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쟁과 게임 시즌2

승률은 고작 1%…승패 집착 않고 과정 즐긴다

입력 2019. 03. 21   16:11
업데이트 2019. 03. 2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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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배틀로얄 3대 게임


1
배틀로얄 열풍 일으킨 ‘배틀그라운드’
참가자 수 100명, 매번 달라지는 플레이
팀 대 팀 승률 50% 기존 게임의 틀 바꿔 

 
2
‘포트나이트’ 북미·유럽 시장 사로잡다
캐주얼한 분위기에 건축 시스템 도입
콘솔 기기 중심 서구 게임환경에 잘 맞아

올해 출시한 ‘에이팩스 레전드’ 1위 등극

화면구성 보기 쉽고 역동성 더해져

미래풍 캐릭터 디자인과 환경 신선  

한때 ‘스팀’ 동시접속자 수 세계기록을 보유했던 ‘배틀그라운드’는 후발주자들의 추격에 직면했다.
한때 ‘스팀’ 동시접속자 수 세계기록을 보유했던 ‘배틀그라운드’는 후발주자들의 추격에 직면했다.
‘포트나이트’ 는 ‘배틀그라운드’를 제치며 신흥 강자로 떠올랐지만, 동아시아 권역에서는 크게 힘을 못 받는 추세다.
‘포트나이트’ 는 ‘배틀그라운드’를 제치며 신흥 강자로 떠올랐지만, 동아시아 권역에서는 크게 힘을 못 받는 추세다.
소리없이 떠오른 신흥 강자 ‘에이팩스 레전드’는 배틀로얄의 완성형이라 불리며 2019년 게임 판도의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필자 제공
소리없이 떠오른 신흥 강자 ‘에이팩스 레전드’는 배틀로얄의 완성형이라 불리며 2019년 게임 판도의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필자 제공

2000년도에 개봉해 독특하고 충격적인 설정으로 사람들 뇌리에 강한 충격을 던졌던 일본영화 ‘배틀로얄’이 20여 년 뒤에 새롭게 떠오르는 이름이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느새 게임계에서 대세가 된 배틀로얄이라는 이름은 새로운 온라인게임의 장르로 확고히 자리하며 이제는 20년 전 영화보다 게임 장르를 먼저 떠올릴 정도가 됐다. 


 
배틀로얄 흥행의 선두주자 ‘배틀그라운드’

배틀로얄 게임의 열풍은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가 대형 흥행을 일으키면서 시작됐다. 100명의 플레이어들이 하나의 섬에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린 뒤 각자 무기와 장비를 들고 좁아지는 안전지대 안에서 싸우며 살아남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배틀로얄 방식의 액션 게임은 기존 온라인게임들과는 사뭇 다른 흥분을 제공했다.

우선 100명이라는 참가자 수는 기존 게임에서 보기 드문 멀티플레이였다. ‘오버워치’가 팀당 6명씩 총 12명이 전장에 참가하고, ‘리그 오브 레전드’가 5인 2팀 10명의 전장이라는 것과는 사뭇 다른 수치였다. 1개 중대급 인원이 제각각의 플레이를 선보이는 통에 ‘배틀그라운드’의 전장은 더욱 많은 변수 앞에 각각의 플레이어를 내놨고, 매 플레이마다 완전히 달라지는 상황은 지루함을 덜어내는 힘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더해 팀 개념이 희박해지는 게임 구성은 배틀로얄 장르의 재미를 남다르게 만드는 중대한 변화의 중심이었다. 솔로 플레이, 2인 플레이, 그리고 많아야 한 팀에 최대 4명이 전부인 ‘배틀그라운드’의 팀 플레이는 100명의 전장 규모를 생각한다면 적 96명에 아군 4명인 상황을 만들어냈다. 산술적으로만 따진다면 이 게임 한 판의 최종 승리 확률은 솔로 플레이일 경우 100분의 1, 1% 수준에 머무른다. 4인 팀플레이라고 해도 승리 확률은 4% 언저리에 머무른다.

