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업 스타트업의 세계

직접 찾아와서 고품질 기름 값싸게 넣어주니…시간 아끼고 돈도 절약 ‘좋아油’

입력 2018. 12. 10   15:59
업데이트 2018. 12. 10   16:04
0 댓글

<22> 이동식 주유소 ‘부스터 퓨얼’


퇴근길 주유 순서 기다리다 아이디어
임대료 절감 정유사 직거래 가격 낮춰
무료 배달에 타이어 체크·유리창 청소
창업 4년 만에 하루 매출 2억 원 달해
1주일 고객 2만 명…70% 이상이 단골

     

‘주차만 하세요. 저희가 대신 주유해 드릴게요’라는 메시지를 부착해 놓은 부스터 퓨얼의 트럭. ‘배달료 없음’이란 문구도 눈에 띈다.
‘주차만 하세요. 저희가 대신 주유해 드릴게요’라는 메시지를 부착해 놓은 부스터 퓨얼의 트럭. ‘배달료 없음’이란 문구도 눈에 띈다.

 
“모든 것에 혁신이 일어나는데, 주유소만큼은 자동차가 생긴 이후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주유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프랭크 마이크로프트, ‘부스터 퓨얼’ 창업자

항공우주 엔지니어였던 프랭크 마이크로프트는 첫아이를 기다리고 있던 예비 아빠였다. 퇴근길 주유소에 들러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남은 인생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야 할까. 주유소를 찾아 헤매고, 기다리는 모든 시간을 없앨 수 있다면 어떨까?’


부스터 퓨얼 앱 화면. 고객은 자신의 차가 주차돼 있는 주차장을 정확히 표시한 뒤, 원하는 주유 시간대를 선택한다. 이후 차 정보와 기름 종류를 선택한 뒤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하면 ‘Fuel is on the way’(현재 배달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이후 부스터의 직원이 주유를 완료하면 결제 금액과 결제가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뜬다.
부스터 퓨얼 앱 화면. 고객은 자신의 차가 주차돼 있는 주차장을 정확히 표시한 뒤, 원하는 주유 시간대를 선택한다. 이후 차 정보와 기름 종류를 선택한 뒤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하면 ‘Fuel is on the way’(현재 배달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이후 부스터의 직원이 주유를 완료하면 결제 금액과 결제가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뜬다.


특히 미국은 주유소와 편의점에서 강도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그 비율은 연 8.3%나 됐는데, 임신 중인 아내가 혼자 주유소에 왔을 때 혹시 무슨 일을 당하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동시에 머리를 스쳤다. 프린스턴과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공학 공부를 연달아 한 뒤, 하버드에서 MBA 과정까지 마친 그에게 창업이란 결정이 불현듯 스친 건 그때였다. 여기에 주유소에서의 강도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한 벤처투자자의 조언도 힘이 됐다. 공동 창업자가 2명 더 합류한 뒤 이들과 함께 2015년 여름 ‘부스터 퓨얼’을 정식 오픈했다. 이들은 ‘고객에게 찾아가는 주유 서비스’를 핵심 서비스로 내세웠다.

우선 비싼 임대료를 내야 하는 주유소와 달리 이동식 주유 서비스로 임대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했다. 부스터에 따르면 미국 주유소들은 통상 갤런당 40센트 정도를 주유소 임대료로 지불 중이라고 한다. 부스터는 임대료 절감은 물론, 엑손 및 셸 석유와의 직거래로 가격경쟁력 또한 확보했다. 배달료도 따로 받지 않는 덕분에 인근 주유소와 가격이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싸다. 여기에 주유 시간 동안 타이어 체크 및 유리창 청소까지 해준다.




부스터는 우선 실리콘 밸리부터 적극 공략했다. 특히 정보기술(IT) 기업이 많은 산호세 지역의 경우,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며 통근시간으로만 하루 3시간 이상 소비하는 직장인이 많았다. 페이스북, 시스코, 오라클, 이베이 등을 집중 공략했고, 기업고객 유치에 성공했다. 이베이의 경우 직원복지 차원에서 무료로 주유해준다. 이미 먼 거리의 통근시간에 지쳐 있던 이들에게 부스터의 주유 서비스는 이들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절약해줬다.

부스터 측은 “아직 안 써본 고객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고객은 없다”고 말한다. 미국 내 20여 개 도시에서 서비스 중인 부스터는, 하루 매출 평균은 18만 달러(약 2억 원)며, 소비자의 70% 이상이 단골이라고 밝혔다. 일주일 평균 이용고객만 2만 명이 넘는다. 부스터의 단골이자 워킹맘인 케이시는 “두 아이의 픽업 시간에 기름이 떨어져 주유소를 찾아 헤매는 끔찍한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이제 언제 기름이 바닥날지 몰라 두려워했던 모든 순간을 없애고, 그 시간을 아이들에게 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밝혔다. 부스터 측에 따르면 부스터의 고객들은 한 달 평균 최대 60분까지 주유에 사용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프랭크 마이크로프트. 그는 유능한 항공우주 엔지니어 출신으로, 반세기 동안 바뀌지 않았던 ‘주유 서비스’의 혁신을 위해 부스터 퓨얼을 창업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프랭크 마이크로프트. 그는 유능한 항공우주 엔지니어 출신으로, 반세기 동안 바뀌지 않았던 ‘주유 서비스’의 혁신을 위해 부스터 퓨얼을 창업했다.


부스터는 단순한 ‘주유 회사’가 아니다. 이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최적화된 앱을 만들어 고객 서비스를 원활하게 만들었고, 직매입한 기름이 잘 보관·관리될 수 있게 특허 출원한 트럭 역시 별도로 제작했다. 이 때문에 부스터의 기름은 미 환경보호국(EPA) 요구 기준의 3배를 뛰어넘을 정도로 고품질을 자랑한다.

창업자 마이크로프트는 ‘주유소가 널려 있는 지금 상황에서 부스터가 얼마나 갈까’라는 기자의 물음에 이렇게 답변을 대신했다. “DVD 대여점이 널려 있던 시절에도 넷플릭스는 도전을 계속했다. 현재는 어떤 상황인가? 나는 오래된 주유 습관을 혁신하고, 휘발유 유통의 패러다임을 다시 짤 것이다.”

안타깝게도 해당 서비스는 한국에선 아직 불가능하다. 주유는 주유소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주유소를 찾아 헤맬 많은 이들의 시간 역시 언젠가 줄어들 수 있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 사진=부스터 퓨얼 제공

<송지영 글로벌 여행스타트업 클룩PR매니저>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