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독자마당

[김원영 독자마당] 제 아들은 자랑스러운 잠수함 승조원입니다!

입력 2019. 01. 14   15:07
업데이트 2019. 01. 14   15:10
0 댓글


김 원 영 해군잠수함사령부 이천함 갑판장 김병훈 중사 아버지
김 원 영 해군잠수함사령부 이천함 갑판장 김병훈 중사 아버지
“어른이 되어서 현실에 던져진 나는 철이 없는 아들이 되어서 이곳저곳에서 깨지고 또 일어서다 외로운 어느 날 꺼내본 사진 속 아빠를 닮아 있네.”(가요 ‘가족사진’ 중 한 구절)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제 아버지, 저, 그리고 아들의 모습이 겹쳐져서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저희 세대는 어려운 하루하루를 견디며 힘들게 살았습니다. 저 또한 삶의 애환이 느껴지는 아버지의 깊게 파인 주름을 보며 가난의 고통을 느꼈고, 가족에게 밝고 행복한 미래를 안겨주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아들은 대학교에 갈 때쯤 대학등록금을 걱정하는 부모에게 어릴 때부터 군함을 타는 게 꿈이었다며 해군에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40년 전 얼굴과 손이 터서 찢어질 정도의 칼바람이 부는 군대만 떠올라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임관 당시 교육사령관 표창을 받고, 이후 정예요원만 근무하는 잠수함 승조원으로 선발되는 등 계속 기쁜 소식만 전해 왔습니다.

강원도 평창과 경남 진해, 차로도 6시간이나 걸리는 아주 먼 거리입니다. 잠수함 근무라는 특수성과 거리의 제약성, 그리고 아들로 하여금 너무 빨리 세상을 알게 한 부모로서의 미안함 때문인지 저희 부자는 자주 만나지 못했습니다.

아들이 너무 보고 싶은 아버지이지만 무뚝뚝한 부자의 통화는 1분을 넘기지 못했고, 전화를 끊고 나서야 ‘아픈 데는 없냐고 물어볼걸!’ 하며 후회를 삼켰습니다. 이토록 살가운 애정 표현에 서툰 저도 마음만은 항상 아들과 함께했습니다. 아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들과 지내는지 내심 궁금했습니다.

지난해 말 아들의 함정 공개행사에 초대받아 처음으로 진해를 방문했습니다. 저는 아들이 근무하는 잠수함을 처음 보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이 일이 천직인 것 같다”고 뿌듯해하는 아들은 어느새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근무하면서 힘들지 않은지 묻는 제게 그저 행복하다고 대답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중동 건설현장에서 가족을 생각하며 더위도 잊은 채 열심히 일하던 제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사실, 아들의 군 생활 환경을 직접 보기 전까진 부대가 삭막한 곳이리라 오해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의 자신만만하고 행복해하는 모습과 화기애애한 함정 분위기는 아들이 군인이 된 지 15년 만에 처음 방문하는 부모의 미안함을 모두 달래주었습니다. 좁고 불편해 보이지만 국가를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근무하는 승조원들을 보니 아주 든든했고, 내 아들이 그 조직에 소속돼 있다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잠수함이 임무를 나가게 되면 안전항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군 생활을 열심히 하는 멋진 군인 아들을 둔 아버지의 심정으로, 군대를 믿고 의지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땅·하늘·바다 위·물속에서 근무하는 모든 군인이 항상 안전하게 임무를 완수하길 기원합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