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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예비역 상근복무제도

기사입력 2019. 05. 15   09:12 최종수정 2019. 05. 15   09:26

국방논단 제1754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정철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인력연구센터
jchuroo@kida.re.kr

이은정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인력연구센터
ejlee@kida.mil


본고에서는 예비역 평시복무제도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상근 복무제도를 비상근 복무제도의 연장이 아닌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병역자원의 감소로 국방인력 획득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평시 현역 직위를 대체할 수 있는 예비역 간부의 공급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이다. 이는 국방인력 구조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국방인력 운용의 탄력성을 높이는 효과까지 고려한 것이다.
상비전력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예비전력을 정예화하는 것은 국방개혁의 중요한 지향점 중 하나이다. 예비역 평시 복무제도로 첫발을 뗐지만 갈 길은 멀다. 이것으로 충분한가? 더 나아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이다

 

■ 예비역 평시 복무제도, 효과와 한계

현재 시행하고 있는 예비역 평시 복무제도는 말 그대로 예비역 간부 중 일부를 선발하여 평시에 상근 또는 비상근으로 복무하게 하는 것이다. 전시 임무 수행 능력을 제고하고, 해당 부대의 동원준비 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국방개혁 추진에 따라 상비병력이 감축됨으로써 전시 동원에 많이 의존해야 하는 부대를 염두에 둔 것이다.

사정은 이러했다. 국방개혁 추진에 따라 동원사단의 수가 5개로 줄기도 했지만, 16.7%를 유지했던 동원사단의 평시 편성률(평균)이 개편 이후 7.7%로 낮아졌다. 동원보충대대의 평시 편성률은 아예 0%이다. 동원보충대대는 전시 전방 사단에서 대량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 병력과 장비, 물자를 패키지화하여 대대 단위로 편성되는 부대이다. 전시 전투력 발휘를 보장하기 위해서 평시 편성률이 어느 정도는 되어야 한다. 아니면 동원훈련 시간이라도 늘려야 한다. 하지만 평시 편성률을 올리는 것은 상비병력 감축에 역행하는 것이므로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고, 동원훈련 시간을 늘리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전시 동원 의존도가 높은 부대의 전투력 발휘를 위해서는 예비역 간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현재의 동원훈련 체계에서 예비역 간부는 병과 동일하게 연간 2박 3일의 동원훈련을 받는 데 그친다. 직책 수행과 관련된 직접 교육은 10시간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시 예비역 간부들이 원활하게 임무 수행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비역 평시 복무는 전시 임무 수행 능력을 제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제도이다.

예비역 평시 복무제도는 기간에 따라 비상근 복무제도(연 30일 이내)와 상근(연중 지속) 복무제도로 나뉜다. 다만, 상근 복무제도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고, 비상근 복무제도는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4년부터 일부 동원사단 및 동원보충대대를 중심으로 시험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79명의 예비역 간부가 선발되었는데, 2018년에는 585명으로 늘어났다. 국방부는 2023년까지 약 4,500명 수준으로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2015년과 2017년에 육군 분석평가단이 현역 및 비상근복무 예비역 간부를 대상으로 비상근 복무제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복무 여건이나 선발, 홍보, 복지 혜택 등에서 보완할 부분이 있었지만, 제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고, 부대 전투력 향상이나 예비전력 정예화 차원에서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아쉬운 것은 예비역 평시복무제도가 예비전력의 강화 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즉, 동원사단이나 동원보충대대 등 평시 편성률이 낮은 부대의 전시 편제 중 일부 예비역 간부 직위에 대해서만 운용하는 개념을 고수하고 있다. 상비병력 감축에 따라 평시 편성률이 낮아진 부대들의 전력 강화에는 보탬이 될 수 있겠지만, 국방개혁이 지향하는 대로 상비병력을 ‘대체’할 수 있는 예비전력을 육성해 나가는 데는 제한적인 것이다.

국방부는 비상근 복무제도의 긍정적인 성과에 힘입어 상근복무제도의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 예비역 평시 복무제도의 틀에 두 가지를 묶는 것이다. 이는 국방개혁 2.0 기본계획에도 포함되어 있다. 2019년까지 법령을 개정하고, 2020년부터 동원사단 등에 시험 운용을 시작하고, 2024년부터는 전면 시행할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상근 복무제도의 추진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비상근 복무제도는 예비역 간부 중 일부를 선발하여 추가 훈련을 시킴으로써 전시 동원 병력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가 쉽게 이해되고, 연간 보수액이 1인당 160만 원에 지나지 않아 시행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상근 복무제도는 여러 법령의 개정이 필요할 뿐 아니라, 연간 보수액이 비상근 복무제도에 비해 훨씬 크다는 점이 장애물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 구상하고 있는 상근 복무제도의 운용개념이 설득력이 있는가에 있다.

