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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 수
<사진가>
새순이 나고 꽃망울이 터지는 들녘에 새들의 노랫소리가 요란하다. 번식기를 맞아 짝을 찾고, 둥지를 틀고, 생명을 이어가는 자연 현상이다. 이 시기에 대부분의 동물은 집을 필요로 한다. 2세를 낳고 키우는 안전한 장소가 바로 그들의 집이며, 그 집터를 두고 동종 간 혹은 이종 간 경쟁한다.
새의 경우 둥지의 형태가 다양하다. 까치는 매년 둥지를 보수하거나 인근에 새로 짓는다. 딱따구리는 나무에 구멍을 뚫어 둥지를 튼다. 스스로 구멍을 팔 수 없는 딱새나 박새 등 작은 새들은 기존의 구멍을 선점하려고 경쟁한다. 반면에 쇠제비갈매기, 꼬마물떼새 등 물새들은 특별한 둥지를 만들지 않고 맨땅에서 번식한다. 농촌의 오래된 느티나무에서는 올빼미, 원앙이, 찌르레기, 후투티가 각각 크고 작은 구멍 속에서 번식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동물은 번식이 끝나면 집을 떠난다. 까치가 떠난 까치집은 새호리기, 파랑새 등 다른 동물이 번식 장소로 이용한다. 딱따구리가 파놓은 구멍에는 소쩍새가 번식한다.
동물에게 집이란 무엇일까? 번식이나, 추위를 피하기 위한 임시 공간이고 공유의 개념이다. 우리가 미천한 동물이라고 무시하지만, 소유욕이 없는 그들은 인간보다 현명하게 더불어 살고 있다.
인간에게 집이란 무엇일까? 수렵채집 시대의 원시인들은 먹이를 따라 이동하면서 맹수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동굴 생활을 했다. 농경생활에 접어들어 정착하게 되자 식량 저장을 위해 집을 지었다. 축적된 식량이 늘고 재산이 형성되면서 집은 소유와 다양한 휴식·문화 공간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집값이 천정부지인 우리나라에서는 집이 재산목록 1호이며, 사람들은 한평생을 집과의 투쟁으로 일관한다.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2008년부터 100%를 넘고 있지만, 자가보유율은 2017년 기준 61.6%밖에 되지 않는다. 부의 증식 수단이 된 집 때문에 내 집 없는 사람이 절반이고, 한평생 월급을 모아도 내 집은커녕 수도권 전세아파트 입주도 어려운 형국이다.
인구절벽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주택난이다. 단란한 신혼을 꾸릴 집을 마련할 수 없어 결혼을 미루고, 결혼한 가정도 집 장만을 위해 맞벌이를 해야 하니 출산은 뒷전으로 밀린다.
오늘(22일)은 50번째 맞이하는 지구의 날이다. 서울과 뉴욕을 비롯, 세계 곳곳에서 단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기 위한 행사가 열린다. 약 46억 년 된 지구의 주인은 인간만이 아니다. 화석으로 보면, 지구상에 나타난 최초의 인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약 300만~350만 년 전으로 추정한다. 새는 6500만 년 전에 존재했다. 지구상에 나타난 생물 중 막내 격인 인간에 의해 지구는 ‘제6의 대멸종기’에 접어들고 있다. 인간의 그칠 줄 모르는 욕심으로 발생한 환경재앙과 기후변화가 그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지구의 날을 맞아 우리 인간이 소유보다는 공유를 실천하고, 더불어 사는 동물의 삶을 생각하면서, 멸종 시기를 늦출 대안은 없는지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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