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우리부대 동아리 집중탐구

불꽃 튀는 열정… 5000℃로 연결된 전우들 미래도 뜨겁게 달군다

송현숙

입력 2019. 05. 09   16:21
업데이트 2019. 05. 1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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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공군3방공유도탄여단 제8630부대 특수용접 동아리


지난 7일 공군3방공유도탄여단 8630부대 특수용접동아리 소속 김성조 일병이 아크(전기)용접법 중 하나인 ‘아래 보기’를 이용해 초코바 모양의 쇠 시편 다섯 개를 하나로 연결하는 실습을 하고 있다. 용접 시 발생하는 섬광과 불꽃을 맨눈으로 보면 시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진기자 역시 용접보안면을 착용한 상태에서 촬영했다. 조종원 기자
지난 7일 공군3방공유도탄여단 8630부대 특수용접동아리 소속 김성조 일병이 아크(전기)용접법 중 하나인 ‘아래 보기’를 이용해 초코바 모양의 쇠 시편 다섯 개를 하나로 연결하는 실습을 하고 있다. 용접 시 발생하는 섬광과 불꽃을 맨눈으로 보면 시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진기자 역시 용접보안면을 착용한 상태에서 촬영했다. 조종원 기자


로보캅 같은 보안면 쓰고
전투 나서듯 심호흡
시편과의 뜨거운 싸움 


용접
불꽃

수송반
정비고
꽃 피다

“칙! 치직! 치직! 치이이이이이익!… 탁! 탁! 탁! 탁!”

“자, 김 일병! 이 슬래그(보호막)는 무척 뜨거워서, 왼손으로 용접 부위 근처를 잘 가리고 오른손으로 망치 잡고 살살 치는 거야. 그렇지! 그렇지! 벗겨낸 슬래그를 가볍게 털어주면, 이렇게 김 일병이 용접한 부위가 나와. 어때?”

“용접한 모양이 물 흐르듯 일정한 굵기의 직선이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이건 울퉁불퉁하고 선이 휘었습니다. (웃음)”

“그래도 초보치고는 잘했어. 이게 단순히 모양 보기 좋으라고 그러는 게 아니라 강도와 깊은 관련이 있거든. 집중해서 다시 해보자!”

지난 7일 공군3방공유도탄여단 제8630부대 수송반 정비고에 꽃(?)이 만개했다. 제철소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강렬한 ‘용접 불꽃’이 그것이다. 전투복 위에 하늘색 방염 앞치마와 내열성 장갑을 끼고 로보캅을 연상시키는 용접보안면까지 완벽히 착용한 김성조(21) 일병이 수송반장 염양득(47) 상사로부터 특수용접 교육을 받던 참이었다. 주변에는 다른 동아리원들이 실습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본인 차례를 기다렸다.

이날의 교육과정은 아크(전기) 용접법 중 하나인 ‘아래 보기 용접!’ 철제 테이블 위에 3.2㎜ 간격으로 나란히 놓은 초코바 모양의 쇠 시편(試片) 다섯 개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 주어진 미션이었다. 옆에서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는데, 분위기를 보니 ‘쉽지 않은 일’인가 보다. 전투에 나서는 듯 심호흡까지 크게 하고선 용접보안면을 턱까지 끌어내린 김 일병은 자세를 다시 잡고 시편과의 뜨거운 싸움에 들어갔다. 용접봉을 갖다 댈 때마다 터져 나오는 강한 섬광과 불꽃 너머로 초집중한 김 일병의 얼굴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용접 부위에 생긴 슬래그(보호막)를 제거하는 모습. 조종원 기자
용접 부위에 생긴 슬래그(보호막)를 제거하는 모습. 조종원 기자


모두가 선생님이자 학생
100% 도제수업으로 진행
좋은 건 전우들과 같이 해야죠 


어벤
저스

7인의
교관들 탄생


“처음엔 수송부 간부들을 대상으로 특수용접 교실을 열었어요. 그런데 병사들이 소식을 듣고선 자기들도 배우고 싶다고 한둘씩 합류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올 초 동아리가 만들어져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동아리원은 총 15명이고요.” (염 상사)

기자가 19년 동안 전·후방 부대를 다녀봤지만, 이런 동아리는 난생처음이다. ‘특수용접’이라니. 동아리장 격인 염 상사도 이렇게 일이 커질지 몰랐던 눈치다. 수송부 간부들이 자기계발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 알음알음 입소문 나, 이제는 산꼭대기 공군 포대의 자랑거리가 됐으니 말이다. 특수용접 동아리의 뿌리를 찾아 올라가 봤더니, 출발점은 의외의 지점에서 시작됐다. 바로 염 상사의 개인 취미에서 시작된 나비효과였던 것.

“제 취미가 가구 DIY인데요. 지난해 여름 인터넷에서 용접을 이용해 제작한 금속공예 접목 목제 가구를 보고 한눈에 반했죠. 정말 멋지더라고요. 그길로 특수용접 가르쳐 주는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을 찾아가 등록하고, 퇴근 후 6개월 동안 무상으로 배웠어요. 얼마나 재밌던지. 일반 학원에 갔으면 수십만 원은 들었을 텐데 찾아보니 길이 있더라고요. 더구나 용접 자격증이 수송병과 간부들 자력 평가에도 유리하더군요. 좋은 건 전우들과 같이 해야죠.”

그렇게 탄생한 특수용접 교실은 모두가 선생님이자 학생이었다. 자타공인 ‘용접의 신’ 최성훈(47) 주임원사와 용접산업기사 자격 보유자인 박종훈(29) 중사, 건설기계정비 베테랑인 신현철(39) 군무주무관이 실기를 맡고, 정비관리 담당 서상만(33) 중사가 필기시험에 필요한 ‘족보’를 수집·배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 병사들이 합류하면서 수송정비병 박동근(22) 병장과 시설병 정경한(21) 상병까지 포함해 7인의 어벤저스 교관군단이 탄생했다. 실기는 100% 도제식으로 진행한다.


