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정우철 기고 ] 조율

입력 2019. 03. 11   14:12
업데이트 2019. 03. 1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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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철 육군6군단 특공연대·대령
정우철 육군6군단 특공연대·대령

연대장에 취임한 지 벌써 3개월째 접어든다. 영내 관사인 일명 ‘특공 캐슬’에서 혼자 생활하는 것도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된 듯하다.

취임식을 마치고 관사로 퇴근한 첫날, 넓은 거실 한편에 외롭게 비치된 소파와 베란다 창문 밖 병풍처럼 펼쳐진 산들을 바라보며 ‘이제 나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 시작됐군!’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혼자 살면서 퇴근 후 가족 없는 시간이 처음에는 낯설었다. 결혼 후 가족과 떨어져 살아본 적이 교육기관 혹은 잠깐 관사가 나오기 전까지 독신자 숙소에서 대기하는 기간을 제외하고는 전혀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책이나 원 없이 읽자’라는 생각을 했다가 문득 옛날 중·고등학교 시절 교회에서 독학으로 배웠던 기타가 생각나 가족이 거주하는 집 베란다 구석에 보관돼 있던 기타를 가져왔다.

그런데 막상 코드를 잡고 연주하려고 보니 오랫동안 안 친 탓에 기타 줄이 늘어나 음이 하나도 안 맞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교회 목사님께서 요즘은 스마트폰 앱 중에 기타 줄을 조율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고 알려주셔서 이를 이용해 손쉽게 음을 맞출 수 있었다.

내가 시대에 너무 뒤떨어져 사는지 모르지만, 세상 참 너무 좋아졌다.

연대장에 부임하기 전 근무지에서는 업무 특성상 새벽 시간대에 출근하다 보니 교회 새벽기도를 나가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은 새벽에 일어나면 평일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새벽기도를 나간다. 교회가 작다 보니 대부분 군종병 또는 소대장과 함께 단출하게 새벽기도를 한다. 그 시간만큼은 서로 군대 계급을 떠나 각자 마음속에 담긴 생각과 종교적 신념을 자유롭게 얘기함으로써 엉클어진 마음과 감정들이 서서히 풀리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 삶은 마치 우리가 오랫동안 안 쳐서 늘어난 기타 줄을 다시 조율하듯 하루하루의 생활 속에서 마음의 상처와 죄책감 등 인간이기에 벗어날 수 없는 한계를 고백하며 반성하는 조율의 시간이 필요하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꽃이 10일 이상 붉을 수 없다는 말로 원래 권력 무상을 의미할 때 사용된다. 삶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으므로 각자의 종교적 신앙을 통해 자성(自省)할 수도 있지만, 내가 지금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난다거나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언제 조율해야 하느냐인데, 그것은 본인이 제일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시점을 알 때 지체 없이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며, 그 결과 조율된 기타 소리의 아름다운 화음처럼 조화로운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여러분! 혹시 지금 자신을 조율할 시간이 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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