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완결 병영칼럼

[성용원 병영칼럼] 음악의 위대한 힘

입력 2019. 01. 14   15:07
업데이트 2019. 01. 1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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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용 원  작곡가·SW아트컴퍼니 대표
성 용 원 작곡가·SW아트컴퍼니 대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이룬 쾌거, ‘2002년 한일월드컵’의 화면을 텔레비전에서 재탕·삼탕 할 때마다 필자는 고개를 돌려 외면한다. 예능 프로그램 ‘이경규가 간다’는 왜 그렇게 잊을 만하면 내보내고, 내 또래의 안정환은 지금과 전혀 다른 축구선수의 모습으로 경기장을 누비면서 반지에 키스하는 멋진 세리머니로 여심을 흔들면서 동년배 남성들의 가슴을 후비는지….

지금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 누리는 인기·열기와 흡사한 당시의 열기와 축제가 필자에게 애증의 대상이 된 건 하필이면 그때 내 신분이 군인도 아닌 육군훈련소 ○○연대 1중대의 75번 훈련병이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유학을 떠나 독일에서 10년의 학업을 마치고 귀국이냐, 아니면 독일에서 음악인으로서 활동하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었던 필자에게 날아든 병무청의 편지 한 장은 지금 귀국하지 않으면 나도 ‘스티브 유’같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위기감과, 그럴 바엔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빨리 군대에 가자는 조바심을 품게 만들어 한국에 들어와 신체검사를 받고 2002년 6월 10일 월드컵 기간 중 입영했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안 그래도 남들보다 약한 체력으로 매일이 고통이었다. 훈련병들에게도 특별히 허락된 우리나라 경기 단체관람도 전혀 흥이 나지 않고 꾸벅거리며 구석에서 졸고 있었다. 내 간절한 바람은 월드컵이고 뭐고 간에 어서 빨리 모래바람 때문에 기침을 달고 살게 된 육군훈련소를 벗어나는 것이었고, 작대기 하나를 달았을 때는 앞으로 24개월간 본격적인 군 생활의 시작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 하고 마치 천하를 얻은 듯 의기양양했다.

정말 전역 날짜는 까마득한 안드로메다의 별 같아 절대로 오지 않고 막막하기만 했을 때, 군악대원인 필자는 음악의 힘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겪었다.

종교행사에 가서 그래도 누군가 날 사랑하고 날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가사와 음악을 듣고 위로를 받았던 순간, 상병 5호봉 때 믿었던 애인에게 버림받고 남몰래 눈물을 흘리며 들었던 슬픈 곡조, 의식의 결정체로서 부대를 하나로 규합하고 공통의 목표와 정진을 위해 기능한 팡파르와 같은 의례곡, 고된 행군과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는 장병들에게 군가와 행진곡 그리고 그들이 좋아하는 당시 유행가들을 편곡해 연주하면서 기운을 북돋워 주던 순간들이 그랬다. 부대의 사기가 떨어졌을 때 백 마디 일장연설보다 더 큰 효과와 힘을 내게 하고 오합지졸을 일당백의 용사로 만들어 주는 음악, 자칫 메마르기 쉬워지는 장병들과 군인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꼭 필요한 음악….

고맙고 든든한 우리 국군 장병 여러분, 지금 이 순간이 어렵고 고되더라도 일과 후에는 잠시라도 음악을 들으면서 편하게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휴식과 개인정비 시간을 통해 마음균형(Mental Balance)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선진 강군, 위국헌신의 초석이자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우리 장병들이 자신에게 주는 작지만 따뜻한 보상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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