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명

오늘의 전체기사

2019.06.16 (일)

HOME > 오피니언 > 한 주를 열며

[민경숙 한주를 열며] 나 또한 꽃을 피우는 꽃나무였음을…

기사입력 2019. 04. 12   16:36 최종수정 2019. 04. 13   11:33

민 경 숙

미디어데이터기업 TNMS 대표



지금 여기저기에서 개나리·진달래가 한창 피고 있다. 이 꽃들을 보면 “정말 예쁘구나” “어쩜 이렇게 고운 색깔을 낼까”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이 꽃들의 아름다움에 반해 가던 길도 멈추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흔히 보게 된다. 꽃들로 인해 잠시나마 즐겁고 행복한 순간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꽃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 중에 과연 몇 명이 지난겨울 동안 이들이 잎도 없이 앙상한 가지로 서 있을 때 따스한 눈길로 이들 꽃나무를 응원했을까? 꽃나무들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려고 발버둥 치는 안쓰러운 모습을 마음 아파하면서 잠시라도 그 앞에 머문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 꽃나무들이 봄이 와서 마음껏 자신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자 이제야 사람들은 이 꽃나무들 앞에 모여든다. 꽃들의 아름다움과 화려한 모습만 공유하고 긴 겨울 앙상한 가지로 힘들 때 자신들을 외면한 이 사람들을 꽃나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꽃나무들은 꽃을 활짝 피운 자신의 성공한 모습 앞에서 찬사를 보내고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이 우스워 보일 수도 있겠다.

그 긴 겨울 동안 무수히 그 꽃나무 앞을 많은 사람이 지나갔겠지만, 사람들은 그 꽃나무가 봄에 꽃을 피우기 위해 겨울 동안 그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 않았다. 예쁘지 않으니까 그냥 지나간 것이다. 꽃이 없어 앙상한 가지로 볼품이 없으니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그 겨울에도 그 꽃나무는 봄에 꽃을 피우려고 노력하고 있었고 생존의 싸움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꽃이 있어도 꽃나무, 꽃이 피지 않아도 꽃나무는 같은 꽃나무였던 것이다.

60대가 되어보니 젊은 시절 경험했던 많은 좌절이 다시 생각나곤 한다. “내 인생에도 꽃이 필까?” 하는 생각이 나를 번민하게 했고, 남몰래 눈물 흘리게 했고, 좌절하게 했다.

하지만 이 나이에 내 인생을 살펴보니 그때도 나는 꽃나무였던 것이 틀림없다. 내 인생에 봄이 와서 꽃을 피울 수 있었든 없었든 그것과 관계없이 나는 꽃나무였다. 긴 겨울, 꽃이 없어도 꽃나무였던 개나리·진달래처럼 말이다. 그 많은 개나리와 진달래가 모두 겨울을 잘 이겨내고 봄이 되면 꽃을 피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다 알지는 못하지만, 분명 어느 곳에서 어떤 개나리와 진달래는 혹한(酷寒) 속에서 수명을 다했을 수도 있다. 봄이 빨리 오지 않아 겨울이 길어 아쉽게 꽃을 피우지 못하고 수명을 다한 개나리·진달래라 할지라도 우리는 그 개나리와 진달래를, 개나리·진달래가 아니라고 부인하지 않는다. 내 인생에 꽃이 피든 안 피든 나는 꽃나무인 것이다.

사람들이 내가 꽃나무인지 모르고 지금 나의 앙상한 가지만 있는 모습을 보고 나에게 관심과 시선을 주지 않고 나의 잠재력과 실력을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슬퍼할 필요가 없다. 나는 겨울을 이겨내고 있는 꽃나무이니까.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에 대한 의견 개 있습니다. 로그인 후에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