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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제 도입은 당연한 수순… 개인의 자유 중요하게 여겨져 ‘긍정적’

전혜린

입력 2018. 12. 31   16:51
업데이트 2019. 01. 0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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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특별좌담’ 대체복무 어떻게 생각하나


예두아르트
러, 기존 현역병 복무의 1.5배 지정

 
로리
전투태세만큼 개인의 자유도 중요

 
알리
각각 그 당시 흐름에 맞게 행동해야

 
에사
당연한 과정이나 개개인의 양심 어떻게 측정할지가 걱정
홍주성
현역과 비등한 대체복무 돼야


지난달 24일 서울시립대학교 학군단 건물인 언무관에서 ‘외국인의 시각으로 보는 대체복무제’라는 주제로 좌담회가 진행됐다.왼쪽부터 예두아르트(러시아 Kamalov Edaurd) , 로리(네덜란드 Rory Veltmaat) , 에사(인도네시아 Raden Esa Pangersa Gust) , 알리(에티오피아 Beshir Agraw Ali) , 홍주성 후보생.
지난달 24일 서울시립대학교 학군단 건물인 언무관에서 ‘외국인의 시각으로 보는 대체복무제’라는 주제로 좌담회가 진행됐다.왼쪽부터 예두아르트(러시아 Kamalov Edaurd) , 로리(네덜란드 Rory Veltmaat) , 에사(인도네시아 Raden Esa Pangersa Gust) , 알리(에티오피아 Beshir Agraw Ali) , 홍주성 후보생.

    
대체복무에 대한 여론이 뜨겁다. 지난해 말 국방부의 ‘교정시설 36개월’이 발표됐지만 찬반 의견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국방일보는 지난달 24일 서울시립대학교 학군단 건물인 언무관에서 ‘외국인의 시각으로 보는 대체복무제’라는 주제로 국내 거주 외국인 대상 좌담회를 진행했다. 좌담에는 러시아 국적의 카말로프 예두아르트(Kamalov Eduard·이하 예두아르트)와 네덜란드의 로리 벨맷(Rory Veltmaat·이하 로리), 인도네시아 라덴 에사 팡거사 구스티(인도네시아·Raden Esa Pangersa Gusti·이하 에사), 에티오피아 베쉬레 아그로 알리(에티오피아·Beshir Agraw Ali·이하 알리)가 참석했다. 한국 대표로는 장교로 임관을 앞둔 서울시립대 4학년 학군단 홍주성 후보생이 함께해 간단한 한국 군대 체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이와 함께 본인의 생각을 전했다.  글=전혜린 인턴기자/사진=이경원 기자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예두아르트: 러시아에서 온 예두아르트라고 한다. 러시아에서는 거시경제학을 전공하고 서울시립대에서 교환학생으로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로리: 네덜란드 출신이다. 한국에선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다. 본국에선 마케팅을 전공하고 있다.

에사: 인도네시아에서 온 에사라고 한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에서 환경정책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알리: 서울시립대학교에서 도시공학과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홍주성: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있고 학군단(ROTC) 4학년으로 재학 중이다.



- 러시아는 1년의 징병제를 채택하고 네덜란드와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는 모병제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의무복무제가 낯설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러시아 국적의 예두아르트.
러시아 국적의 예두아르트.


예두아르트: 나는 선천적 질병 때문에 병역을 면제받았지만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모두 군 복무를 마쳤다. 신체 건강한 남성이라면 모두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당연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한국인들도 군대에 다녀오고 나면 진짜 남자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 러시아와 비슷하다.

로리: 한국의 경우는 공식적으로는 아직 전쟁 중인 국가이기 때문에 의무복무제가 맞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화해 분위기로 접어들고 있지만 상황이 부정적으로 흘러가거나 최악의 상황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를 위한 준비를 항상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 국적의 알리.
에티오피아 국적의 알리.


알리: 나는 조금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요즘처럼 화해 분위기로 접어드는 시점에 군 복무를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페널티를 주는 것은 세계적인 평화의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홍: 항상 최우선으로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국가를 안전하게 수호하는 것이다.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군은 언제나 완벽한 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예두아르트

여러번에 걸쳐 면대면 심사로 선별

 
로리
군 복무에 대한 편의·보상 충분히 해야

 
알리
현역병의 복무기간 줄이면서 그에 준하는 의무 이행 기간 설정해야

 
에사
국가를 위한 업무를 해야

 
홍주성
대체복무제가 응징·징벌 돼선 안 돼  


- 한국군은 내년까지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 대체복무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예두아르트: 물론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것은 국민의 도리지만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신념을 국가가 통제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기존 현역병이 복무하는 1년의 1.5배인 18개월을 대체복무로 지정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러시아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로리: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전쟁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자유도 중요하다.


인도네시아 국적의 에사.
인도네시아 국적의 에사.


에사: 나도 당연한 과정이라고는 생각하지만 한국은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고 더불어서 개개인이 가지는 양심을 어떻게 측정할지가 걱정이 된다.

