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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궁 11회] 낡은 표적기, 정성 다했지만 안타깝게 추락

신인호 기사입력 2019. 04. 23   15:44 최종수정 2019. 04. 23   15:52

 시험평가에서는 개발자와 운용자간의 입장차가 드러나기 마련이어서 평가항목과 방법 등에 관한 이해와 합의가 중요하다. 기간 중 발사되고 있는 신궁 유도탄. 사진 = 국방과학연구소

하나의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데 10년의 세월이 걸린다고 할 때, 대부분 마지막 2년 정도는 무기체계 개발의 핵심적인 단계인 시험평가(T&E : Test and Evaluation)로 진행된다. 시험평가는 목적상 개발 단계에서 양산(量産)을 갈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한 종합적 판단 자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군이 요구하는 운용 환경에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절차이다.

물론 체계개발 단계에서 부품 또는 서브시스템별로 요구 성능에 대한 충족도와 신뢰도를 확인하기만 시험평가는 화력 및 기동, 생존성 등 요구능력(ROC : Requirement Operational Condition)은 물론 인간공학적인 적합성, 조작의 편의성과 안정성, 고·저온시험을 포함한 환경성, 기존 무기체계와의 적합성 등을 총괄적으로 평가하는, 즉 개발한 무기체계가 군이 요구하는 성능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는 종합시험평가를 일컫는다.


크게 개발자가 주관하는 기술시험(Development T&E)과 소요군이 주관하는 운용시험(Operational T&E)으로 나뉘는데 시스템의 안정성과 기술적 성능을 입증하는 것이 기술시험이라면 운용시험은 실전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무기체계 개발자와 운용자 간에 입장과 시각을 달리하는 면이 나타나기 마련이어서 시험평가에 들어가기 앞서 평가항목과 방법 등에 관하여 상호 의견 교환과 합의가 필요하다. 또 시험평가자에게는 공학적 판단 능력, 시스템이 임무 수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포괄적 이해, 개발 과제의 중요도에 대한 이해, 목적 지향적,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균형된 이해, 편향되지 않은 사고방식 등이 요구되기도 한다.

시험평가 백미는 표적 사격

신궁은 2002년 4월부터 12월까지 각 부품 및 부체계가 조립, 완성된 시제로 자체적인 종합시험 즉 기술시험평가를 실시했다. 수많은 항목에 걸쳐 시험하고 평가를 하지만 시험평가의 백미는 역시 대공 표적에 대한 사격이다.

그 사격시험의 실시 여부는 80~90%가 표적기의 운용에 달려있다. 표적기를 준비하고 사격 후에 다시 표적기를 회수하기까지는 하나의 전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표적기의 비행이 잘 안됐을 때 받아야 하는 질타는 관계자가 아니면 정말로 이겨내기 어려운 고통이다. 표적기를 준비하고 비행을 담당하는 당사자들이 아니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이다.

우선 저속 표적기. 신궁 사격시험을 위해 TS-1이라는 표적기를 도입했다. 운용에 문제가 없어 신궁 유도탄이 백발백중의 성능을 발휘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고속 표적기가 문제였다.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마’를 개발하면서 1992년에 도입한 비치크래프트(Beechcraft)사의 MQM-107B와 1982년 솔개(RPV) 사업 때 구입한 표적기 추적 및 통제장치(TTCS:Target Tracking & Control System)를 운용해 고속표적사격을 해야 했다.

때문에 표적기 팀은 정비에 각별하다고 할 만큼 갖은 정성을 다 쏟아 준비를 했다. 왜냐하면 TTCS는 천마 시험 때에도 수리부속이 단품된 상태에서 새로운 부품을 사용한 회로로 적용해 어렵게 운용한 바 있어 신궁 사격을 위해 공군 방공포병사령부에서 폐기 처분한 수리부속까지 동원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정상비행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고, 하나의 무모한 모험이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천마’개발 때도 활용되었던 MQM-107B 표적기가 시험상공을 향해 이륙하고 있다. 동영상에서 캡처. 사진 = 국방과학연구소

안타까운 표적기 추락


표적기를 담당한 팀은 고속 표적기에 대한 시험을 앞두고 “이것만 잘 날라주면 더 바랄 게 없다”며 가슴을 조아렸다. 드디어 2002년 4월 18일. 고속표적에 대해 사격할 날이 밝아왔다. 날씨도 좋았다. 고속표적기는 사전 준비 중에 여러 번 말썽부렸다. 그래도 준비된 시각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굉음과 함께 발사대를 박차고 날아갔다.

