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김성수 평론가의 대중문화 읽기

공정하고 과감했던 '백상'

입력 2019. 05. 09   15:42
업데이트 2019. 05. 0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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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상(賞)의 권위는 어디서 오는가?


배우 김혜자에 대상 안김으로써
원로들에게 존경·찬사 보내
여자신인상에 청소년 배우 선정
영화상에 ‘공작’·‘미쓰백’·‘버닝’ 등
인기나 관객수 아닌 작품성으로 평가
미래의 방향과 시대정신까지 담아 

 

제5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 수상자 김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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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 수상자 김혜자. 연합뉴스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대상 수상자 배우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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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대상 수상자 배우 정우성. 연합뉴스

‘백상예술대상’은 그 특별한 수상 범위 때문에 늘 미국의 ‘골든 글로브’하고 비교돼 왔다. 장르별 시상이 보편화돼 있는 한국에서 TV 콘텐츠와 영화 부문을 통합 시상하는 백상예술대상은 시사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교양과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까지 아우르는 유일한 대중문화 콘텐츠 어워즈로 자리매김해 왔다. 


 
TV·영화부터 연극까지… 다양한 콘텐츠 시상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심사 대상과 수상 분야를 넓혀가는 추세를 이어가다 올해부터는 연극 분야까지 부활시켜 그야말로 스토리가 있는 모든 콘텐츠를 심사 범위에 넣는 결단을 내렸고, 덕분에 3개 장르 관계자들의 관심과 기대 속에서 그 막을 올릴 수 있었다.

물론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너무 많은 분야를 시상하다 보면 시상식 전체를 쇼로 만들기 버거운 데다 상을 주고받는 시간이 늘어지다 보면 방청석의 열기도 식고 시청자들도 채널을 돌리게 마련이다. JTBC가 주관 방송사가 되면서부터 TV 분야의 심사 대상이 케이블까지 확대됐고, TV와 영화에 조연상과 예술(기술)상이 더해지면서 무려 30개 부문이 시상되는 상황은 심사위원들이나 집행위원, 제작진 모두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제55회 백상예술대상은 대성공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기준, 평가의 객관성과 더불어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미래적 관점과 시대정신에 대한 인식까지 망라된 수상 결과는 어워즈가 가져야 할 권위와 품격을 든든히 지킨 사례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TV부문 대상 김혜자·영화 부문 대상 정우성

백상예술대상은 TV 부문 대상에 김혜자를 선택함으로써 자기 자리를 ‘눈이 부시게’ 지켜온 원로들에게 찬사를 보냈으며, 영화 부문 대상에 정우성을 선택함으로써 시대의 증인으로 예술가의 정체성을 공고히 했다. 또한, 영화 작품상에 ‘공작’을 선정함으로써 분열과 대립의 시대를 마감해야 한다는 국민의 염원을 시대정신으로 품었다. 영화 ‘미쓰백’에 무려 3관왕(신인감독상·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을 안기면서 성 평등한 세상을 촉구했고, 남우조연상에 고(故) 김주혁을 선정하며 비운의 스타에 대한 예우를 다했다. 여자 신인연기상에 청소년 배우 이재인을 과감히 선정하고, 영화예술상에 ‘버닝’의 홍경표 촬영감독을 선정한 것은 한국 영화의 미래에 대한 방향 설정이 아닌가!

백상예술대상의 과감함과 공정함은 특히 TV 부문에서 돋보였다. 드라마 부문에서 지상파 TV는 단 한 개의 트로피도 가져가지 못했다. 그것은 최근 벌어진 지상파 드라마의 몰락을 반영한 것이었으며 각성을 촉구한 채찍이기도 했다. 논란이 많았던 ‘나의 아저씨’와 ‘SKY캐슬’에 주요한 상을 몰아준 것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의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명령이기도 했다. 교양 부문 작품상으로 ‘저널리즘 토크쇼J’를 선택한 것 역시 언론으로서의 TV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보여준 사례였다.


상 나눠갖기 아닌 엄격한 기준으로 수상자 선정

TV 예능 부문의 수상 결과는 더욱 주목할 만했다. 작품상을 받은 ‘전지적 참견 시점’과 남자예능상 전현무의 ‘나 혼자 산다’는 모두 한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이다.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상을 몰아줄 수 있는 용기도 엄격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일 뿐만 아니라 시청률만이 유일한 잣대인 예능판에 시청률 1, 2위를 다투는 프로그램이 아닌 작품을 수상자로 선정한다는 것도 이례적이다. 이는 백상예술대상이 좋은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기준을 세우려고 노력했다는 점이 돋보이는 선택이어서 충분히 칭찬할 만한 일이었다.

게다가 두 프로그램은 모두 관찰카메라를 활용해 고립된 현대인들이 서툰 관계맺기를 통해 사회화되는 과정을 예능적으로 접근한 작품들이다. 이런 범주의 프로그램이 ‘미운 우리 새끼’를 비롯해 다양하게 쏟아져 나왔고 공히 사랑받고 있다는 것은, 소통이 범람하는 듯 보이는 우리 사회가 한편으로는 극심한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기에 이를 놓치지 않은 백상예술대상을 칭찬할 수밖에 없다. 예능을 통한 위로와 치유의 기능을 높이 평가한 이 시상식의 기준은 각 장르 프로그램의 사회적 역할을 명확히 규정했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존중될 만하다.


쇼의 진행·무대 활용도는 아쉬워


물론 백상예술대상이 보완해야 할 점은 아직도 많다. 연극 부문이나 TV교양 부문은 단 한 개의 상밖에 없고, TV예능 부문도 그 영향력에 비해 너무 적은 부문밖에 시상하지 않고 있다. 이왕 욕심을 냈다면 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할 것이다. 쇼의 진행에도 아쉬움이 있는데, 안정적인 진행에 너무 신경을 쓰느라 진행자들의 개성이 거세됐고, 중앙 무대만을 활용하는 바람에 시상과 시상 사이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메꾸지 못했다. 아예 객석 중간에 보조무대를 다양하게 만들어 시선이 그리로 쏠리게 한 뒤 바로 공연이나 특별 코너를 이어간다면 중앙 무대 정리에 필요한 절대 시간을 축제를 풍성히 하는 데 쓸 수 있을 것이다.

대배우 김혜자는 수상소감에서 ‘눈이 부시게’ 속 대사를 인용하면서 지금 삶이 힘든 모든 사람에게 위로를 선사했다. 대중문화 콘텐츠가 존재하는 이유를 수상소감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고 입증하기 위해서 대중문화 콘텐츠 어워즈가 있는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백상예술대상이 더욱 그 권위와 품격을 높여 가길 기대한다.  <김성수 시사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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