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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정재훈 중위) 선배 전우의 29주기를 보내며

입력 2019. 03. 19   16:07
업데이트 2019. 03. 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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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창 업 대위 
육군22사단 수색중대장
최 창 업 대위 육군22사단 수색중대장
육군에서는 해마다 영예로운 전쟁영웅을 선양하고자 모범간부 중 우수한 인원을 선발해 전쟁영웅상(동춘賞·심일賞·재구賞 등)을 수여하고 있다.

‘1972.4.22 베트남전 안케패스 고지탈환 작전’에서 전사한 고(故) 임동춘 대위, 6·25전쟁 당시 ‘형산강 도하작전’ 간 장렬히 산화한 故 연제근 이등상사, ‘영월지역 전투’에서 적 자주포를 파괴하고 전사한 故 심일 대위 등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전쟁영웅이다.

전쟁영웅이라곤 할 수 없으나 우리 22사단에는 부하 사랑과 살신성인(殺身成仁)을 몸소 실천한 선배 군인 故 정재훈 중위가 있다. 1989년 학군 27기로 임관한 정 소위는 소대장으로 복무를 시작했다. 그가 임관하고 1년이 지난 1990년 3월 16일 연대전술훈련평가를 수행하던 정 소위는 작전지역 내 하천을 도하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급류에 휩쓸린 부하 2명을 구하고 순직했다.

국가에서는 고인의 정신을 높이 기려 보국훈장 광복장을 수여하고, 소위에서 중위로 1계급 진급을 추서했으며 그의 유해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했다. 우리 사단은 매년 3월 16일 故 정재훈 중위의 추모식을 하고, 그의 숭고한 살신성인 정신과 참된 부하 사랑을 기리고 있다.

故 정 중위의 군인정신을 추모하며 1990년 신병교육대대에 그의 이름을 딴 ‘재훈관’을 건립했고, 사단 역사관에는 그의 유품이 전시돼 있다. 또한, 사단에서는 그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리고자 모범이 되는 우수한 소대장들을 대상으로 재훈賞을 수여하고 있다.

나와 故 정 중위의 첫 인연은 고군반 교육을 수료하고 2015년에 22사단으로 전입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중대장 임무를 수행하며 그에 대해 더 알게 됐고 그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매 기수 훈련병들에게 교육했다.

나 역시 초급간부로서 육군 5대 가치관의 표본이 되는 그를 닮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이제는 대한민국 최북단을 지키는 연대 수색중대장 임무를 수행하면서 GP장(소대장)들에게 그의 살신성인을 가슴 깊은 곳에 새겨주고 있다.

故 정재훈 중위는 용사들을 사랑했기 때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용기를 내 급류에 휩쓸린 부하들을 구할 수 있었다. 즉, 개인의 안위보다 부하들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매년 3월이 되면 북천을 바라보며 故 정재훈 중위를 생각하게 된다. 당시 3월도 다소 쌀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차갑게 흐르는 북천도 용사들을 구하고자 하는 그의 뜨거운 가슴을 얼리지는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올해로 그가 순직한 지 29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나에게 영웅이며, 앞으로도 그의 정신을 닮고자 하는 마음으로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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