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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경 문화산책] 서아프리카 말리 사람들의 여유로운 삶

입력 2019. 02. 14   14:52
업데이트 2019. 02. 1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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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미 경 세계여행전문가
노 미 경 세계여행전문가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똑같다. 그러나 현대인의 인지 부조화는 내 시간조차 내가 원하는 대로 맘껏 쓰질 못한다. 과거와 비교해 더 발달한 다양한 최첨단 사회에 살면서도 우리의 삶은 오히려 더 급하고 바쁘기만 하다.

필자는 나에게 주어진 현재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바쁜 일들이 많을수록 오히려 모든 것을 뒤로하고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난다. 서아프리카 말리도 그렇게 찾았던 곳이다.

물질적 풍요보다는 결핍에서 오는 부족함 속에 서로 화합하고, 작은 것에도 기쁨을 느끼는 그곳 사람들의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말리 여행 중이던 어느 날,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니제르 강으로 향했다. 숙소로 가는 길에 아름다운 이 강의 해넘이를 보기 위해서였다. 니제르 강은 서아프리카의 중요한 교통수단이자 메마른 땅에 물을 공급해주는 젖줄이며 서아프리카의 문명과 예술의 중심지다.

니제르 강은 나일 강과 콩고 강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셋째로 긴 강이다. 한동안 이 강의 시작과 끝을 알 수가 없어서 수수께끼의 강으로 불렸는데, 1805년 영국 스코틀랜드의 대탐험가 멍고 파크(1771~1806)가 유럽인 최초로 이 강을 탐험하던 중 사망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1830년대에 이르러서야 이 강의 하류까지 밝혀졌다고 한다.

해 질 녘 유유히 흐르는 니제르 강의 강변은 한강 하류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강물을 거슬러 상류 쪽으로 걸으며 지난날의 말리 역사를 생각해보니 모든 것이 이 강에서 시작된 느낌이다. 니제르 강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영혼의 휴식처이자 문화와 낭만의 시작점이다.

그래서일까. 말리의 대표 음악가 파르카 투레는 “나의 모든 음악은 니제르 강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 전통악기의 리듬에 미국 남부의 블루스를 혼합한,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음악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말을 곱씹으며 이 강을 따라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와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마치 축제를 하듯이 많은 사람이 나와서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음악 소리를 따라갔다가 그들의 손에 이끌려 흥겨운 리듬에 맞춰 함께 춤을 추다가 현지인들과 친구가 될지도 모른다. 필자 역시 그랬으니까.

나는 이렇게 말리 여행을 하는 동안 가는 곳마다 음악이 흐르는 곳에서는 모두와 함께 친구가 될 수 있었고, 또 그곳에서 그들의 다양한 삶을 알게 됐다.

요즘의 대중음악은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세계 어느 곳이든 빠르게 전파된다. 최근에 튀니지 여행을 다녀왔는데, 사막 한가운데서 튀니지의 젊은 친구들이 방탄소년단의 ‘페이크 러브(Fake Love)’를 따라 부르는 것을 보고 정말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또다시 분주한 시간, 말리 여행을 떠올리며 여유로운 삶의 가치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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