매 판의 승패를 놓고 펼쳐지던 기존 온라인 게임들이 대체로 양 팀의 인원수와 레벨을 맞춰 적정 승률을 늘 50%로 맞추고자 했던 것으로부터 ‘배틀그라운드’는 완전히 벗어났다. 애초부터 기대 승률이 낮은 배틀로얄 장르에서 승리는 매 판 반드시 기대해야 하는 무언가가 아니었다. 어쩌다 1위 하면 좋은 것 정도의 느낌으로 사람들은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했다. 덕분에 승패에 대한 강한 집착은 도리어 줄었고, 게임 과정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플레이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배그’ 인기 눌러버린 ‘포트나이트’


이런 변화를 적절하게 구성해 낸 것에 힘입어 ‘배틀그라운드’는 막강한 인기의 성벽을 쌓아 올리기 시작했다. 온라인 게임플랫폼 ‘스팀’에서 기네스 기록을 찍으며 전 세계 동시접속자 수 500만 명을 넘기는 등 대호조를 이끌어가던 ‘배틀그라운드’는 그러나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던 기세를 생각보다 허무하게 내주고 만다.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이하 ‘포트나이트’)의 등장 덕분이었다.

좀비에 대항하는 협력형 3인칭 액션이었던 ‘포트나이트’는 배틀로얄 장르의 득세를 재빠르게 예견하고 본게임의 모드로 배틀로얄 모드를 내놓는데, 이것이 대성공을 거뒀다. 오히려 별 인지도가 없던 본편을 누르고 ‘포트나이트’는 갑자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포트나이트’의 기본 규칙은 ‘배틀그라운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대규모 인원이 좁은 공간 안에서 최종 생존자를 놓고 다투며, 다채로운 무기가 제공된다. ‘포트나이트’의 가장 큰 차별점은 건축 시스템의 존재다. 플레이어는 지도 곳곳에서 각종 자원을 주워 모아 방어용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이를 활용하는 것이 게임 승리에 지대한 역할을 차지하며 ‘포트나이트’는 자신만의 차별성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배틀그라운드’를 누를 정도로 흥행한 것이 ‘포트나이트’의 건축모드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북미와 유럽 등 서구지역에서 크게 흥한 데 비해 한국이나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는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8년 한국에서 ‘포트나이트’의 대대적인 마케팅 프로모션이 진행됐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PC방 인기순위에서는 좀처럼 상위에 오르지 못했다.

각종 무기의 탄도학이 최대한 반영되고 그래픽이나 지형도 실사에 가깝게 구현되는, 사실성에 주안점을 둔 ‘배틀그라운드’와 보다 캐주얼하고 가벼운 느낌을 주는 ‘포트나이트’ 간 흥행 차이는 단순히 게임의 성격뿐 아니라 게임 외적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PC방 중심으로 고사양 PC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 환경에선 ‘배틀그라운드’의 높은 사양이 문제가 되지 않는 반면, 콘솔 기기를 중심으로 형성된 서구권 게임환경에서는 아무래도 ‘포트나이트’의 접근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3파전의 시작, ‘에이팩스 레전드’

2019년에도 여전할 배틀로얄 게임의 인기는 이제 삼파전에 돌입할 태세다. 2019년 새롭게 출시된 ‘에이팩스 레전드’는 별다른 사전광고도 없이 순식간에 배틀로얄 게임의 1위 자리에 등극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배틀로얄 게임 개발 과정에서 나타난 노하우가 총집결된 듯한, 간편하고 보기 쉬운 화면구성과 더욱 다이내믹해진 게임 플레이는 쏘고 터뜨리는 액션 외의 것들을 최대한 줄여내면서 많은 플레이어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미래풍의 캐릭터 디자인과 환경 또한 기존 두 게임과 ‘에이팩스 레전드’를 크게 차별화시키는 요소다.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를 예측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다. 심지어 배틀로얄이라는 장르 자체가 얼마나 더 인기를 끌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팀 대 팀의 기존 게임 구도에서 벗어나면서 게임의 즐거움이 만들어지는 기초를 바꿔낸 이 흐름은 적어도 2019년에는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눈을 떼기 어려운 흐름일 것이다.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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