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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인공 편집 시술…생명윤리 논란 ‘후폭풍’

입력 2018. 12. 19   16:27
업데이트 2018. 12. 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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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유전자를 바꾼 아기 탄생


중국 과학자, 태어날 아기에 유전자 편집 시술
난치병 돌연변이 유전자 배아 제거 논문 발표
과학계, 예측 힘든 경악할 상황 도래할 수도
국제사회 유전자 편집 허용 여부 규제 강화해야 


 2018년은 유전자를 편집한 아기가 출생한 해로 기록됐다. 지난 11월 말 중국에서 유전자 가위 기술로 배아  속 유전자를 교체한 쌍둥이 아기들의  모험적인 출산이 이뤄져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18년은 유전자를 편집한 아기가 출생한 해로 기록됐다. 지난 11월 말 중국에서 유전자 가위 기술로 배아 속 유전자를 교체한 쌍둥이 아기들의 모험적인 출산이 이뤄져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18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도 전 세계의 수많은 과학자들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했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놀라운 실험과 업적들을 성취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온라인 매체인 ‘사이언스타임즈’는 2018년 한 해를 돌아보고 과학기술계를 빛낸 사건들 가운데 ‘유전자 편집’을 주요 뉴스로 선정했다.
지난해 8월 2일 ‘네이처’지(誌)에 게재된 한 논문이 세상을 크게 놀라게 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을 통해 비후성 심근증이라는 난치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유전자 ‘MYBPC3’를 배아에서 제거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었다.

뉴욕타임스 등 세계 주요 언론들은 오리건헬스앤사이언스대학(OHSU)에서 진행한 이 연구 결과에 대해 ‘건강한 아기를 태어나게 할 수 있는 임상 단계에 가장 접근한 연구 결과’라며 대서특필했다.


출산 소식 알려진 후 세계가 ‘경악’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돌연변이 유전자를 걱정하던 많은 부모들로부터 기대와 감사의 댓글이 이어졌다. 그러나 가톨릭 대변지인 영국 ‘가톨릭 헤럴드’는 “우생학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며 심각한 윤리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1년4개월이 지난 11월 27일, 중국 심천 소재 남방과학기술대학교에 근무하는 중국인 과학자 허젠쿠이 교수가 폭탄 발언을 했다.

“임신 촉진 치료를 받던 일곱 커플의 배아에 대해 ‘CRISPR-Cas9’ 기술로 유전자 편집을 시도, 이 중 한 커플이 쌍둥이를 출산했다”는 것.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당초 불임 시술을 기획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허젠쿠이 교수는 “원래 에이즈(AIDS)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대항하기 위해 유전자 실험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험 과정 중에 불임 부부와 접촉하게 됐고 목표가 변질됐다고 설명했다.

허젠쿠이 교수는 “태어날 아기에게 세계 최초의 유전자 편집 시술을 했다는 데 대해 지금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향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유전자 편집 시술을 행하는 데 대해 허용 여부를 결정해 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인터뷰 당시 허젠쿠이 교수는 홍콩에서 유전자 편집을 주제로 열리고 있는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의 증언이 있은 후 콘퍼런스에 참석한 과학자들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몇몇 과학자들을 맹렬한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유전학자인 키란 무수누루(Kiran Musunuru) 교수는 “아기에 대한 유전자 편집 시술은 윤리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한 분노를 표명했다.

옥스퍼드대학의 실천윤리학자인 줄리언 사벌레스쿠(Julian Savulescu) 교수는 “아기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편집이 예상치 못한 돌연변이, 더 나아가 아기 인생에 암 발병과 같은 예상치 못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中 정부, 관련법 따라 허젠쿠이 교수 처리

국제 사회도 신속하게 움직였다. 세계보건기구(WHO)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전자 편집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지의 세계를 열고 있는 이 기술이 인류를 해치면 안 된다”며, “전문가로 구성된 패널을 구성해 향후 유전자 편집에 대한 윤리 및 안전성 문제를 연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가장 난처한 입장에 처한 것은 허젠쿠이 교수의 연구를 감독해야 했던 중국 정부다. 유전자 편집 연구를 하고 있던 세계의 과학자들이 중국 정부를 바라보았다.

곤란한 상황에 처한 중국 정부는 결국 공식 발표를 통해 허젠쿠이 교수를 관련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던 일본 정부도 허젠쿠이 교수와 같은 연구를 막기 위해 ‘유전자를 편집한 뒤 동물이나 사람의 모태에 되돌려 임신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국가 차원 연구 기준을 마련했다.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에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있다. 과학계는 이 기술을 사람에게 적용할 경우 예측하기 힘든 경악할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0일 ‘더 와이어(The Wire)’ 지는 특집 기사를 통해 유전자를 인공으로 편집한 아기가 태어날 경우 과거 핵무기 개발 경쟁, 지금의 기상이변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학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유전자 편집 이후의 상황이다. 아기가 성장해 또 다른 아기를 출산하면서 후손의 수를 늘려갈 경우 유전에 의해 과학자들이 예상치 못하는 의외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편집 연구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유전자 편집 연구에 대한 규제 강화가 이루어지고 지원이 줄어들 경우, 관련 연구에 뛰어든 많은 과학자들이 큰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국립보건원(NIH) 프랜시스 콜린스 박사는 “허젠쿠이 교수의 그릇된 모험으로 인해 유전자 편집 연구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며, 유전자 편집 연구의 위축 가능성을 크게 우려했다.

유전자 가위란 생명의 기본 단위인 유전자 염기서열을 떼어내고 붙일 수 있는 기술이다. 1세대 ‘징크 핑거(zinc finger)’, 2세대 ‘탈렌(TALEN)’을 거쳐 현재 3세대 ‘크리스퍼(CRISPR)’가 등장해 수많은 과학자들이 관련 연구에 뛰어들고 있는 중이다.

이 기술로 사람의 배아 속에 있는 유전자를 교체했다는 것은 앞으로 태어날 아기의 세포를 필요에 따라 모두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결정될 만큼 중요한 기술이다.

2018년을 마감하면서 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 것인지, 과학계가 인류 모두를 위해 윤리적 결정을 내려야 할 중요한 시점에 도달하고 있다.

이강봉 사이언스타임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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