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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한 주를 열며] 또 하나의 가족까지 사랑하자!

입력 2019. 05. 10   17:15
업데이트 2019. 05. 1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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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식 
합동대 명예교수·(예)육군대장
김 영 식 합동대 명예교수·(예)육군대장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우리는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르며 연례적으로 가족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하며 가정의 의미를 새기고 있다.

필자도 현역 시절에 의미 있는 행사를 열어 부하들을 격려했던 유쾌한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흔치 않던 행사라 파격적이라는 소리를 들었었는데, 요즘에는 거의 모든 부대에서 보편적으로 유사한 행사를 하는 것을 보며 나의 앞서감을 은근히 자랑(?)하고 싶은 욕심도 든다. 그중에서도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간부들을 사단으로 초청해 사단장과 점심을 함께하면서 부모님 앞에서 자식을 칭찬했던 일과, 떨어져 사는 부부군인들을 위해서 우리 부대뿐만 아니라 타 부대에서 근무하는 배우자까지 초청해 격려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항공작전사령관 시절 계획했던 어린이날 행사다. 이날의 백미는 군인가족에게 시누크 헬기를 태워준 것이었다. 육군에서 수십 년 동안 헬기를 조종했는데도 정작 자기 아내와 자식하고는 한 번도 비행을 같이 해보지 못했던 많은 조종사가 이날만큼은 자기 가족을 조종석 가장 가까운 곳에 앉혀 비행했었는데 아빠에게는 자긍심을, 가족에게는 자랑거리를 만들어준 날이었다.

군인에게 가족은 매우 특별한 존재다. 조국을 위해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살다 보니 늘 가족에게 미안한 게 많은 것이 군인의 삶이다. 가정의 달만이라도 그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특히나 출산율이 날로 떨어지고 육아가 점점 어려워지는 작금의 여건을 고려해 아이를 낳아 기르는 군인 부모들에게 더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군인에게는 전우라고 부르는 또 하나의 가족이 있다. 일반 가정과 달리 가족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고정되지 않고 늘 변하긴 하지만, 전우들로 이루어진 군대도 또 하나의 가정이다. 손자가 “시졸여자(視卒如子·부하를 자식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던 이유는 골육지정으로 단결된 군대만이 전쟁에서 승리를 쟁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대장 시절에 연대로 전입해 오는 신병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아쉬운 점이 있어서 했던 작은 이벤트를 소개한다. 신병이 연대로 오는 날에는 위병소에 ‘오늘부터 우리가 당신의 가족입니다!’라는 글을 적은 현수막을 걸도록 했다. 신병뿐 아니라 모든 부하가 연대가족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깨우쳐 주고 싶어서 시행했던 작은 이벤트가 큰 효과를 거뒀음은 물론이다.

가족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식구(食口)라 한다. 식구는 본시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매일 함께 밥을 나누어 먹으며 함께 사는 전우들이 어쩌면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가족일지 모른다. 가정의 달을 생각하니 대문호 톨스토이가 쓴 『안나 카레니나』의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첫 문장이 떠오른다. 오랜 군 생활을 통해 문제가 많았던 부대는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한 가정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서로 닮은 행복한 가정을 만들면 강한 군대가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가족까지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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