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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한 주를 열며] 카르페 디엠(Carpe Diem)

입력 2019. 03. 08   16:04
업데이트 2019. 03. 0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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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식 합동대 명예교수·(예)육군대장
김 영 식 합동대 명예교수·(예)육군대장


상록수가 사시사철 푸름을 유지하는 이유는 잎이 떨어지기 전에 꾸준히 다른 잎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소나무 같은 나무뿐만 아니라 모든 동식물은 나고 자라서 생명이 다하여 죽는 과정을 겪는다. 사람이 만든 조직도 생성-성장-소멸의 단계를 피하지 못한다. 그런 법칙 속에서도 훌륭한 조직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이유는 소나무처럼 조직의 성장을 이끄는 새로운 인재를 끊임없이 받아들여 그들을 미래의 지도자로 키워내기 때문이다.

국가는 인간이 만든 조직 중에서 영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것 중 하나며, 국가의 생존을 보장하는 근본적인 힘은 바로 군대다. 매년 이맘때면 우수한 신임 소위들이 임관해 군의 핵심역량인 장교단의 일원이 된다. 젊은 청년 장교들의 졸업과 임관을 축하하며 환영한다. 이들은 국군의 미래이며 희망이다. 군의 새로운 피다. 군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소나무의 새로운 잎과 같은 보배로운 존재다.

장교로서 첫발을 내딛는 그들에게 오직 조국과 군을 위해 자신에게 부여된 책무를 완수할 것을 당부하며 한마디 부탁을 더 하고 싶다. 인생도 그렇지만 군 생활은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과정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하루하루여야 한다. 그러한 나날이 모여서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 가는 것이 군 생활의 지표가 돼야 한다.

성장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논어』 옹야 편에 보면 공자께서도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라고 하셨다. 진리를 아는 사람은 진리를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진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진리를 즐거워하는 사람만 못하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청년 장교들은 군 생활을 즐기며 했으면 좋겠다. 즐긴다는 것이 자기 마음대로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도 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애국을 군인의 기본가치로 삼고 자발적인 복종을 내면에 갖추고 있으면서 자기에게 부여된 소명을 좋아하고 군인의 길을 가라는 뜻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초반부에 키팅 선생님이 신입생들에게 다가와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고 속삭이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말로는 흔히 ‘오늘을 즐겨라’ 또는 ‘오늘을 잡아라’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이 말은 엄격한 형식과 틀에 박힌 교육체제 아래서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후배이자 제자들에게 던진 도전과 자유정신을 상징하는 대사로 지금까지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신임 장교들의 선배로서 그들이 군의 오랜 관행과 형식에 무조건 종속되는 존재가 아니라 자기의 생각과 의지가 분명한 ‘독립적 주체’로 자유로운 성장을 추구하면서 군 생활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나도 그들의 귀에 ‘Carpe Diem’을 나지막이 말해주고 싶다.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가 쓴 시(詩)는 “우리가 말하는 동안에도 아까운 시간은 지나가고 있다오. 오늘을 즐기시오. 내일에 대한 믿음은 할 수만 있다면 접으시오”라는 말로 끝맺는데 그 의미가 자못 깊다. 우리가 믿는 내일은 오늘이 모여 만드는 결과다. 신임 소위들의 장도(壯途)에 신의 축복이 함께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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