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문화산책

[황두진 문화산책] 노트르담 대성당과 숭례문, 그리고 용기

기사입력 2019. 05. 02   15:23 최종수정 2019. 05. 02   15:26

  
황 두 진 
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가


2019년 4월 15일 파리의 상징과도 같은 노트르담 대성당에 화재가 발생, 지붕과 첨탑이 소실됐다. 불은 지붕의 목구조를 모두 태웠다. 석조 건물로만 알았던 고딕 성당에 나무로 된 부분이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성당 내부의 천장까지는 석재지만 밖에서 보는 금속성 지붕의 내부 구조는 목구조인 것이 맞다. 여러모로 상식을 깨는 사건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다음의 일이다. 프랑스 정부는 신속하게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복원’이 아니었다. 화재로 소실된 부분을 우리 시대의 기술과 재료로 다시 짓겠다는 것이었다.

아직 공식적으로 현상 공모가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세계 건축가들은 저마다 노르트담 재건 계획안을 발표하고 있다.

지붕을 금속과 유리로 만드는 안, 동대문 DDP처럼 비정형 건축으로 재구성하는 안, 시대 조류에 맞춰 지붕 안에 친환경적으로 숲을 조성하는 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사방에서 나오고 있다.

이미 프랑스의 대표적 부호들을 필두로 많은 사람이 재건 비용을 기부하고 있으므로 재정적으로도 문제가 없을 듯하다.

프랑스 정부가 계속 의지를 관철하고 여기에 건축가들의 호응까지 더하면 바야흐로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은 21세기 초반 세계 건축계의 일대 사건이 될 전망이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제발 건축가들은 관여하지 말라’는 주문도 등장한다.

그런데 6일 후인 4월 21일 부활절을 맞아 스리랑카에서 폭발테러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로 또 다른 분노가 뒤를 이었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일주일 만에 ‘서구 중심주의’를 확인하는 사례로 지목되기에 이르렀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2008년 2월 10일, 대한민국 숭례문이 방화로 인해 상당 부분 소실됐다. 방화범은 한국 전통건축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던 것일까. 가장 진화하기 어려운 부분인 지붕 속 적심에 불이 붙었다.

서울 시내의 소방차는 다 모이다시피 했지만, 밖에서 뿌리는 물은 당연히 지붕을 따라 흘러내릴 뿐, 안에서 타고 있는 불을 제어할 수는 없었다

노트르담 대성당과 숭례문은 기본 구조가 다르지만, 목제 지붕 안에 불이 붙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화재라 일반적인 화재 진압 방식을 시도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도 같다.

숭례문은 복원됐다. 전통방식을 사용했다고 했지만, 이미 그 방식 자체가 시대에 맞지 않아 여러 문제를 낳았다. 복원이 아니라 노트르담 대성당처럼 새로운 방식의 재건을 주장하는 의견이 당시에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나는 지붕을 건식으로 구성, 그 안에 기체 방식의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자는 의견을 몇몇 강연에서 얘기한 적이 있다. 당시 이미 대형 한옥 공사에서 시도되던 방식이었다. 상실감의 정서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그런 제안이 받아들여질 분위기도 아니었지만, 나 또한 그 이상 발언하지는 못했다. 지금 노트르담 대성당의 재건에 관한 논의를 접하며 그때 용기가 좀 더 필요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에 대한 의견 개 있습니다. 로그인 후에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