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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베어 물면 고소한 냄새와 육즙이 입안 가득… 빌 게이츠도 반한 ‘진짜 같은 가짜 고기’

입력 2019. 05. 08   15:48
업데이트 2019. 05. 0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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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식물성 고기 제조업체‘비욘드 미트’


이선 브라운 어릴 적부터 고기 소비 방식 고민
2년여 연구 끝에 식물성 대체 고기 개발 성공
육즙은 물론, 고기 특유의 식감까지 완벽 구현
일반 고기보다 단백질 많고 포화지방은 낮아
2016년 ‘비욘드 버거’ 출시 선풍적인 인기
빌 게이츠·리어나도 디캐프리오 거액 투자
2일 나스닥 상장… 시가총액 5조 원 ‘훌쩍’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이선 브라운. 그는 어릴 적부터 고기 소비 방식에 대해 고민했고, 채식주의자가 된 후 ‘단백질 유통’ 과정을 획기적으로 바꾸고자 2년여의 연구 끝에 ‘100% 식물성 대체 고기’를 성공적으로 개발해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이선 브라운. 그는 어릴 적부터 고기 소비 방식에 대해 고민했고, 채식주의자가 된 후 ‘단백질 유통’ 과정을 획기적으로 바꾸고자 2년여의 연구 끝에 ‘100% 식물성 대체 고기’를 성공적으로 개발해냈다.

비욘드 미트의 대체 고기를 이용한 ‘비욘드 타코’.
비욘드 미트의 대체 고기를 이용한 ‘비욘드 타코’.

비욘드 미트의 로고. ‘고기를 넘어서’란 뜻으로 진짜 고기를 넘어선 풍부한 단백질과 식감을 제공한다.
비욘드 미트의 로고. ‘고기를 넘어서’란 뜻으로 진짜 고기를 넘어선 풍부한 단백질과 식감을 제공한다.

다양한 종류의 비욘드 버거. 육즙은 물론, 고기 특유의 식감까지 완벽하게 구현해 빌 게이츠는 물론 대부분 사람들이 ‘진짜 고기’로 착각할 정도다.
다양한 종류의 비욘드 버거. 육즙은 물론, 고기 특유의 식감까지 완벽하게 구현해 빌 게이츠는 물론 대부분 사람들이 ‘진짜 고기’로 착각할 정도다.

지글지글, 고소한 냄새와 함께 육즙이 주르륵 흘러나온다. 맛있게 구워진 고기를 미리 준비된 햄버거 빵 위에 올려 채소와 함께 베어 물면 금세 먹어치우게 되는 마성의 햄버거. 하지만 이 고기가 ‘진짜 고기’가 아니라면?

뉴욕타임스의 음식 전문기자도 눈치채지 못한, 감쪽같은 식물성 고기가 주재료인 ‘비욘드 버거’ 이야기다. 이 햄버거는 콩과 버섯, 호박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100% 식물성 고기를 만드는 ‘비욘드 미트’의 대표 상품이다.

창업자인 이선 브라운은 어린 시절 농장에서 주말을 보내며 다양한 동물과 함께 컸다. 동물들과 교감하며 그는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을 자연스레 고민해 보게 됐다. 특히 스테이크 섭취가 잦은 미국에서 그 누구도 도살방식 혹은 환경파괴 등에 관해 고민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했다. 자연스레 채식주의자가 된 그는 뉴욕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다양한 사업의 구동 방식을 배우며 ‘또 다른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회사를 세우기로 마음먹는다. 그의 타깃은 그와 같은 ‘채식주의자’들이 아니었다. 고기 자체를 더욱더 훌륭하게 섭취할 수 있는 ‘대체 식품’으로서 모두의 선택을 받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식품의 선택지가 다양해진 상황에서 단백질을 섭취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부 공장을 설립하고 과학자들과 공동 연구하며 고기와 최대한 비슷한 식감을 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2년여간 연구 끝에 2011년 첫 ‘대체 닭고기’부터 내놨다.

브라운은 시장을 빠르게 읽어냈다. 대체 닭고기의 반응은 크진 않았지만, 진짜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고기의 개발에 들어갔다. 고기지만, 고기가 아닌, 진짜 고기를 넘어설 수 있는 고기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빨간 채소인 비트를 사용해 핏물이 도는 육즙을 살렸고 소나 돼지에 있는 근섬유를 재현하기 위해 식물단백질을 추출한 뒤 식물성 원료와 혼합해 고기 특유의 식감을 구현했다. 햄버거를 먹을 때 느껴지는 패티의 느낌은 완두콩과 쌀 등을 섞어서 만들었다. 그렇게 2016년에 출시된 ‘비욘드 버거’는 채식주의자는 물론 일반 대중까지 사로잡으며 전 세계에서 2500만 개 이상 팔리며 선전했다. 일반 고기보다 단백질은 더 많고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은 현저히 낮은 데다 일반 동물 사육 시 사용되는 항생제 등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은 점이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실제 고기보다 70% 적은 물이 사용되고 온실가스도 95%나 적게 배출돼 환경파괴를 예방하고 식량부족 해결의 의미까지 더해졌다. 건강 및 복지 등을 우선시하는 젊은 밀레니얼 세대(미국에서 1982~2000년에 태어난 신세대를 일컫는 말)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 빈곤퇴치 운동을 펼치고 있는 빌 게이츠가 거액을 투자하며 “비효율적인 축산 시스템을 개선할 세계적인 대안”으로 극찬했고,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역시 투자를 진행하며 힘을 실어줬다.

결국 비욘드 미트는 ‘푸드테크(음식기술)’ 기업으로서 지난 2일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됐다. 시가총액은 44억 달러(약 5조1524억 원), 상장 첫날에만 163% 폭등하는 등 2000년대 닷컴 버블(인터넷 관련 분야가 성장하면서 산업 국가의 주식시장 지분 가격의 급속한 상승을 본 1995년부터 2000년에 걸친 거품 경제 현상) 이후 상장 첫날 최고 성적을 거둔 종목이 됐다. 이선 브라운 창업자는 “식물성 고기 시장은 미국 농장은 물론 전 세계의 경제를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며 앞으로 대체 고기 시장이 실제 고기 시장을 앞지를 것으로 확신했다.

실제로 시장조사 전문기관 유로모니터는 미국의 대체 육류 시장 규모가 현재의 14.4억 달러(약 1조6800억 원)에서 2023년 25억 달러(약 2조9275억 원)로 무려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동물과 교감하며 ‘육류 소비방식’을 고민했던 어린 소년은 채식주의자가 됐고, 이후엔 대체 고기를 발명하며 유통방식을 바꿨다. 고기를 사육하고 도축하는 데 드는 비용 및 방식, 환경파괴 문제가 계속 대두하는 상황에서 고기를 대체할 완벽한 대안이 있다면 이제 ‘육식의 종말’도 멀지 않은 듯하다. <송지영 IT 스타트업 칼럼니스트>


사진=비욘드 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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