알리: 개인의 자유가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기 시작한 것 같아 긍정적이다. 에티오피아와 한국은 6·25전쟁 당시 우리가 한국을 도와줬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6·25전쟁 당시처럼 전쟁 때는 싸울 준비를 해야겠지만 평화의 시대인 지금은 우리가 한국인들을 도운 것처럼 한국인들이 에티오피아의 경제발전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각각 그 당시의 흐름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 그럼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때 복무기간과 복무방법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로리: 병역의 의무를 진다는 것은 나라를 위해 시간을 희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가 통하는 업무라면 대체복무가 가능하다고 본다. 국가의 발전이나 안보를 위한 산업체 혹은 국가기관에서 일하도록 해야 한다.

홍: 현역이 가지는 부담과 어려움에 비등한 대체복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에사: 국가를 위한 업무를 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알리: 현역병의 복무기간을 줄이면서 그에 준하는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기간으로 대체복무 기간을 설정해야 한다고 본다.



- 대체복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정책이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예두아르트: 러시아의 경우 국방부 산하에 심사위원회를 설치해 이 위원회가 서면심사와 대상자에 대한 대면심사를 통해 대체복무자를 선별한다. 복잡하더라도 여러 번에 걸쳐서 면대면의 심사를 진행하면 된다고 본다.

로리: 병역 기피를 위해 대체복무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대체복무가 쉽고 군 복무가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 복무에 대한 편의와 보상을 충분히 하고 대체복무는 그에 상응하는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춘다면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홍: 대체복무제가 군 복무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응징이나 징벌적인 성격으로 흘러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병역이 아닌 또 다른 방법으로의 국방을 실천하는 방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주제를 조금 바꿔보자. 좀 전에 군 복무를 하는 사람들의 복무 중 일정 수준의 편의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국방부에선 병사들의 외출제한 구역을 완화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4학년 학군단 홍주성 후보생.
서울시립대 4학년 학군단 홍주성 후보생.


홍: 간단히 설명을 덧붙이자면 외출제한 지역이 설정되는 이유는 유사 상황이 발생했을 때 부대원들이 보다 빠르게 위치로 돌아오기 위해서다. 병영 문화 혁신 차원에서 이의 완화가 검토되고 있다.

예두아르트: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우리 할아버지 같은 경우도 러시아 정중앙에 집이 있는데 거의 국경선 쪽에 위치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군 복무를 해 군대에 있으면 한 번도 집에 오지 못했다고 들었다. 한국은 약간 사정이 다르지만 외출을 이용해 친구와 부모를 볼 수 있다면 더욱 힘내서 군 복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로리: 조금 덜 제한받고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되면 군 복무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사: 외출 지역을 제한하는 이유가 유사시 바로 부대로 복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전에 홍주성 후보생에게 설명을 들었는데, 지금은 교통도 상당히 발달해서 단시간 내에 어디서든 복귀가 어렵지 않다고 생각된다.

알리: 에사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더불어서 부대 내 일정 수준 이상의 병력이 남아 있도록 휴가를 준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군의 혁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 것 같다. 한국 군대에 대해서는 이전에 접해본 적이 있는지.

예두아르트: 사실 한국 군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홍 후보생이 한국에 처음 도착한 외국인 학생들을 기숙사에서 많이 도와줘서 처음 한국 군인을 만나게 됐다. 한가지 굉장히 놀라웠던 것은 한국 군대의 선후배 간 유대관계다. 이전에 홍 후보생과 함께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학군단 선배가 숙소를 제공해주기도 하고 학교 내에서도 홍 후보생이 후배들을 챙기는 모습에 놀랐다.

로리: 아무래도 홍 후보생과 친하게 지내며 군인들을 보니 한국 군인들이 군인의 모습을 가졌지만 동시에 부드러운 내면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이전에는 한국 군인들은 막연히 강하고 무서운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에사: 나 역시 한국 군인들은 상당히 무섭고 카리스마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실제 군인들을 만나보니 그들도 시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인 나도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리: 에티오피아가 6·25전쟁 때 한국을 도와줬기 때문에 한국 군대에 대해서는 조금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한국 전쟁에 관한 영상을 보기도 하고 했는데 지금까지도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을 한국에서 방문하고 챙기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은혜를 잊지 않는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 마지막으로 한국 장병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예두아르트: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새해 선물도 많이 받고 휴가도 받아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는 행복한 새해가 되면 좋겠다. 복무 중에 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않아서 안전하게 전역할 수 있기를 바란다.


네덜란드 국적의 로리.
네덜란드 국적의 로리.


로리: 항상 한국을 안전하게 지켜줘서 고맙고, 행복한 새해가 되길 바란다.

에사: 군 복무하면서 늘 건강하고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찾는 복무 기간이 됐으면 좋겠다. 새해 복 많이 받길 바란다.

알리: 한국과 에티오피아는 정말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온 것 같다. 장병들 덕분에 이렇게 안전한 오늘의 대한민국이 됐다고 생각한다. 새해에도 행복한 일이 가득하길 빈다.

홍: 새해에 임관을 하는데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았으면 좋겠고 새해는 더 무탈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전혜린 기자 < lin597998@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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