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한반도 주변국 활용한 ‘만전지책’ 세운다

맹수열

입력 2019. 01. 01   16:27
업데이트 2019. 01. 0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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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미리 보는 ‘신년 안보정세’


  혹자는 ‘한반도 평화의 원년’이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한반도 안보 지형의 대격변의 시대’라고도 했다. 다사다난했던 2018년 가장 눈에 띄었던, 또 급변했던 분야가 바로 안보 분야다. 2018년 4월 19일 판문점에서는 남북 정상의 역사적인 선언이 발표됐다. 65년간의 갈등과 대립의 역사를 정리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자는 데 남북 정상이 뜻을 모았다. 판문점 선언은 단순히 선언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각 분야에서 평화와 협력을 위한 남북의 실질적인 노력이 계속됐다. 특히 국방·안보 분야의 성과는 눈부셨다. 9·19 군사분야 합의에 따라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를 비롯해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제거 및 공동유해 발굴, 상호 감시초소(GP) 시범철수 등 굵직한 실천이 잇따랐다.

한반도가 이제 변화를 넘어 평화를 향한 순항을 하리라는 국민적인 기대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새로 찾아온 2019년, 한반도 안보 정세는 과연 어떤 양상을 보일까?

국방일보는 기해년(己亥年)을 맞아 세종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가들을 중심으로 올해의 안보 지형도를 그려봤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핵 영구폐기에 대한 구체적 제시 있어야… 적극 설득해야” 2차 북·미 정상회담 “핵탄두·중장거리미사일 폐기까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도”  

     
세종연구소는 2019년 북한의 대외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사건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지목했다. 연구소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서울에서 다시 만난다면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는 했지만 진전을 보지 못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이 참관하는 가운데 영구폐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이 약속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답방하면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 역시 지난해 9월 정상회담 당시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조치를 계속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는데 이 상응조치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실타래처럼 얽힌 북·미정상회담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5단계 비핵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진행 고려해야”

남·북·미 고위급 회담의 필요성 “정상회담 합의 도출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올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한반도 비핵화 및 남북관계 발전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 시간표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연구소는 “올해도 북한은 신뢰조성을 앞세우면서 단계적으로 동시행동 원칙에서 풀 수 있는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점진적 접근법’에 집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북한은 핵탄두와 중장거리미사일의 폐기, 또는 해외 이전에 대한 논의를 회피하고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및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에 대해서만 우선적으로 협상을 하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소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핵탄두와 중장거리미사일 폐기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도 내다봤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이처럼 대담하고 ‘통 큰’ 협상을 진행하도록 서울 답방에서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반도 안보 지형의 또 다른 축에는 중국이 있다. 우리 정부는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을 풀고 ‘파빙지유(破氷之遊·얼음을 깨는 행보)’를 통해 중국의 반한감정 축소와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잇따른 남북/북·미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중국이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 훈풍이 불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북·미정상회담 직후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여는 합의문”이라며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지지한다는 공식 견해를 밝혔다. 중국은 남북/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의 유일한 해결방안은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을 통해 북한이 직면한 안보적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즉 북핵 문제 해결 방식으로 상대의 안보를 고려하지 않는 ‘제로섬(Zero-Sum)’ 방식이 아닌 북한의 안보적 우려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공동안보’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의 ‘쌍잠정’과 ‘쌍궤병행’ “공동안보 주장하는 중국… 상당한 갈등 예상”  
연구소는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법으로 제시한 쌍잠정(雙暫停: 북 핵·미사일 발사와 한미연합훈련 동시중단)과 쌍궤병행(雙軌倂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병행)에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에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며 남북/북·미/북·중 관계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과감한 정책적 시도가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시진핑 2기 지도부는 기존 대국(大國)에서 벗어나 강국(强國)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순응·적응하는 단계를 벗어나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규범과 제도를 만들어 중국 중심의 역내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런 의지는 한반도 문제에서도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소는 “한반도 정세의 대전환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조치를 놓고 미국의 대북압박 정책과 중국의 쌍궤병행 정책 사이에서 딜레마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한반도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주한미군 문제, 한미동맹과 전략자산 배치 등을 놓고 한·중관계에 상당한 도전과 갈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차이나 패싱’이나 남북/북·미 주도의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차단하고 중국의 영향력 발휘가 가능한 6자회담 재개나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추진을 적극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예측했다.

