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화식으로 풀어보는 경제교실

자유로운 시장 기능 가장 효과적이고 생산적

입력 2018. 11. 19   15:59
업데이트 2018. 11. 1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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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시장중심의 화식사상


가난의 ‘代물림’이 아니라 가난의 ‘代올림’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어렵사리 대학을 졸업시켜도 취직이 되지 않아 연로한 부모의 제한된 수익에 생계를 의존함으로써 휘어진 허리를 더 휘어지게 하는 자식들이 많기 때문이다.

수익이 없으면 효도는 물론이고 본인의 생계마저도 책임지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옛말의 의미를 살펴보면 나라의 구제는 그 수단과 질의 영속성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스스로 노력해서 가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자나 맹자와 같은 선지자들도 개인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지만 사마천은 시장의 기능을 통해 가장 효과적이며 생산적인 화식의 방법을 발견했다. 시장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자유로운 의사로 물품이 거래되는 곳인데, 이곳에서 거래를 알선하거나 직접 상행위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생산적이라며, 집에서 수를 놓느니 차라리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하라고 했다. 사농공상의 질서가 엄연한데 상업을 우선하는 주장은 근본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유학자들의 비난에 대해, 재물이 열 배인 사람은 별것 아니라고 무시하다가도 백 배의 차이가 나면 두려워하고, 천 배의 차이가 나면 일을 거들어 주고, 만 배 차이가 나면 스스로 종이 되겠다고 나서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라면서, 재물이 넉넉해야 유학자들이 주장하는 인의예지가 비로소 지켜질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상업이라고 해서 천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사마천은 시장의 기능을 왜곡하고 시장 참여자들이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의 기회를 빼앗은 황제를 최악의 지도자라고 평가하면서, 여러 경제악법을 주청해 시행한 상홍양을 끓는 물에 삶아 죽여야 백성들의 원한이 풀릴 것이라고 했다.

시장은 참여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이기 때문에 공정하게 유지되고 운영되는 것이 생명이다. 권력은 시장의 기능을 얕보고 개입하기 쉽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의 원성이 모이면 왕조의 기틀을 무너뜨리는 거대한 세력으로 변한다. 그래서 시장을 살리면 권력도 살고 시장을 죽이면 권력도 무너지게 된다고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경제 살리기’라는 용어가 시대의 흐름을 타고 있다. 경제를 살려서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치적인 수사가 국민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현상이다. 사마천은 최상의 정치는 법으로 강제하거나 어떤 이론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이치와 같이 가장 자유로운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유로운 시장을 보호하면 자신에게 가장 효과적이며 생산적인 방법을 스스로 찾아서 실행하게 된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시대에 진입한 지금도 시장의 기능을 통제하는 국가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들 국가는 경제적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시장은 개방돼 있고 시장을 통해 재화의 거래뿐만 아니라 정보들이 교환돼 생활에 필요한 순기능으로 확대 재생산된다. 자유로운 시장의 기능을 통해 스스로 재화를 불리고 지키며 사회적 선을 구현하는 데 사용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화식(貨殖)의 방법이라는 사마천의 주장을 다시 한 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권영득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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