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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국방광장] 산림, 재앙으로 키울 것인가? 관리할 것인가?

입력 2019. 01. 09   16:18
업데이트 2019. 01. 0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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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주변에 조기 간벌을 통해
부엽토를 퇴비로 바꾸고
햇빛이 땅속 깊이 스며들어
과거 튼튼했던 지력을 회복해야
태풍과 장마에도 안전

김창수 육군1기갑여단장·준장
김창수 육군1기갑여단장·준장

과거 우리나라는 일본의 통치에서 벗어나면서 헐벗은 강토에 나무를 심기 위한 국민적 소망과 치산치수 정신에 근거해 1946년 4월 5일 식목일을 국가시책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오늘날 벌거숭이산이 없어지고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가 됐다.

그러나 생활에 유용한 자원으로, 또 자연재해 시 든든한 방어막이었던 산림이 현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또 다른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 2011년 7월 한 달 동안 발생한 우면산·춘천 펜션·밀양 산사태 사고는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우면산 산사태 발생 하루 전 산림청에서 보낸 산사태 주의보 메시지가 있었고, 춘천 펜션 산사태 발생 1시간 전에는 이상 징후까지 있었으나 모두 관련 지식이나 구체적인 방책이 마련되지 않았기에 큰 피해를 보았다.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토양의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토양은 밑에서부터 기반암, 하층토, 표층토/표토(겉흙), 부엽토까지 총 4층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산림녹화 이후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낙엽과 가지 등 50~60㎝ 높이로 쌓인 부엽토에서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첫째, 햇빛의 침투를 막는다. 원래 나무의 뿌리는 하층토까지 도달해야 그 힘이 단단해진다. 하지만 높이 쌓인 부엽토 사이로 햇빛이 들어가지 못하면서 뿌리 힘이 없어지게 된다. 결국, 산사태를 막아줄 나무들이 재해 시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산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쌓인 부엽토는 그 자체가 축축하게 젖어 있는 상태로 태풍과 집중호우 시 뿌리에 힘이 없는 나무가 미끄러지는 부엽토를 막아주지 못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당하게 된다.

따라서 이제는 치산치수가 아닌 산림 간벌에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이 살고 있는 산 주변에 조기 간벌을 통해 부엽토를 퇴비로 변화시켜야 하고, 햇빛이 땅속 깊이 스며들어 과거 튼튼했던 지력(地力)을 회복해야만 한다. 그럴 때 자연이 주는 태풍과 장마에도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게 된다.

유사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군도 마찬가지다. 주둔지와 거점 상의 수목 간벌 관리에 관심이 필요하다. 이에 육군1기갑여단은 겨울철 영내 및 주거시설 인근 산에 대한 간벌작업을 진행 중이다. 영내는 부대에서 시행하고 주거시설 지역은 포천시 지원하에 추진 중이다. 안타깝지만 먼저 대비하지 않으면 당하게 되는 게 자연의 이치다.

산림,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선 아직 늦지 않았다. 재앙으로 키우지 말고 제 기능과 역할을 하는 소중한 자원으로 관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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