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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부는 내 자부심… ‘희생하는 의사 돼라’ 말씀따라 장병 건강 지키겠다 ”

최승희

입력 2019. 04. 07   16:05
업데이트 2019. 04. 0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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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후손 릴레이 인터뷰


  <9> 박동렬 선생 손자 육군3사단 불사조대대 박재건 대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한 우리 군 장병의 자부심을 고취하고 독립유공자의 삶을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한 특별기획 ‘독립유공자 후손 장병 릴레이 인터뷰’를 위해 지난 5일 찾아간 곳은 육군3사단 불사조대대. 그곳에서 독립유공자이자 대한독립회복연구단의 단원으로 항일 독립운동을 전개한 박동렬 선생의 손자 박재건 대위를 만났다. 





조부 떠올리면 항상 마음이 뿌듯

“독립유공자이신 조부는 제게 ‘자부심’입니다. 조부를 떠올리면 항상 마음 한쪽이 뿌듯합니다. 그리고 제가 그분의 발자취를 따를 수는 없겠지만 행동하면서 늘 조부께 누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박 대위는 경북 안동의 안동농림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대한독립회복연구단 독립운동을 전개하다 일제에 의해 고초를 겪은 박동렬 선생의 손자다. 조부께서 돌아가신 지 10년이 지났고 당시 어렸을 때라 조부와의 기억이 많지는 않지만, 조부님 댁을 찾을 때면 항상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등 도움 되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전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독립운동에 대해 들은 적은 없다고 했다.

어려운 독립유공자 후손 안타까워

“사실 조부께서 제게 당시 활동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신 적은 전혀 없습니다. 가족들에게 전해 듣기로는 그 시절 조국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고 생각하셔서 손자인 저뿐만 아니라 남들 앞에서도 이야기하지 않으셨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간혹 그 시절 이야기를 꺼내실 때면 당시 옥고를 치르다 순국한 동료들을 떠올리며 안타까워하셨다고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조부께서는 독립유공자 혜택이 더 많은 사람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것을 많이 아쉬워하셨다고 했다. 현재 독립유공자 혜택은 본인부터 손자까지 3대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로 독립운동하신 분들이 조부보다 훨씬 이전 분들이라 그분들 손자들은 지원 연령 초과로 혜택을 못 받는다고 하셨단다. 박 대위는 조부께서 본인보다 훨씬 훌륭하신 분들이 많으신데 그 분들 후손이 굉장히 어렵게 사는 경우도 많고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해 늘 마음 아파하셨다고 덧붙였다.

‘환자를 위하는 마음가짐’ 강조

불사조대대에서 군의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박 대위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신경과 전문의 과정을 거쳐 임관했다. 그는 ‘의사’로 진로를 정하고 의과대학에 진학할 때 조부께서 해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조부께서는 “‘의사’라는 직업은 희생하는 직업이다. 네가 의사가 되기 위해 이제까지 노력했고 앞으로도 많은 역경을 이겨내야겠지만, 의사가 되고 나서 그걸 보상받으려고 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환자를 위해서, 환자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희생하는 의사가 되도록 하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환자를 위하는 의사의 마음가짐을 강조하셨던 건 지금 생각해보면 개인보다 국가를 위해 독립운동하신 조부님의 희생 정신이 깃든 말씀이셨던 것 같아요.”

이 때문일까? 그는 대대 군의관으로 근무하면서 조부의 말씀을 늘 마음에 새기면서 장병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장병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한다고 털어놨다.

“장병들이 의무대를 찾아올 때는 주로 호흡기·근골격계 질환이 많아서 제 전문성을 살려 진료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는 의학 지식과 부여된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진료하려고 힘쓰고 있습니다. 진료를 못 한다고 하기보다 끝까지 책임감을 갖고 해줄 수 있는 건 최대한 해주려고 하는 편이지요.”

독립유공자 혜택 범위 확대돼야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며 조부를 비롯해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됐다”며 “조부께서 나라에 기여하고 희생한 만큼은 아니더라도 군의관으로서 복무하는 동안 장병들의 건강을 위해 힘쓴 뒤 명예롭게 전역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얘기를 꼭 적어줬으면 좋겠다”며 말을 이어갔다. “조부께서도 말씀하셨지만, 독립유공자의 혜택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독립유공자 후손분들 인터뷰를 보니 증손자들이 많더라고요. 조부님의 바람처럼 좀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이경원 기자


최승희 기자 < lovelyhere@dema.mil.kr >
사진 < 이경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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