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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한주를 열며] ‘不將不逆, 應而不藏’

입력 2019. 02. 22   15:40
업데이트 2019. 04. 2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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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불역 응이부장: 미래를 미리 걱정 말고, 과거에 연연하지 말며, 현재 상황을 냉정하고 정확하게 판단하기>


김 연 수

<사진가>


한반도 평화의 분수령이 될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열린다. 세계의 이목이 온통 하노이로 쏠리고 있다. 미국과의 전쟁에서 유일하게 승전한 베트남. 사회주의 국가지만, 1980년 ‘도이머이’(쇄신을 뜻하는 개혁·개방정책)로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와 베트남은 지난해 수출 486억2851만 달러, 수입 196억317만 달러(한국무역협회통계)를 기록했다. 중국·미국에 이어 수출 3위, 수입 7위 교역국이다. 베트남 입장에서도 수출 4위, 수입 2위로 중국 다음의 교역 상대국이다. 베트남은 인구가 1억 명에 육박한다. 특히 35세 미만이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젊은 나라로 구매 잠재력이 풍부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보배 같은 존재다.

한류가 베트남 문화계를 휩쓸더니, 최근은 ‘박황세오(박항서의 베트남 발음)’ 열풍이다. 베트남이 아시안컵 축구 8강에 올라가자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와 더불어 박항서 감독의 얼굴이 베트남 주요 거리를 장식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 최고훈장인 노동훈장을 받았다. 지난해 양국의 관광교류는 40%나 증가했고, 항공사들은 양국을 취항하는 노선경쟁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한때 베트남과 전쟁을 치렀다. 1964년부터 1974년까지 한국군 약 32만 명을 동맹국인 미국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베트남전에 파병했다. 그러나 ‘도이머이’ 정책을 표방한 사회주의 통일베트남과 우리나라는 1992년 국교를 맺고 양국이 신뢰하는 교류 끝에 오늘날 황금기를 맞고 있다.

베트남과의 수교 전 우리나라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베트남을 지원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1991년 여름 베트남과 첫 수교 협상에 참석했던 최은범(당시 대한적십자섭외부장) 교수는 베트남 협상대표였던 칸(Chan) 베트남 외교부 차관의 “부장불역 응이부장(不將不逆, 應而不藏)” 발언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회고한다. ‘不將不逆, 應而不藏’이란 ‘미리 걱정하지 말고, 과거의 결과에 연연하지 말며, 현재의 상황을 냉정하고 정확하게 판단하자’란 의미로 『장자(莊子)』 응제왕 편에 수록된 고사성어다.

당시 우리 측 수교 대표였던 김석우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베트남전 파병을 거론하며 과거 불행한 역사를 조심스럽게 언급하자 칸 대표가 “不將不逆, 應而不藏”으로 화답했다고 한다. 덧붙여 칸은 “과거 나쁜 인연도 인연이 없는 것보다는 소중한 자산이다. 베트남 사람은 현명하다. 소중한 인연을 바탕으로 베트남과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고, 미래를 예단하지 말고 설계하자”고 제안했다. 그로부터 1년 후, 대한민국은 미국보다 앞서 베트남과 국교를 맺었다.

‘不將不逆, 應而不藏’.

BC 300여 년, 춘추전국시대 사상가인 장자의 가르침이 베트남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전파돼 6·25전쟁 이후 대결 국면이었던 북·미 관계가 더는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현재 한반도가 부닥친 북한 핵과 미사일 그리고 대북제재를 해결할, 통 큰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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