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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종교와삶] 화합은 따뜻한 봄볕과 같아

입력 2019. 04. 23   15:28
업데이트 2019. 04. 2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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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해군3함대 군종실장·소령·법사
이경일 해군3함대 군종실장·소령·법사

최근 반가운 봄비가 내렸습니다. 그동안 계속된 봄가물에 걱정이 많았는데 해갈에 도움이 되는 고마운 단비였습니다. 건조한 일상이 계속된다면 우리의 삶과 마음도 메말라 갈지 모릅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서로 대립하고 다투는 일을 자주 보게 됩니다. 세계 곳곳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고 시기와 미움으로 많은 슬픔과 아픔이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은 ‘화합’일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몸담은 군 생활에서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해나가기 위해 화합은 더욱 중요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화합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대부분 잘 알고 있지만, 때로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상대방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는 차별의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통일신라 시대 화쟁(和諍) 사상으로 화합을 이루고자 했던 원효 스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옷을 짓는 데는 작은 바늘이 필요한 것이니 비록 기다란 창이 있다 해도 소용이 없고, 비를 피할 때도 작은 우산 하나면 충분한 것이니 하늘이 드넓다 하더라도 따로 큰 것을 구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작고 하찮다 하여 가볍게 여기지 말지니 그 타고난 바와 생김생김에 따라 모두가 다 값진 보배가 되는 것이다.”

창과 바늘이 싸우면 창이 이기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옷 짓는 데는 바늘이 꼭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하나의 기준으로만 우월을 구분하기보다는 각각의 역할을 다할 때 그 모습으로 이미 모두가 다 값진 보배임을 알아야 합니다. 상대방의 존재와 역할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감사할 때 비로소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과 견해가 다른 사람을 ‘틀린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빨간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면 빨간 모습으로 보이고, 파란 안경을 쓰면 파란 세상만이 보입니다. 안경을 벗지 않은 채 세상이 어떤 색인지, 어떤 색이 옳은지 하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가져야 할 모습은 상대방의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화합과 단결의 모습입니다.

중국 명나라 홍자성이 지은 『채근담』에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란 말이 있습니다. “남을 대하기는 봄바람처럼 관대하고, 자기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에 내리는 서리처럼 엄격하게 하라”는 뜻입니다.

실상 우리 주변을 보면 이와 반대로 세상을 사는 사람이 많고 저 역시 그렇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내가 잘못했을 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며 온갖 핑계를 대면서 남이 똑같은 행동을 했을 땐 지적하고 ‘왜 저럴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열고 상대방을 따뜻하게 대해야겠습니다.

화합하는 마음은 따뜻한 봄볕과도 같습니다. 봄볕은 얼음을 녹이고 싹을 움트게 하고 꽃을 피웁니다. 이렇게 온 세상에 따뜻한 변화를 주는 힘이 바로 화합의 힘입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화합을 실천하는 모습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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