연구소는 “이런 과정 속에서 한국은 안보딜레마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며 “객관적인 정세분석을 토대로 ‘자기주도적인 대외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이 상호 결합돼 남·북·중 3자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 새로운 경제 부흥 창출은 물론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한·중협력 초점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더욱 집중하면서 한·중 관계가 남북, 북·미, 한미, 미·중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한국 주도의 새로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지정학(地政學)이 아닌 지경학(地經學) 중심의 한반도 번영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 연구소의 제언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관련국들은 어떤 입장을 보여야 할까? 연구소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 임기 내, 즉 2021년 1월 이전까지 북한의 비핵화를 5단계에 걸쳐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선 1단계에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영구폐기하고 2단계에서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50%를 해외 반출하며 3단계에서 나머지 50% ICBM을 반출하고 4단계에서는 북한 핵탄두의 50%를 해외 반출하며 마지막 5단계에서는 나머지 50% 핵탄두를 반출하는 것이 그것이다. 연구소는 “각 단계별로 국제사회가 북한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만약 연구소의 제안처럼 북한이 5단계 비핵화 일정표에 합의한다면 미국이 취해야 할 조치는 다음과 같이 예상할 수 있다. 먼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정치적 선언 수준의 ‘한반도 종전선언’을 하고 북·미 관계 개선과 대북제재 완화 및 해제의 일정표를 제시한다. 연구소는 “특히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영구 폐기하면 북한의 의류·수산물 수출 및 경제협력 등 민생분야와 관련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먼저 해제시켜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ICBM과 핵탄두 폐기의 진전에 따라 미국은 북한과 연락사무소 개설 등 초보적 외교관계를 수립하게 된다면 남·북·미·중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본격화할 토대가 마련된다. 또 최대의 위협인 북한의 핵탄두가 전부 해외로 반출되면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남·북·미·중이 중심이 된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런 희망적인 청사진이 꼭 그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북·미 고위급회담의 개최는 계속 난항을 겪었다. 회담에서도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의 협상전략이 다르고 김 위원장과 측근들의 협상전략이 다르다면 올해도 같은 문제점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소는 내다봤다. 이 경우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연구소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에 대한 남북/북·미정상회담에서의 합의 도출을 미리 준비하고 합의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남·북·미 고위급회담과 워킹그룹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만약 남·북·미 워킹그룹 구성이 어렵다면 현재 가동 중인 한미 워킹그룹과 비슷한 방식으로 남북 워킹그룹을 운영, 비핵화와 상응조치 문제에 대한 남북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집권 4기(2018~2024)를 맞은 러시아는 내부적으로는 연금개혁 등을 둘러싼 국민적 반발, 대외적으로는 우크라이나·시리아 사태 등으로 인한 미국 및 서방과의 갈등에 직면했다. 하지만 중국과는 지속적으로 다방면에서 사상 최고의 관계를 발전시키며 미국에 공동으로 대항했다. 동북아 구도의 틀 속에서는 극적인 남북 관계 개선, 북·미정상회담 등의 이유로 동북아 구도의 틀 속에서 다소 주목받지 못했다.


러시아의 동북아 정세 개입 “푸틴 대통령, 6자회담 틀 내세우며 적극 나설 듯”

제5차 동방경제포럼 “신북방정책 가시적 성과 위해 포럼 활용할 필요 있어”  


한국과는 정상회담 및 다양한 교류 등 상당한 수준의 진전과 관계발전을 이뤘다. 특히 지난해 6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응하면서 방한이 추진되고 있다. 연구소는 푸틴 대통령이 올해 한국을 방문하면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 적극적인 개입과 역할을 맡으려고 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올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어느 정도 새로운 큰 틀이 정해지고 이를 이행할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하면 푸틴 대통령은 6자회담 틀을 내세우며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러시아가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5차 동방경제포럼’에 문 대통령이 참석해 주기를 강력히 희망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문 대통령의 신북방정책과 푸틴 정부의 ‘신동방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이 포럼에 참석,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해제와 대북제재 완화 및 해제가 이뤄진다면 한·러, 남·북·러의 3각 경제협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 도움=세종연구소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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