서 서비스받을 수 있으며, 사전 예약된 약국을 통해 미리 받아둔 처방전으로 약 조제도 가능하다. 현재 고젝의 서비스는 18가지로 확장됐다. 거래 건수만 월 1억800만 건, 올해만 60억 달러(약 7조1250억 원)가 넘는 거래액을 처리할 예정이다. 고젝을 통해 정기적인 수입을 보장받는 기사만 100만 명이 넘는다.



고젝의 급성장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디지털 경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며 각종 규제를 개정하며 합법화했다. 이 때문에 고젝은 현재까지 구글 등으로부터 31억 달러(약 3조6800억 원)를 통 크게 투자받으며 인도네시아 최초의 데카콘 기업(기업가치가 100억 달러(약 11조 원)가 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고젝의 현재 기업가치는 110억 달러(약 13조295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카림은 여전히 두렵다. 하버드대 MBA 동기이자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그랩(Grab)의 최고경영자 ‘안소니 탄’이 인도네시아 시장을 잡겠다며 총력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두려움이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믿는다. 두려움 속에서 꽃핀, 가난한 조국을 디지털 경제의 선두주자로 만들어낸 그의 도전이 앞으로도 기대된다.

<송지영 IT 스타트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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