육군본부에서 발행된 ‘예비역 평시 복무제도’의 소개 책자에서는, 상근 복무제도의 운용 직위에 대해 “동원사단, 동원보충대대, 민사부대, 안정화사단 등의 주요 직위로서 전문성이 요구되고, 연중 지속 복무해야 직무성과가 달성되는 직위, 즉 전시 업무 담당 인력이 없거나 부족하여 보충이 요구되며, 부대의 창설 및 전시 임무 준비에 필요한 직위 등으로, 주로 영관급 장교, 상·원사 직위 등”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선, 동원사단, 동원보충대대, 민사부대, 안정화사단 등의 주요 직위로서 연중 지속 복무해야 하는 것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운용 직위의 계급을 영관급이나 상·원사급으로 설정한 데 대해서는, 이 제도가 고위급 장교의 복무 연장이나 재취업 수단으로 오용될 수 있고, 예비전력의 강화와 상부지휘구조의 경량화라는 국방개혁의 목표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비상근 복무제도에서 기간만 늘리는 상근 복무제도의 운용 개념이 바람직한가? 더 나은 방안은 없을까? 이런 점에서 미국과 독일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 미국과 독일의 사례

미군은 상비군이 134만 명, 예비군이 82만 명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예비군 중에서 7만 명을 차지하고 있는 AGR(Active Guard and Reserve)이다. 이들은 육·해·공군 및 해안경비대의 연방예비군 또는 주방위군 신분으로서 연간 180일 이상을 상근직으로 근무하는데, 예비군의 조직·모집·교육훈련, 행정 등 현역과 마찬가지의 임무를 수행한다.

AGR 제도가 처음 도입되었던 것은 1979년이었으나,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사막의 폭풍작전 이후 예비군이 전략적(starategic) 예비군에서 작전적(operational) 예비군으로 전환되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전력의 즉응성 및 전투준비태세 유지가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었고, AGR의 역할과 비중, 그리고 규모가 커지게 되었다. 1980년 1,276명에 불과했던 AGR은 운용 직위가 점차 확대됨에 따라 2001년에 4.8만 명, 2003년에 5.9만 명, 그리고 현재는 7만 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82만 명의 예비군 중 약 8.5%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다음은 독일이다. 독일은 2011년 모병제 실시 이후 급격한 병역자원의 감소 문제에 맞닥뜨렸는데, 그 해결책을 예비전력의 구조개혁에서 찾았다. 바로 다음 해부터 시작된 개혁의 주요 내용은 예비군의 구성을 각 기능에 따라 세분화하고, 예비군과 상비군의 구분을 약화시킴으로써 상호 유기적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개혁 이후 독일의 예비군은 부여된 임무에 따라 전력강화예비군(Verstaerkungsreserve)과 인력보충예비군(Personalreserve)으로 구분되었다. 전력강화예비군이 4.6만 명, 인력보충예비군이 4.5만명이다. 상비병력이 18만 명이므로 약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예비군이 있는 셈이다. 예비군 중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인력보충예비군이다. 이들은 다시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평소보다 높은 업무 소요가 발생하는 기간에 현역 군인에 대한 보충 인력으로 활용되는 예비역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파병, 위탁교육, 장기 휴가, 건강 및 일신상의 사유 등으로 현역이 부재할 때 대리 수행하기 위한 예비역이다. 이들에게는 해당 직위의 현역과 동일한 임무수행 능력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 정기적으로 현역들과 함께 보직 수행을 위한 교육훈련을 받는다.

