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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전선 끝자락서 번영의 신도시로

정호영

입력 2019. 02. 19   16:03
업데이트 2019. 02. 1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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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군사고장 순례-경기도 김포시


과거 해병대가 지키는 서부전선 군사고장 이미지
현재는 관광객이 문화·유적지 찾아오는 신도시
북과 마주하는 전방 감시초소 ‘애기봉 전망대’
하루 관광객 300~400명… 평화생태공원 조성 중 

 

강화도에서 바라본 김포 지역 전경. 김포시에서 가장 높은 문수산이 한강을 내려다보고 있다. 조종원 기자
강화도에서 바라본 김포 지역 전경. 김포시에서 가장 높은 문수산이 한강을 내려다보고 있다. 조종원 기자

김포시는 경기도 북서부 해안가에 위치한 지방자치단체다. 군사적으로 볼 때 서부전선 휴전선은 파주 끝자락 사천강부터 시작되므로 휴전선이 없는 군사도시다. 김포시 북쪽의 한강하구 일대는 아무런 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 휴전선도 없고 북방한계선(NLL)에서도 자유로운 한강의 모습이지만 접경지역으로서 현실적 숙명은 어쩔 수 없다. 오늘날 김포시는 과거 해병대가 지키는 서부전선의 군사고장 이미지에서 새로운 번영을 상징하는 김포한강신도시로 변모했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군사도시인 김포로 여행을 떠나보자. 그곳에서 한강을 마주하며 자연과 문화, 그리고 역사를 체험해보자. 남북 분단의 대척점에서 한강신도시로 새롭게 번영의 꽃을 피우고 있는 삶의 여유와 풍요로움을 눈여겨보자.

글=정호영/사진=조종원 기자


생태공원 사업, 23억 원 경제적 효과 기대

김포시는 동쪽으로 한강을 건너 파주시와 고양시, 서쪽은 염하를 건너 강화도, 북쪽은 조강을 건너 개풍군에 접하고 있다. 남동쪽으로는 인천광역시, 부천시, 서울특별시와 경계하고 있다. 전체 면적은 276.64㎢이며, 총인구는 39만2092명(2017)이다. 3읍 3면 5개 동으로 되어 있다. 김포시는 전 토지 중 39.6%가 경지로 되어 있을 정도로 경지가 많은 지역이다. 논이 많아 예로부터 통진미·김포미라 해 질 좋은 쌀을 생산해 왔다.

김포시는 지정학적으로 볼 때 경기도 서쪽의 끝이자 한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땅을 마주하고 있는 군사도시다.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대표적인 군부대가 해병대2사단이다.

김포의 해병대 주둔 역사는 6·25전쟁 당시 독립 제5대대부터 시작돼 전쟁 후에는 제1임시여단, 제2해병여단, 제2해병사단으로 이어져 왔다. 김포가 해병대1사단의 포항과 함께 오늘날 해병대 전통의 산실로 여겨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김포시의 대표적인 군사지역이 애기봉 전망대다. 현재는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에 위치한 애기봉(155m) 일대를 ‘평화생태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기존 시설물이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이 지역의 안보명소로 오랫동안 각광받았다.

‘애기봉(愛妓峯)’은 병자호란 때 끌려간 평양감사를 산봉우리 꼭대기에서 그리다 죽은 기생 애기의 한이 서려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애기봉 전망대는 6·25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한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1.2㎞ 떨어진 전방 감시초소다. 1963년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주제로 제작된 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의 촬영지이기도 했다. 특히 1993년 북한에 가족과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을 위해 망배단이 설치된 이후에는 하루 평균 300~400명의 관광객이 몰린 바 있다.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은 2017년 11월에 착공, 올 연말에 완공될 예정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평화생태공원 조성사업이 해마다 30만여 명의 관광객 증가와 직·간접고용 3200명, 23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포의 대표적인 사적지인 덕포진 전경. 조선시대 수군 군영이다. 조종원 기자
김포의 대표적인 사적지인 덕포진 전경. 조선시대 수군 군영이다. 조종원 기자


김포시의 번영을 상징하는 김포한강신도시 전경. 조종원 기자
김포시의 번영을 상징하는 김포한강신도시 전경. 조종원 기자

신미양요·병인양요의 격전지 ‘덕포진’

김포에는 관광객들이 짧은 시간 동안 둘러볼 수 있는 문화·유적지가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대명항이다. 대곶면 대명리에 소재한 대명항은 김포시 유일의 지방 어항이다. 아름다운 서해 바다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서해 최북단 어장이지만 서울에서 가까워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인근 수산물직판장에는 주꾸미, 꽃게, 밴댕이, 병어 등의 해산물을 판매하고 있어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대명항 바로 옆에는 김포함상공원이 있다. 김포함상공원은 62년 바다를 지켜오다 2006년 12월 퇴역한 상륙함(LST)을 활용해 조성한 수도권 최초의 함상공원이다. 전시관과 영상관, 홍보관, 체험시설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어 관광객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김포 평화누리길도 가볼 만하다. 대명항에서 출발해 문수산성(남문)까지 약 15㎞ 구간이다. 김포와 강화 사이를 흐르는 염화강변을 따라 철책선과 논길, 숲길로 이어져 있어 긴장감과 평화스러움이 대비를 이루는 길이다. 김포함상공원에서 덕포진까지 1.5㎞는 주변 경관이 빼어나고 고즈넉한 흙길이라 걷기에 그만이다.

