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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살고 있소, 불꽃이오.”

입력 2019. 03. 12   15:43
업데이트 2019. 03. 1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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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아 름 대위 남수단재건지원단
윤 아 름 대위 남수단재건지원단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속 주인공 ‘고애신’은 조선 최고 사대부 가문의 영애지만 조선의 독립을 위해 남장을 하고 저격수로 의병활동에 앞장선다. 극 중 “그림이나 그리며 꽃으로 살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꽃으로 살고 있소, 불꽃이오”라고 답한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불꽃같은 뜨거운 삶을 사는 고애신처럼, 세계에서 가장 어린 국가이자 가장 가난한 국가 남수단에서 자신의 발전과 국가의 재건을 위해 불꽃같은 삶을 사는 여성들이 있다.

2011년 독립한 남수단은 지속된 내전으로 여전히 가난에 시달린다. 강력한 가부장제 아래 신랑이 신부 측에 ‘신붓값’을 치르는 풍속이 유지되며, 얼마 전엔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SNS상 경매를 통해 어린 딸을 팔아넘기는 사건도 있었다.

또 남수단 문화 중 하나는 여성들이 생업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한빛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보르에선 전통가옥 ‘뚝굴’의 주재료인 짚과 나무를 지고 몇십㎞ 되는 거리를 맨발로 이동해 그걸 판매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문화적 환경에서 조혼을 통해 집안의 재산을 늘리고, 밤낮으로 일해야 하는 남수단 여성들의
윤 아 름 대위 남수단재건지원단
지위와 처우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처참하다.

남수단 여성들에게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교육’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2017년 유엔 통계에 따르면 남수단 12세 소녀들은 중학교 졸업률보다 조혼으로 아이를 출산하다 사망할 확률이 3배나 높다. 그만큼 남수단 여성들에게 교육과 취업의 기회는 남수단의 가난만큼이나 빈곤하다.

이에 한빛부대는 남수단 여성들의 교육과 취업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2013년 파병 이래 2016년부터 ‘한빛직업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한빛직업학교는 목공·전기·용접·건축·제빵·농업·영어 총 7개 과정을 운영하며, 남수단 최고의 시설에서 20주간 전액 무료로 교육한다. 수료 시 남수단 노동부와 농림부가 인정하는 자격증이 발급돼 ‘취업 보증수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8기까지 556명이 수료했고, 9기는 51명이 수강 중이다. 이 중 64명의 여성이 한빛직업학교를 졸업했고 남수단 재건의 역군으로 사회 각지에서 활동 중이다. 직업학교 9기 학생 중 가장 열의가 뛰어난 여학생 아메르는 전기 과목의 유일한 여학생으로서 “남수단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쉽지 않지만, 전기 분야의 선구자가 되어 남수단 재건에 앞장서겠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성실히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밝은 미소와 불꽃같은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남수단의 재건을 위해 꽃으로 살고 있는 남수단 여성들을 존경하고 응원한다. 나와 우리 한빛부대는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이뤘듯이 한빛직업학교라는 작은 불씨를 통해 더욱 뜨겁게 타올라 남수단 백나일강의 기적을 이뤄내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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