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군의 두드림 <43> 육군2사단 정보통신대대 안성민 병장
컴퓨터공학 공부에 빠져 입대 늦어져
전공 살리려 ‘정보보호병’에 지원
자대 전입 5일 만에 공모전팀에 합류
안전벨트 착용 여부 감지 앱 개발
사단·군단대회에서 연이어 ‘최우수’
정부 지원 받아 ‘K스타트업’ 선정
임무도 척척… 특급전사에 등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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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를 앞둔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갖는 고민 중 하나는 ‘사회와의 단절’이다. 가족·친지들과 떨어져 생활한다는 불안감도 있지만 ‘군 복무로 남들보다 뒤처지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육군2사단 정보통신대대 안성민 병장은 이런 면에서 생각이 달랐다. 남보다 조금 늦었지만 계획을 갖고 입대했고, 군에서 목표를 달성하며 기회를 찾았다. 군대를 미래의 발판으로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남은 복무 기간에 임무 완수는 물론 ‘창업 성공’이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 노력하는 안 병장을 소개한다.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미래를 계획
안 병장은 일반적인 입대 시기보다 조금 늦은 25살에 입대했다. 물론 이유는 있었다. ‘공부’가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던 안 병장은 공부에 빠져 입대를 미뤘다. 여기에 공간정보학에 관심이 생겨 대학 졸업 후 학사편입까지 하면서 입대는 더욱 늦어졌다.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저 공부하다 보니 늦었죠. ‘언제 군대 가려고 그러냐’, ‘너 그러다가 큰일 난다’란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겁이 나기도 했죠. 그래서 늦게 군에 가는 만큼 철저하게 준비했습니다. 전역 후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군대에서 전공을 살릴 방법을 알아보고, 군 생활 동안 달성할 목표를 세우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군대가 미래의 발판이 될 수 있겠다는 걸요. 전역이 5개월여 남은 지금 돌이켜보니, 이런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서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안 병장은 늦은 입대였지만 많은 준비를 통해 군 생활의 목표를 세웠다. 그 시작은 군에서 전공을 살리는 것이었다.
“친구는 물론 후배들까지 모두 예비역들이다 보니 정보를 많이 얻었습니다. 전문특기병도 그중 하나였죠. 병무청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니 컴퓨터 정보보호 관련 임무를 수행하는 ‘정보보호병’이 있더라고요. ‘이거다’ 싶어 지원했죠. 전공과 고등학교 출석률, 경력, 자격증을 보는 서류심사와 면접까지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준비한 덕분인지 한 번에 합격했습니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라
정보보호병으로 입대한 안 병장에게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상급 부대에서 주최한 ‘생명벨트 착용 생활화 아이디어 공모전’이 그것. 당시 중대장이었던 김정인 예비역 중위가 그의 이력을 보고 팀을 구성해 도전해보자고 권유했고, 자대 전입 5일째였던 안 병장은 어리둥절한 상황에서 승낙했다. 이들은 많은 토의와 고민을 거쳐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감지하는 부품과 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APP)을 개발했다. 우수 아이디어라고 판단한 부대는 사단 대회에 출전하도록 배려했고, 사단 최우수상을 받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이어 사단 대표로 군단 대회에 출전한 안 병장은 또 한 번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전입 한 달 만에 대대·사단·군단에서 표창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게 됐다.
“짜릿하다는 느낌이 뭔지 이때 알았어요. 너무 많은 분들이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구현했는지’ 물어보셔서 정신없을 정도였죠. 포상휴가를 받아서 기쁜 것도 있었지만, 제 능력을 알아봐 주고 인정해 준다는 생각에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개발품을 눈여겨본 김대욱(소령) 군단 수송계획장교가 이런 내용을 육군본부에 알리면서 육본 군수참모부 수송·물류과에서 아이디어 발표와 시연을 하게 됐다. 이어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정책실까지 소문이 났고, 공단 직원들이 직접 안 병장의 개발품을 보러 오기도 했다.
“어안이 벙벙하더라고요. 꿈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좀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자고 마음먹고, 온열손상방지를 위한 차량 내 온·습도 측정 기능이 추가된 업그레이드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반응이 좋아 공단 쪽에서 고속버스나 유치원 차량에 저희 제품을 시범 적용하고 싶다는 의견까지 제시했어요. 문제는 납품을 위해서는 제품을 소형화하고 안정성을 높여야 하는데 개발 자금이 없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요? 그새 의무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중대장님이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K스타트업’ 사업 정보를 접하고 소셜벤처 분야에 함께 지원해 최종적으로 6000여 만 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게 됐습니다. 군에서 창업의 길을 연 거죠.”
기회의 장인 ‘군대’, 선택과 집중이 필요
그렇다고 안 병장이 임무에 소홀한 것은 아니었다. 가장 먼저 모든 임무 수행에 기반이 되는 체력을 갖춰, 특급전사에 올랐다. 군 생활 목표 중 하나였던 특급전사는 슬개골연골연화증과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던 안 병장에게 큰 의미가 있다. 몸이 좋지 않아 임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특급 체력을 가지면서 이를 극복했다. 건강이 좋아지니 표정이 밝아지고, 어떤 임무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덤으로 건강을 위해 부대 급식 외에는 군것질을 하지 않으니 남은 봉급을 고스란히 저축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모은 돈이 현재까지 500여 만 원에 달한다.
“군 생활의 목표를 세울 때만 하더라도 ‘이룰 수 있을까?’란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막상 군 생활을 해보니 자기 하기 나름이더라고요. 제가 특별해서 이런 경험을 했다기보다는 군대가 ‘기회의 장’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장병 여러분도 많은 기회 중 자신에게 필요한 몇 가지를 선별해 노력한다면 저보다 더 좋은 성과를 얻지 않을까요?”
임채무 기자 lgiant61@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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