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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에서는 져도, 전쟁에선 이길 수 있다

기사입력 2019. 01. 10   17:49 최종수정 2019. 01. 10   17:52

2 하츠 오브 아이언

제2차 세계대전 배경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정치·외교·군사·경제 


방대한 데이터에 담겨
국가 생산력과 의사결정 


중요한 승리 요소 부각
사단급 이상 유닛 구성
대규모 전략 기동의 장관
플레이어에게 선사

 ‘하츠 오브 아이언’ 에서 승패는 전략전술 이상으로 생산력에 의해 좌우된다. 국가 총생산을 육·해·공 주요 장비 생산에 배분하고 빠르게 보급하는 일의 중요성이 게임 전반에 드러난다.
전쟁사 서적 등에서 자주 보는 전선과 공격로가 게임 메인지도상에 펼쳐진다. 단대호 단위로 표기되는 대전략이지만 지역별 기상상태, 지형, 사기와 장비 등 많은 데이터가 전투의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
게임에는 각국이 2차대전 당시 선택해야 했던 역사적 사실들을 담은 ‘독트린’이 존재한다. 여기서의 선택을 통해 실제 역사를 따라갈 수도, 가상의 역사를 재창조할 수도 있다.

게임이 전쟁을 바라보는 시점은 전투원 개인의 시점부터 우주전쟁의 대국면까지 가지각색의 스케일을 자랑한다. 총성과 폭음이 난무하는 전장 그 자체가 주는 현장감도 무시할 수 없지만, 전쟁의 조직적이고 체계화된 측면을 살피는 데는 역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만 한 장르도 없을 것이다. 


 
광대한 대전략의 참맛, ‘하츠 오브 아이언’


여러 전략시뮬레이션 중에서도 이른바 ‘대전략(Grand Strategy)’을 다루는 게임들이 있다. 단순히 전투부대의 승패를 좌우하는 작전을 넘어 대전략은 국가 단위의 전쟁 목표와 이를 수행하기 위한 군사 외적 요소들인 생산과 경제, 외교 외 정치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개념이다. ‘전투에서 지더라도 전쟁에서 승리하라’는 격언이 가장 크게 적용되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대전략 게임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게임은 패러독스 인터랙티브사가 꾸준히 제작해 오고 있는 ‘하츠 오브 아이언’ 시리즈다. 제2차 세계대전기에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정치와 외교, 군사와 경제 이야기는 게임 안에서 방대한 데이터에 담기며 눈으로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전쟁의 작동 구조를 플레이어에게 선사한다.


전략지도 안 단대호로 펼치는 2차 세계대전

‘하츠 오브 아이언’ 시리즈에서 군사 유닛은 독립적인 작전이 가능한 사단급 이상의 편제를 중심으로 등장한다. 연대/대대급은 사단을 구성하는 요소로만 등장하고 개별 작전을 펼치기는 불가능하다. 1개 사단에 해당 국가가 보유한 무기와 장비, 인력을 토대로 보병·포병·기갑 등의 병과별 전투대대와 지원대대를 배치해 하나의 사단을 만들고, 이 사단들을 묶어 군단, 집단군을 형성해 배치하는 것이 ‘하츠 오브 아이언’의 기초 전략 개념이다.

구성된 군단과 집단군은 전선을 기준으로 배치된다. 각 집단군이 담당할 전선을 설정해 주고, 전선 안에서 할당받은 전투지경선을 지키며 주둔하는 동안 플레이어는 해당 집단군의 전체적인 작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각종 전쟁사 서적 등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전투배치도와 단대호(單隊號·단위부대 부호)는 여기서 아예 직접 플레이어가 컨트롤 가능한 도상작전으로 등장한다. 여기에 더해 주요 공항을 거점으로 한 방공계획과 공중지원 계획, 해로를 통한 상륙작전과 해상전 및 보급계획이 추가되면서 ‘하츠 오브 아이언’의 전장은 복합적인 통합 작전이 오고 가는 모습을 갖춘다.

이렇게 나타나는 대전략의 상황은 세세한 전장이 아닌, 세계지도상에서 구축된 전선 단위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전략 기동의 장관을 플레이어에게 선사한다. 독일로 프랑스를 밀어붙이는 기갑 중심의 전격전, 독일의 파상공세를 지연시키고 버티며 막아낸 독소전에서의 전략작전, 미국의 참전과 서유럽 해방에서 펼쳐지던 프랑스 북부의 대규모 상륙작전이 실제 수행 가능한 개념으로 나타나면서 게임의 전략적 깊이는 한층 더해진다.


생산력과 정치적 의사결정, 대전략의 의미를 드러내다

그러나 대전략 게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하츠 오브 아이언’은 단지 군사전략만으로 플레이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게임은 아니다. 제반 군사력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생산력이다. 플레이어는 빠르게 기술연구를 진행해 더욱 나은 장비들을 개발해야 하고, 새롭게 등장한 장비들을 대량으로 생산해 전선의 군대를 강화하고 소모되는 물자들을 지속해서 보충해야 한다. 아무리 많은 군단을 유지하고 있더라도 원활한 보급이 되지 않으면 전선이 쭉쭉 밀려나는 상황을 만나게 되는 것은 이 게임이 전쟁의 의미에서 대전략으로서의 국가 생산력을 얼마나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포인트다.

생산력과 함께 게임의 역사적 의미를 드러내는 지점은 이른바 ‘독트린’으로 불리는 제2차 세계대전 주요 참전국의 의사결정들이다. 전략게임의 ‘테크트리’에서 가져온 독트린 개념은 각 국가가 실제 2차대전기에 수행했던 의사결정들을 그대로 따라 해볼 수 있거나 혹은 그 반대의 시도를 가능케 한다. 소련이 독일과 불가침조약을 지속하면서 자본주의 국가에 추가 선전포고를 하는 새 양상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미국이 단지 독일을 막아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소련까지 밀고 들어가며 미국제국을 건설하는 가상의 역사도 수행할 수 있다. 물론 실제 역사적인 선택 그대로를 따라가는 고증으로서의 재미도 결코 적지 않다.


방대한 데이터, 난도 상승 유발하기도

산업 발전으로 엄청난 생산력을 일궈 낸 현대사회가 그 생산력을 파괴에 투입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드러냈던 2차 세계대전을 그려내는 일은 어떤 면에서는 개인의 전쟁사 이상으로 국가 단위의 의사결정과 그 결과들을 살피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하츠 오브 아이언’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 대규모 생산과 군사전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 주는 시리즈로, 역사·군사 분야 마니아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누려 온 게임이다.

너무 방대한 데이터 덕분에 신경 써야 할 요소들이 넘쳐나 초심자에게 마냥 쉬운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작인 4편부터는 상당 부분 간소화가 이뤄져 마니아급이 아니어도 상대적으로 손쉽게 2차 세계대전의 거대한 흐름을 체험해볼 수 있다. 대대 지휘통제실에 붙어 있던 작전지도가 단순한 몇몇 행정계원의 작업물이 아니라 실제 전장을 좌우하는 작전계획임을 체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게임으로 ‘하츠 오브 아이언’의 의미는 적지 않다.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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