살펴본 것처럼 미군의 AGR과 독일의 인력보충예비군은 시작 배경이 서로 다르다. 미군의 AGR은 예비군의 운용 개념 변화로 인해 역할과 규모가 확대되었고, 독일의 인력보충예비군은 모병제로 바뀌면서 맞게 된 병역자원의 부족 상황을 극복하는 대안의 하나로 제도화된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강조할 것은, 미군의 AGR과 독일의 인력보충예비군은 공통적으로 평시 군에 복무하며 현역에 준하는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상비병력을 대체하는 정예화된 예비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예비역 평시 복무제도가 전시 증·창설 부대의 편제 직위 중 예비역 간부 직위에 국한된 것이라면, 이 두 나라의 제도는 보다 확대된 운용 개념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 상근 복무제도는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해야

비상근 복무제도는 시험 운용 과정에서 예비전력 정예화 차원의 긍정적 효과가 확인되었으므로 운용개념의 큰 변화 없이 규모를 확대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상근 복무제도라는 다른 제도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제도가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운용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상근 복무제도를 전시 증·창설 부대의 일부 직위에 대해 운용하는 것은 비상근 복무의 기간 연장에 다름 아니다. 예비전력 정예화에 기여하기는 하지만 ‘상비병력을 대체하는 정예화된 예비군’, 즉 평시 현역과 마찬가지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예비군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제도가 미군의 AGR이나 독일의 인력보충예비군의 사례와 같이 현역 직위에 대한 대체 인력으로서의 예비역을 공급하는 것으로 기능한다면, 국방인력 획득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출산율 저하로 병역자원이 감소할 것이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병 복무기간이 단축되면 간부로서 의무복무를 하는 데 대한 매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하여 간부 획득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최근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개혁 2.0 기본계획에는 간부 정원을 2018년 수준으로 유지하되, 군무원 및 민간인력은 대폭 확대할 계획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향후 간부 획득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된다.

상근 복무제도의 운용 개념을 전시 증·창설 부대의 동원 실효성을 제고하는 차원을 넘어 현역을 대체할 수 있는 예비역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하자는 것이 주장의 요지이다. 이렇게 하면 국방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먼저, 상근 복무제도를 통해 국군의 구성 인력에 예비역 간부를 포함시킴으로써 국방인력 구조의 경직성을 완화할 수 있다. 국군조직법에 따르면 국군은 현역 군인과 군무원으로만 구성된다. 이는 소요 대비 병역자원이 부족한 시기에 현역 군인을 충원하지 못하므로 군무원을 늘림으로써 국군 조직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의미한다. 상근 복무제도를 통해 평시 예비역이 국방인력으로서 활용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게 되면,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다음으로 군 간부로서 선택할 수 있는 복무 형태의 폭을 넓히는 효과도 기대된다. 군인사법 상 간부는 크게 장기복무자와 단기복무자로 구분되는데, 장기복무자로 선발되지 않으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조기 전역을 해야 한다. 전역 후 현역으로 재임용될 수 있는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현역정원 내에서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 반면, 상근 복무제도는 정원 제한 없이 필요시 예산 내에서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다. 예비역 간부에게는 전역 후에도 재복무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상근 복무제도의 운용 개념을 이와 같은 방향으로 전환해 실행하려면, 현역의 어떤 직위에 상근 복무 예비역 간부를 활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검토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미군에서 AGR이 소규모로 운용되다가 운용 직위를 확대해 나간 과정을 참고할 수 있다.

당장은, 업무공백이 발생하는 가장 흔한 유형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2018년,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군부대 내 육아휴직 업무공백에 대응하는 주된 방식에 대한 질문에서, ‘업무대행자(들) 지정’이나 ‘부서 내 자체적으로 해결’이라는 응답이 대부분이었고, ‘결원 보충’이라는 응답은 10% 내외, ‘한시임기제 군인·군무원 임용’이나 ‘기간제 민간근로자 채용’이라는 응답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다. 군부대 내 육아휴직이 있을 경우 내부 인력이 일을 대신 떠맡는다는 것이었다. 이는 동료들의 업무 부담을 증가시켜 육아휴직에 대한 불만과 제도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경향은 향후 여군 비율을 현역 간부의 8.8%까지 확대하는 국방부 계획이 추진됨에 따라 더욱 커질 것이 우려된다. 상근 복무제도는 이처럼 육아휴직으로 인한 임무·직무를 대체인력으로 투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젊은 인력이 군을 안정적인 직장으로 인식하고 지원하는 유인책이 되기도 할 것이다.

예비역을 평시 국방인력으로 폭넓게 활용하는 방안은 병역자원 감소의 영향이 가시화되는 이 시점부터 고민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예비역 상근 복무제도는 장점이 많은 대안이다. 국방인력 운영의 탄력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더 많은 논의를 기대한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본 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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