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종교와삶

[최민성 종교와 삶] 흔들리며 피는 꽃

입력 2019. 02. 26   14:27
업데이트 2019. 02. 2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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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민 성 육군6군단 신앙선도장교·대위·신부
최 민 성 육군6군단 신앙선도장교·대위·신부

도종환 시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의 일부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저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몇 단어가 제 마음에 와닿습니다. 곧 ‘흔들림’ ‘꽃’ 그리고 ‘사랑’입니다. 이 세상 어떤 아름다운 꽃이라도 흔들림이라는 경험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식물을 흔들리게 하는 것엔 무엇이 있을까요? 지금 생각나는 건 바람·비·동물 등입니다. 식물은 땅에 뿌리를 내려 움직일 수 없습니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지금의 자리에서 거센 바람과 뜨거운 햇볕, 동물들의 움직임을 묵묵히 견뎌내며 뿌리를 땅속 깊이 내려야 합니다. 그랬을 때 비로소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됩니다.

도종환 시인은 ‘흔들리며 피는 꽃’을 사람에 비유합니다. 꽃이 자랄 곳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도 부모님과 태어나고 자라나는 환경을 선택하지 못합니다. 꽃이 여러 이유로 흔들리며 자라듯, 사람도 성장통과 갈등·좌절·외로움을 겪으며 자라납니다. 그리고 흔들리면서도 그 자리를 지켜낸 식물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듯, 사람도 여러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길을 끝까지 걸었을 때 아름다운 꿈을 이뤄낼 것입니다.

지난해 저는 군 복무에 어려움을 느껴 힐링캠프에 입소한 용사들과 얘기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제가 용사들에게 군 생활에서 겪었던 어려움에 관해 얘기를 나눠보자고 했을 때, 한 용사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군대에서 아침점호 하는 것도 싫고, 식당에 갈 때 짧은 길로 가면 될 것을 괜히 돌아가게 하는 것도 싫습니다. 빨리 군대 밖으로 나가고 싶습니다.”

저는 그 용사의 뿌리 깊은 불평을 들으며 당황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 그동안 군 생활 안에서 의미를 찾기 어려웠구나.” 그렇게 이 당황스러운 상황을 넘겼습니다.

그날 저는 집에 돌아와서 힐링캠프에서 겪었던 일을 떠올려 봤습니다. 한 가지 질문이 제 마음속에서 맴돌았습니다. ‘그 용사가 뿌리 깊은 불만을 품게 된 이유가 따로 있겠지. 하지만 그는 과연 자신이 머무르는 군대라는 환경에서 삶의 동기를 부여하거나 의미를 찾아보려는 시도는 해봤을까?’

우리가 보통 생각할 때, 만족은 다른 사람이 나를 인정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이루어졌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어떠한 과정 없이 대만족을 단번에 얻는다는 것은 로또 당첨처럼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또 누가 나에게 만족함을 거저 주지도 않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면, 솜씨 좋은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주문하거나 직접 조리해 먹는 수고로움이 필요합니다. 건강함을 누리려면 시간을 들여 근육의 통증과 숨 막힘을 견디며 운동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무리해서는 인생 여정을 끝까지 걸어갈 수 없습니다.

현실이라는 땅에 뿌리를 깊이 내려 흔들림을 견디고 조금씩 성장해 나갈 때 어느덧 아름다운 꽃을 피운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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