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제임스 위니필드의 『걸프전 항공전역 분석』 (A League of Airmen: U.S. Air Power in the Gulf War. Rand Publishing. 1

걸프전은 항공력 운용의 표본전
미 국방부 항공전 관련 권위있는 분석서
연합군 승리에 절대적 기여한 항공력
합동작전서도 역할 지속적으로 증가
각 군 역할·기여도의 상관관계 강조  

걸프전쟁은 항공력의 중요성과 효과를 입증함으로써 현대전에서 항공력 운용의 표본과 같은 전쟁이었다. 『걸프전 항공전역 분석』은 미 국방부가 항공전에 관해 공식적으로 서술한 내용 중 가장 권위 있는 분석서로, 걸프전쟁의 배경, 항공전역(Air Campaign) 기획, 군사력 전개, 항공전역 수행, 중앙집권적 지휘통제 등 항공전역에 연관된 분야를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 특히 항공력 운용 사례를 이론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현대전쟁의 양상과 군사전략 및 교리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Instant Thunder’와 사막의 폭풍 작전

‘사막의 폭풍 작전’에서 항공전역은 항공력의 전략적 역할에 중점을 두고 ‘Instant Thunder’라는 개념계획으로 시작됐다. ‘Instant Thunder’는 공군이 작전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만, 모든 군이 많은 훈련과 워게임을 통해 발전시킨 합동작전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이라크의 전략적 중심에 대해 신속하면서도 집중적이고 정교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수립됐으며, 존 와든 대령의 저서인 『항공전역』(1988)을 기반으로 기획됐다.

존 와든 대령은 한 국가의 기능적 체계를 5개의 동심원으로 형상화하고 중앙에 위치할수록 전쟁의 승패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중심’으로 가정했다. 동심원의 가장 가운데에는 전략적 표적인 지휘체계를 두고 외곽에 주요 전략산업, 국가 기반시설, 인구가 위치하며 가장 외곽의 원에는 전술적 표적인 야전 군사력이 위치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은 이라크 정권 무력화, 공중우세 확보 등 5개 전역목표와 이에 연관된 12개의 표적체계 선정에 우선순위를 제공해 전구사령관의 전력운영 중점이 전략적 중심에 집중될 수 있도록 항공전역계획 과정에서 폭넓게 반영됐다.



군사력 전개와 지원시설 구비

‘사막의 폭풍 작전’에 앞서 미국은 ‘사막의 방패 작전’을 통해 역사상 가장 먼 거리에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신속하게 이동시켰다. 미국에서 8000마일 이상 떨어진 전쟁지역으로 전력을 이동시키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라크 남쪽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러한 전개전력을 수용할 수 있는 항구, 비행장, 고속도로, 통신시설 등과 같은 광범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기에 전략공수를 가능하게 했다. 미국은 전쟁 이전 충분한 군사력을 전개해 군수지원 능력이 확보된 매우 유리한 상황에서 전쟁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항공전역 수행

걸프전쟁에서 항공력을 통한 결정적이고 획기적인 성과는 전쟁 개시 후 수 분 만에 공중우세를 획득한 것이다. 그리고 개전 첫 24시간에서 72시간 사이에 전역의 주요 성과가 달성됐다. 이라크 통합 방공망과 지휘부의 지휘통제·통신체계를 파괴해 이라크군의 기능을 마비시켰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그것은 복구되지 못했다. 전선에 배치된 야전군과 지휘부의 통신두절은 이라크군의 사기를 저하시켰고 전쟁지휘체계를 와해시켰다. 또한 국가핵심 전력시설 등이 파괴돼 이라크 지도부는 국민과 군대로부터 분리됐다. 그로 인해 이라크는 전쟁 수행 기능과 의지를 상실해 많은 잔존 병력에도 불구하고 패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항공력에 대한 중앙집권적 통제

지상군 지휘관은 지상전투에 영향을 미치는 전술적 표적에 관심을 뒀으나 합동군 총사령관인 중부사령관과 합동군 공군구성군사령관은 전구 차원의 전략적 시각을 유지했다. 걸프전쟁은 2차 대전 이후 합동군 공군구성군사령관의 지휘통제하에서 처음으로 모든 항공력을 운용한 전쟁이었다. 합동군사령관인 노먼 슈워츠코프 장군은 항공력이 전술적 수준이 아니라 전략·작전적 수준에서 운용해야 하는 전력이며 합동군 공군구성군사령관의 중앙집권적 통제를 통해 운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견해는 항공력이 전쟁목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인 수단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일부 지상군 지휘관들이 항공자원에 대해 전술적인 표적으로 분산하려는 인식을 강력하게 견제하는 것이었다.



정보의 중요성과 한계

항공력에 대한 중앙집권적 통제가 이뤄진 항공전역에도 불구하고 정보상의 한계가 있었다. 미군은 겨우 몇 대의 스커드 이동발사대를 파괴했는데, 이는 실제 위치 식별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미군의 항공전역 개시 첫날, 이라크군은 스커드 미사일 88발을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주둔한 다국적군을 향해 발사했다. 미 정보당국은 이라크군이 36~48개의 발사대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했으나 실제는 225개에 가까운 발사대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미군은 이라크가 미사일 발사 후 발사대를 이동하는 데 30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평가했으나, 실제로는 5~6분 정도의 시간만이 소요됐다.

이라크군은 전쟁 이전에 발사대와 미사일, 지원 장비를 분산 배치했으며, 발사 후에는 신속하게 위장막으로 은폐했기에 이를 다시 이동시키거나 은폐하기 이전의 짧은 시간에만 공격할 수 있었다. 항공력은 인식된 목표물을 명확하고 신속하게 파괴할 수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사전 정보가 제공돼야 하며 개전 이후에도 표적 정보 획득을 위한 감시·정찰 능력이 요구됐다.



항공력의 능력과 제한사항의 이해

걸프전쟁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표현처럼 ‘공군력의 가치’를 확증했다는 것이다. 딕 체니 전 국방장관은 “항공전역이 결정적인 것이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항공력을 통한 정밀유도무기의 운용은 전략폭격의 본질을 변화시켰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축구장 3분의 1 크기의 표적을 90% 이상 파괴하기 위해서는 9000발 이상의 폭탄이 필요했다. 그러나 걸프전쟁에서는 똑같은 규모의 표적에 F-117 스텔스 전투기 1대가 1발을 발사해 동일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즉, 도시와 인구에 대한 부수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요망하는 전략적 효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항공력이 연합군의 승리에 절대적으로 기여했으며, 합동작전에 있어서 항공력의 역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상군과 해군이 없는 전쟁에서 공군이 단독으로 승리할 수 없고, 공군과 해군의 지원이 없다면 지상군도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며 각 군의 역할과 기여도에 대한 상관관계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걸프전쟁에서 항공력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미래의 전쟁은 현재와는 상이할 것이고 제한된 여건에서 발생할 수 있기에 항공력 운영에 대한 또 다른 기회와 도전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항공력의 능력과 제한사항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이 중요하다.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존 와든의 주장처럼, 전쟁의 목표와 유형에 따라 공·해·육군 가운데 주도하는 군과 지원하는 군을 명확하게 구별해 군사력을 조화롭게 운용한다면 설정한 전쟁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킨 걸프전쟁에서 항공력의 전략적 운용에 대한 이해는 한반도 안보환경에서 국가이익을 달성함에 있어 항공력을 어떠한 방향으로 건설하고 운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