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장병 인권 이야기

점점 늘어나는 여군 근무 여건 보장 등 환경 개선 서둘러야

입력 2019. 01. 07   15:56
업데이트 2019. 01. 0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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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례로 알아보는 장병 인권 이야기 ⑥ · <끝> 여군 1만 명 시대, 여군의 인권 수준은?


여군 장교 7.4%·부사관 4.5%…15% 미만 시 소수집단 형성 어려워
상징적 의미만 있는 명목 집단, 기회·권력·인권 측면서 불리한 위치
인권침해 발생했을 때 적절한 보호시스템 작동하는 것 가장 중요해





국방부가 국방개혁 2.0의 개혁과제 중 하나로 ‘여군 비중 확대 및 근무여건 보장’을 제시하면서 여군 수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에는 여군 장교·부사관 수가 1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장교의 7.4%, 부사관의 4.5%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2013년 공군사관학교 여자 경쟁률이 72.1대1로 남자 경쟁률의 2배를 넘어설 만큼 직업으로서 군인에 대한 여성의 관심과 선호는 높아졌습니다.

조직 내의 특정 집단이 15% 미만일 때는 소수집단을 형성하기 어려우며 상징적 의미만 있는 명목적 집단에 지나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이들 명목 집단의 구성원들은 기회와 권력, 인권 측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경력 야망이나 성공 기대를 키우기 어렵다고 하죠. 이 견해에 의하면 우리 여군은 여전히 명목적 집단에 불과해 경력 야망이나 성공 기대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과연 증가하는 여군 수에 걸맞게 군내 여군 인권은 개선되고 있는지 여군인 김 하사의 사례를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김 하사는 육아휴직 후 복직하면서 ××대대에서 근무하게 됐습니다. 김 하사는 대대본부 1층 여자 화장실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화장실 배관 노후로 배수가 안 돼 수리가 필요했고, 다른 부대 여군 및 민간 여성의 공동 사용 등을 이유로 화장실 열쇠는 △포대 행정실에서 관리했습니다. 김 하사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행정반에 들러 남군에게 열쇠를 받아 써야 했던 것입니다. 불편함을 느낀 김 하사는 위병소 면회객 화장실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화장실 입구에 병사들이 훈련대기 중인 경우에는 바깥으로 물소리 등이 들리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또한 화장실이 고장 나 화장실 안에서 플라스틱 재질의 탄약통을 요강으로 사용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루는 대대전술훈련을 하면서 야외 숙영을 하게 됐습니다. 이곳은 별도의 여자 화장실이 없었습니다. 김 하사는 온종일 참다 마침 다른 이유로 군인인 남편이 숙영지를 방문하자 그의 차를 타고 인접 부대에서 용변을 해결했습니다. 이를 안 주임원사는 김 하사를 질책한 뒤 화장실 이용을 위한 차량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대대장 차량이 고장 나는 바람에 지원하려던 차량은 대대장 차량으로 사용됐습니다. 결국, 김 하사는 부식차량으로 1.6㎞ 떨어진 인접 부대 여자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대대 주임원사는 의도적으로 김 하사에게 회식 일정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김 하사가 불참한 모임에서 그는 다른 군인들에게 “여자라고 다 들어 주면 안 된다. 저 애(김 하사)가 어떤 애인지 아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유격훈련 후 대대 주임원사와 행정보급관은 다른 군인들에게 “김 하사와 붙어 다니지 말고 PX도 같이 가지 마라”고 합니다. 대대 주임원사는 건물 밖에 컨테이너식으로 설치된 여성용 휴게실로 컴퓨터 등을 옮겨 생활하라고 김 하사에게 지시합니다. 대대 주임원사의 이런 행동은 가뜩이나 조직생활에서 소외됐다고 느끼는 김 하사를 심리적으로 더욱 위축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김 하사는 부대에서 동등한 위치의 동료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면서 스스로 조직생활에서 소외당하는 존재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김 하사는 더는 참지 못하고 연대 주임원사에게 대대 주임원사가 힘들게 하는 상황과 고충을 토로합니다. 그러자 연대 주임원사는 “뭘 원하느냐? 징계해줄까?”라고 말합니다. 그 뒤 연대 주임원사는 대대 주임원사를 찾아가 김 하사의 고충 사항을 확인합니다.

대대 주임원사는 이런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오히려 “김 하사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 하사의 군 생활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김 하사는 연대 주임원사에게 “비밀을 지키지 않고 대대 주임원사에게 말해 일이 더 힘들게 됐으니 혼자서 해결하겠다”고 말합니다.

김 하사가 다음으로 생각한 사람은 사단 양성평등상담관입니다. 김 하사는 전화로 양성평등상담관에게 자신의 고충과 불편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양성평등상담관은 상담 비밀을 지키지 않고 사단 주임원사에게 이를 구두로 보고합니다.

마지막으로 김 하사는 상급부대 양성평등센터에 고충상담 전화를 합니다. 김 하사는 이번에는 구제받을 수 있었을까요? 상급부대 양성평등상담관은 “성문제가 아니면 도움 주기 힘들다”며 김 하사의 절박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이제 김 하사가 상급부대까지 고충을 제기했다는 사실이 해당 부대에 알려졌습니다.

어느 날 대대장이 김 하사를 찾아와 이렇게 말합니다. “비상식적이다. 해보자는 거냐?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에 불붙이지 마라.”

잠시 화제를 돌려 군 내 여군 성폭력 피해 형사사건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2014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성폭력 피해 여군은 213명에 달합니다. 이 중 약 58%는 부사관입니다. 여군 부사관 피해자의 비율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4년 55%, 2015년 66%, 2016년 54%, 2017년 상반기 63%로 다수를 차지합니다. 특히 여군 부사관 성폭력 피해자 중에서 하사가 피해자인 경우는 2014년 76%, 2015년 84%, 2016년 86%로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한편 가해자 중 제적된 비율은 36% 수준입니다. 군내 성폭력 사건 처리의 문제점은 첫째 부적절한 법률 적용을 들 수 있습니다. 피고인이 군인임에도 불구하고 유기징역형만 규정하고 있는 군 형법이 아닌 일반 형법을 적용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둘째, 온정적 처벌 경향입니다. 부사관인 피고인이 사석에서 위관급 여성 장교인 피해자의 허벅지 중간 부분에 세 차례에 걸쳐서 손을 올려놔 추행한 사건에서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피고인이 초범이고 사건이 비교적 경미하며 취중 우발적 범행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선고유예를 했습니다. 최근 3년간 성폭력 관련 징계처분 273건 중 파면·해임은 총 20건으로 7.3% 수준입니다.

다시 김 하사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김 하사는 현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병 휴직 중입니다. 만일 김 하사의 문제 제기를 상급부대 양성평등센터에서 조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고충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면 김 하사의 회복과 해당 부대의 문제점 개선이 훨씬 효과적으로 이뤄졌을 것입니다. 어떤가요? 우리 군은 여군 1만 명 시대에 맞는 여군 업무환경이나 인권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이 사례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방부 장관에게 여군의 야외 훈련 시 생리 현상 해결, 숙영 문제 등의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과 각 군 양성평등센터의 업무를 점검해 본연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습니다. 또 참모총장에게 김 하사의 인권을 침해한 대대 주임원사와 대대장을 각 징계 및 경고 조치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아직 여군이 군 조직 내에서 의미 있는 소수집단을 형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열악한 근무환경, 따돌림 등 다양한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인권침해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보호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담전화 1331.

이 지 훈 육군소령·군법무관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조사과 파견)
이 지 훈 육군소령·군법무관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조사과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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