대곶면 신안리에 소재한 덕포진은 김포의 대표적인 사적지(사적 제292호)다. 서해에서 강화만을 거쳐 서울로 진입하는 입구인 손돌항에 세워진 군영으로, 임진왜란 이후 선조 때 만들어졌다. 신미양요 때는 미국 함대와, 병인양요 때는 프랑스 함대와 치열하게 싸웠던 격전지다.

조선 숙종 때까지는 월곶진이 주진이었으나, 그 후 덕포진이 주진으로 승격했다. 덕포진 인근의 전시관에서는 중포와 소포의 실물을 볼 수 있다. 또한 포대 전시상황 및 포대 모형 등이 전시돼 있어 볼거리가 많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김포시내에 있는 장릉도 가볼 만하다. 반정을 통해 광해군을 몰아내고 즉위한 조선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과 그의 비 인헌왕후 구씨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사적 제202호로 지정돼 있고, 소재지는 풍무동 산 141-1이다. 장릉산은 원래 북성산으로 불리다가 1627년 인조 5년 8월 27일 부친 정원군의 묘를 양주에서 이장해 온 후부터 장릉이라고 불리게 됐다.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김포의 금강이라 불리는 문수산 등반이 필수 코스다. 문수산(文殊山)은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 산 35-1에 있는 해발 고도 376m의 산이다. 김포시 내에서 가장 높은 이 산에는 조선시대 숙종 때 축성한 산성이 있는데, 1866년(고종 3)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이곳을 점령했다고 한다.

문수산을 따라 조강리 마을로 이어지는 조강철책길이 평화누리 길 2코스다. 조강리 마을은 과거 서해를 항해한 뒤 배를 정박시켜 한성으로 가던 마을로 알려져 있다. 조강리 일대를 지나가는 일부 지역에서는 조강 너머 북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유일의 한강하구 중립지역인 김포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길이자 남과 북을 모두 품은 길이다. 2018년 3월에 ‘걷기 좋은 길’로 선정된 바 있다.


2003년 신도시 계획 따라 개발

오늘날 김포시가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에게 크게 주목받게 된 것은 김포한강신도시가 건설되면서부터이다.

김포한강신도시의 이름은 원래 양촌신도시가 될 뻔했으나, 신도시 부지 중 양촌이 전체 중 3분의 1에 불과한 데다가 ‘양촌’ 지명이 농촌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인접한 한강에서 따와 ‘한강신도시’가 됐다. 대다수의 외지인들이 ‘한강’ 하면 서울특별시를 떠올리기 때문에 김포한강신도시라는 이름이 널리 쓰이고 있지만 아직도 김포 원도심 주민에게는 ‘장기동’이라는 명칭이 더 익숙하다고 한다.

김포한강신도시는 2003년 참여정부가 발표한 2기 신도시 계획의 일환으로 계획됐다. 원래의 계획은 한강을 따라 운양동부터 양촌읍 누산리까지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규모도 일산신도시와 비슷했다. 하지만 누산리는 당시 최전방에 속한 군사작전지역이었고, 이를 해제한 후 사업을 시행했다. 이후 국방부의 반발로 인해 계획이 대폭 수정돼 누산리 대신 구래리와 마산리를 개발하게 됐다.

김포시의 가장 큰 과제는 교통문제다. 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교통이 불편하다는 문제점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비해 김포시의 교통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올림픽대로와 직결되는 김포한강로가 2011년 개통했다. 신도시 중앙을 48번 국도가 관통하고 있다. 원도심과 신도시 사이에 일산대교가 있다. 2017년 3월 23일에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의 구간 일부(인천~김포)가 개통돼 한강신도시 외곽을 지나고 있다. 인천~김포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그동안 불편했던 인천 남부로의 이동도 훨씬 수월해졌다.

김포로 여행을 떠나보자. 그곳에서 ‘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다짐하는 해병대 장병들의 안보대비태세와, 번영의 꽃을 피우고 있는 한강신도시의 역동성을 확인하며 삶의 여유를 즐겨보자. 

정호영 기자 < fighter7@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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