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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의 창] 파병과 잠수함 생활

기사입력 2019. 01. 11   16:03 최종수정 2019. 01. 13   10:59

잠수함 장교인 내가 동명부대에서 1년 동안 파병 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 파병과 잠수함 생활에 공통점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최근 동명부대에서 개봉한 영화를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잠수함인으로서 잠수함이 나오는 영화는 빠짐없이 본 나는 이번에도 큰 기대를 하고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기 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사전 정보를 확인했고 높은 평점과 많은 리뷰는 그 기대감을 더 높였다.

영화의 줄거리는 격침당한 잠수함의 행방을 찾기 위해 ‘헌터킬러(잠항 중인 잠수함을 탐지해 격침하기 위한 작전 또는 이 작전에 참가하는 전력을 의미)를 극비리에 투입하고 배후의 음모를 감지해 육·해·공 합동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시청 후, 동료들이 잠수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영화에 나온 잠수함 작전과 생활이 궁금해진 것이다. 제일 궁금한 것은 비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어떻게 생활하는가다. 어떤 식사를 하고 잠은 어떻게 자는지, 운동은 어떻게 하고, 가족들과의 연락은 가능한지 등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파병과 잠수함의 공통점을 생각해 보았다.

첫째, 좁은 생활공간이다. 잠수함 승조원은 일부 인원을 제외하고 개인 침대가 없다. 24시간 당직을 서면서 당직 외 시간에 여러 명이 침대를 함께 사용한다. 파병부대 역시 한정된 공간에 많은 인원이 생활하다 보니 한 숙소에서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한다.

둘째, 외부와의 단절이다. 잠수함은 모항을 떠나 잠항하게 되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다. 가족과의 연락은 물론이고 TV 시청, 스마트폰 사용도 불가하다. 파병 중인 군인들 역시 외부와 연락하는 데 제한이 많다. 다행히 스마트폰을 통해 국내 소식을 접하고 그리운 가족들과 연락할 수 있지만, 파병 기간에 가족을 만날 순 없다.

셋째, 동료의 중요성이다. 잠수함은 승조원 한 명의 실수로 침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그래서 서로의 믿음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완전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 파병부대도 마찬가지다. 외부 위협의 긴장감이 높은 파병부대에서 안전을 보장받으려면 동료를 믿고 의지해야 한다.

마지막 공통점은 스트레스다. 잠수함이 잠항해 심해에서 작전하게 되면 아무것도 볼 수 없으며, 오직 소리만 듣고 기동한다. 외부와의 단절, 협소한 공간, 장기간 작전은 필연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파병 역시 열악한 근무여건, 한국과의 단절, 8개월 이상의 근무는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방법을 찾는 것이 파병과 잠수함 장병 모두의 숙제다.

파병과 잠수함 장병 모두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대표선수이며 국가의 자존심이다. 잠수함은 지금도 보이지 않는 심해에서 국가안보를 위해 작전 중이며, 머지않아 최초의 국산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도 우리 바다를 지킬 것이다. 동명부대 역시 국제평화유지를 위해 밤낮없이 임무를 수행 중이며, 파병 12년차 최장기 파병부대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의 신화는 2019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김준희 해군소령 
레바논평화유지단(동명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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