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안와골절

다친 부위 즉시 냉찜질하고
코풀기·재채기 하지 않게 주의
안구 함몰·뺨 감각 저하되기도
사고 즉시 가까운 병원 찾아가
안와골절 여부 확인 후 치료를

안와(눈구멍)골절이란 안면부의 둔상으로 인해 발생한 안와 내부의 외상성 변형을 말한다. 해부학적으로 사람의 안구는 ‘안와’라는 공간 안에 존재한다. 이 공간의 가장 바깥쪽은 우리의 눈가를 이루는 테두리로 구성돼 있고 안쪽으로 갈수록 점점 뼈가 얇아지면서 벽을 이룬다. 가장 안쪽 시신경이 나가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다시 단단한 뼈로 바뀌는데, 이런 해부학적 특성 때문에 안구 주변에 강한 외력이 주어지면 안와 내부의 얇은 뼈가 골절되면서 충격을 흡수해 안구를 보호한다.

만약 인간의 안구가 딱딱한 뼈 가운데 놓여 있다면, 양쪽 눈을 멀쩡히 유지하는 사람의 수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다. 또 구기 종목이나 복싱 같은 격투기 시합은 시력을 담보로 경기를 펼쳐야 하는 굉장히 위험한 스포츠로 여겨지거나 금지 종목이 됐을지도 모른다. 영화배우 김보성 씨가 격투기 시합 중 안와골절로 경기를 중단한 사례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안와골절의 주요 원인으로는 교통사고, 운동 부상(공에 부딪힘), 주먹 혹은 머리 가격 등이 있다. 주로 남자들에게서 더 자주 발생한다.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부기’와 ‘통증’, ‘안구 함몰’(눈이 더 들어가 보이거나 양쪽의 눈동자 높이가 달라 보임), 안구 운동 시 불편한 느낌 또는 하나의 물체가 둘로 보이는 ‘복시’, 뺨이나 윗입술 쪽의 감각 저하 등이 있다. 특히 다친 후 코를 풀었을 때 다친 쪽 눈이 심하게 부풀어 오른다면 안와골절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다.

경미한 정도의 안와골절은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골절로 인해 복시가 발생한 경우나 안구 함몰 혹은 안구 돌출 같은 증상을 유발할 정도로 골절의 정도가 심한 경우, 골절로 인한 시신경 압박으로 시력 변화가 발생한 경우 등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정복술(골절로 어긋난 뼈를 본디 상태로 바로잡는 수술)의 방법은 골절의 위치 및 정도에 따라 다르다. 결막 경유 접근술 혹은 하안검 절개를 통해 골절 부위로 접근해서 골절 부위에 끼어 있는 근육과 주변조직을 빼낸 뒤 금속판(티타늄) 혹은 흡습성 판을 깔아주는 방법을 시행한다.

안와골절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으로는 계속되는 복시, 안구의 위치 변화, 안검하수, 뺨과 윗입술의 감각 저하 등이 있다. 대부분 일시적이지만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안와골절 환자의 15~30%는 망막박리, 유리체 출혈 등과 같은 안구 자체의 손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심한 경우(약 0.2%)에는 실명까지 발생한다고 알려져 반드시 안과 검진을 같이 받길 권한다.

정리하자면 운동 중 안구 주변을 세게 부딪힌 뒤 심한 부기와 통증이 발생하거나 이전에 없던 복시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해당 부위를 냉찜질하고 코 풀기나 재채기를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또 가까운 병원을 찾아 안와골절 여부를 확인한 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