사진=조종원 기자
사진=조종원 기자


용접 장비·실습 재료가
좀 더 넉넉하게 있었으면…
이런 동아리가 많이 생겨야


안전
우선

첫째도
둘째도
안전을


수업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다. 필기는 주 2회 기출문제를 공유하고 진도 점검을 한다고. 이 동아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다. 안전으로 시작해서 안전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동아리원들은 용접·용단 작업 중 화재사고 예방 안전수칙 동영상을 시청해야 비로소 교육장인 수송반 정비고에 발을 디딜 수 있다. 이어 안전보호구를 착용한 뒤 불티 비산 방지 덮개와 불꽃받이, 용접방화포, 소화기 등을 챙기고 인근에 가연성 물질은 없는지 확인한 후에야 실습 테이블에 앉을 자격이 주어진다.

“용접 시 용접봉을 통해 쇠에 닿는 온도가 5000℃에 달하고, 튀는 불티도 순간 온도가 1000℃가 넘습니다. 자칫 부주의로 인해 화상을 입을 수 있고, 무엇보다 가연성 물질과 닿았을 때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챙깁니다.” (염 상사)

커리큘럼도 탄탄하다. 동아리원들은 용접의 가장 기본인 아크용접뿐만 아니라 CO2 용접, 티그 용접 등 다양한 특수용접을 배우고 있다. 현재 다수의 인원이 용접 관련 국가 자격증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실기시험을 준비 중이다.


‘이런 동아리 처음이야!’ 트레일러 적재함 바닥의 목재가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직접 만든 보호 천막 장착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공군3방공유도탄여단 8630부대 특수용접 동아리 장병들. 총원은 15명이지만 임무 수행을 고려해 참석 가능한 인원만 함께 자리했다. 조종원 기자
‘이런 동아리 처음이야!’ 트레일러 적재함 바닥의 목재가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직접 만든 보호 천막 장착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공군3방공유도탄여단 8630부대 특수용접 동아리 장병들. 총원은 15명이지만 임무 수행을 고려해 참석 가능한 인원만 함께 자리했다. 조종원 기자


가치
발견

자격증
취득
열풍도


‘용접’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개의 금속·유리·플라스틱 따위를 녹이거나 반쯤 녹인 상태에서 서로 이어 붙이는 일’이다. 용접을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고, 산업현장이 아니면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용접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긴 하다. 그런데 이 용접이 최근 들어 20~30대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호주 등 해외 취업이 쉽고, 외국에서는 전문가로 대우받을 뿐만 아니라, 수입도 우리나라보다 1.5~2배 많아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자격증 취득 열풍이 번지고 있는 것. 특수용접 동아리에 가입한 병사들도 이런 정보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내친김에 가입 동기를 묻자 예상보다 다양한 사연이 쏟아졌다. 김성조 일병은 취업 스펙용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 정진우(21) 일병은 입대 전 다니던 직장에서 더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 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한 이준섭(22) 일병과 국제통상학도인 이광민(22) 일병은 태어나서 해본 적이 없는 일을 처음 경험해 보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용접을 통해 전우와 용해(溶解)돼 하나가 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으는 병사들은 동아리 수업을 통해 또 다른 소중한 가치를 배우고 있었다.

“염 상사님 별명이 ‘염블리’예요. 저희 가르치시려고 본인이 먼저 열심히 공부하고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는 모습이 새끼에게 먹이 주려고 날아다니는 ‘어미새’ 같으세요. 다른 교관분들도 마찬가지고요. 보은의 의미로 저희가 자격증도 팍팍 따고 그래야죠.” (김성조 일병)

“우리나라는 아직 용접이라고 하면 ‘노동’의 개념이 더 강한 게 사실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인근 마이스터고를 한 번 찾아간 적이 있는데 용접해서 만든 훌륭한 금속 공예품들이 전시돼 있더라고요. 제가 은연중 갖고 있던 용접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날려버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김선준 상병)


사진=조종원 기자
사진=조종원 기자


공군판
이케요

창의력
가득한
작품들


이 동아리는 자신들만 배우고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부대 공익에도 일조하고 있다. 곳곳에 필요한 가구나 시설을 직접 만들어 설치까지 완벽히 마무리해준다. 그동안 TV·세탁기 등 전자제품 거치대, 창고 정리 선반, 병사 옷 건조대, 화물수송용 GMT 트레일러 적재함 보호 천막 장착대 등 창의력을 발휘한 용접 작품으로 전우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공군판 ‘이케요(IKEYO)’라고 할까? 이케요는 현재 방영 중인 tvN 인기 예능 프로그램 ‘스페인 하숙’에서 유해진 배우가 소비자(차승원)가 요청만 하면 뭐든지 만들어낸다고 해서 유럽 유명 가구 이름을 본떠 만들어낸 가상의 회사명이다.

지금도 충분히 잘나가는 회사(?)지만 한 단계 도약을 위해 필요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일은 없을까?

동아리장 염 상사는 “올해 연말 인근 마이스터고 용접 동아리와 연합해 기술교류 작품 전시회와 특수 용접 체험 교실 등을 열고, 이 자리에 동아리원들의 자격증도 함께 전시해 자부심을 심어주고 싶다”면서 “다만 현재 가입 인원이 많아지다 보니 용접 장비며 실습 재료가 좀 더 넉넉하게 있었으면 좋겠고, 타 공군부대에도 이러한 동아리가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글=송현숙/사진=조종원 기자

송현숙 기자 < rokaw@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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