표적기에는 길이 25cm, 길이 120cm의 견인 표적이 매달려 비행했다. 표적기와의 거리는 약 1.5km. 표적기의 비행 속도는 워낙 빨라 80여 명의 시험요원과 관람석의 참관자 누구도 견인 표적을 보기가 어려웠다. 표적기 팀은 고속표적기를 최대한 사수에 가깝게 비행시켰다. 그래도 누구도 견인표적을 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두 바퀴를 돌던 표적기의 엔진이 갑자기 멈춰버렸다. 해상에서 긴급 회수했다.

표적기 팀은 초조했다. 또 우울했다. 준비된 두 번째 표적기를 비행시켰다. 발사대를 박차고 날아간 시각이 오후 4시 33분. 아,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표적기가 좌측 방향으로 휘면서 안면도 쪽으로 총알같이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표적기는 정주석 선임기술원과 TTCS를 운용하던 이동국 선임연구원의 어떠한 처방도 듣지 않았다. 1분 40초 후 표적기는 안타깝게 추락하고 말았다.

그때 사업책임자 이운동 박사의 얼굴이 순식간에 돌변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모든 사람이 숨을 죽인 채 표적기가 사라진 안면도 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다만 바다에 떨어져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그 가운데 유일한 소망이었다. 실제로 추락한 표적기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빨리 들어오기를 기도하는 일밖에는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긴장된 시간이 45분이 흘렀다. 오후 5시 15분경에 안면도 조그만 동네 논바닥에 국방과학연구소의 비행기가 추락했다고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대형사고’될 뻔한 아찔함 느껴


이운동 박사는 곧바로 그 지역을 잘 아는 시험단의 민방위 중대장과 함께 마을로 달려갔다. 도착하니 분노한 주민 30여 명이 표적기 잔해가 흩어져 있는 논 주위에 모여서 연구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민들의 기세는 한마디로 무서웠다. 주민들은 “바다에서 우리의 생업인 고기잡이를 못하게 하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농사까지도 못하게 하려느냐?”고 외쳤다. 이 박사는 큰 죄를 지은 죄수와 같이 고개를 푹 숙였다. “우리도 국가를 위해 일을 하다가 사고를 저질렀으니 용서해 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다. 주민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현장은 상상외로 너무나 아찔한 사고였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모내기를 위해 물을 채운 논바닥에 추락한 표적기가 산산조각 난 것을 두고 말함이 아니라 추락하는 과정이 그러했다. 표적기는 마을 뒷산의 나뭇가지를 스쳤는데 미처 펴지지 못한 낙하산이 나무에 걸려 감속이 되면서 마을 뒤를 지나는 고압선과 상전선의 20여m 사이를 통과해 추락한 것이다. 만약에 고압선이나 상전선에 걸렸으면 마을 전체가 불바다가 됐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밭에서 일하던 사람이나 농가를 덮쳤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만하기를, 정말 하늘에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는 ‘엄청난’ 사고였다.

그날 밤 10여 명이 시험요원들은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켜고 눈에 뜨이는 표적기 잔해를 모두 거둬들였다. 새벽 1시에 숙소에 들어가 쉰 다음 새벽 6시에 모든 시험요원(25명)들이 다시 현장으로 달려가 기름으로 뒤덮인 물이 찬 논에 기름 흡착포를 깔았다. 시간이 지나면 흡착포를 뒤집고, 새것으로 갈아서 펴기를 오후 6시까지 반복해 겨우 눈에 띄는 기름을 모두 제거했다. 불평은커녕 오직 동네가 불바다가 되지 않은 것을 감사하고 감사해 했다.

그 후로 피해보상 협상과 처리 문제로 어려움이 많았으나 논 주인 부부가 착한 분들이어서 빠른 기간 내에 모든 문제를 마무리 할 수 있었고, 그리고 고속표적기의 노후 상태를 보고해 군 운용시험에는 견인표적이 아닌 고속표적기에 직접 사격할 것을 결심 받았다.

■ 이 글은 국방일보의 자매지인 월간 ‘국방저널’ 특별기획으로 2007년 연재된 ‘승리의 믿음 신궁, 개발에서 전력화까지’ 기사로서 국방일보 홈페이지 게재를 위해 일부 재구성하였습니다.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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