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노후 발전소만 멈춰라? 미세먼지 실제 배출량 따져봐라

김용호

입력 2018. 11. 16   16:20
업데이트 2018. 11. 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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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석탄화력발전을 줄여야 한다


정부 30년 이상 된 설비 잇단 가동 중단
증설 땐 노후기 폐지 감소량보다 5배
석탄발전소 배출 초미세먼지, 전체 14%
그린피스 “환경 영향평가 정확히 해야”  




“30년 이상 노후한 석탄화력발전소의 일시 가동을 중단하세요.”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5일 미세먼지 감축 응급대책으로 석탄화력발전소의 셧다운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를 방문해 ‘미세먼지 바로 알기 교실’에 참석해 이런 내용의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 중 8기는 6월 한 달간 일시적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2018년에도 2017년에 이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중단이 이어졌다. 6월 말까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5기의 가동을 중단했는데, 대상은 영동 1호기, 보령 1·2호기, 삼천포 1·2호기다.

산업부는 이 발전소들의 가동이 중단되면 초미세먼지 813톤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과연 노후 석탄발전소의 일시적인 가동중단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까? 환경운동연합은 정부의 봄철 노후 석탄발전소 일시 가동중단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배출량’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일률적인 적용이 아닌, 즉 노후발전소뿐만 아니라 실제 미세먼지 배출량을 고려해 가동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을 석탄이 차지하고 있다. 국민당 석탄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위나 된다. 1인당 소비로 따지면 엄청난 양의 석탄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5.6 석유환산톤(TOE)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다섯째로 많이 소비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석탄의 2016년 1인당 소비량은 1.6 TOE에 달해 세계 최대 석탄생산국인 호주(1.8)에 이어 OECD 국가 중 2위를 차지했다. 이 수치는 10년 전보다 무려 45.5%나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OECD 주요국들의 1인당 석탄소비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의 석탄소비량이 늘고 있는 것일까? 석탄 비용이 싸다 보니 우리나라는 세계 4위의 석탄수입국이 됐다. 싼 연료로 발전(發電)하다 보니 국내 전력공급량의 42.7%가 석탄발전소에서 나온다. 둘째로는 전력사용량 증가도 큰 원인이다. 2016년 한 해 발전용으로 소비된 유연탄은 총 7761만 톤이다. 국내 전체 소비량은 약 65%로 우리나라 석탄소비량의 절대량이 석탄발전소에서 쓰인다. 발전할 때 단가가 석탄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에 경제급전방식을 할 때 석탄 우선순위가 높아진다. 석탄 사용으로 전기료가 낮아지다 보니 과소비를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석탄소비가 급증하는 점도 있다.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h당 119달러로 OECD 평균(184.6달러)보다 많이 싸다.

문제는 이렇게 석탄이 많이 사용되다 보니 미세먼지가 과다하게 배출된다는 것이다. 석탄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초미세먼지가 우리나라 초미세먼지의 약 14%나 차지한다. 2016년 4월 석탄화력발전소를 둘러싼 미세먼지와 환경피해 논란이 거셌다.

그러자 정부에서는 2016년 6월 3일 ‘정부합동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30년 넘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의 축소 방침이 포함됐다. 그리고 이미 계획된 석탄화력발전소 외에 추가 화력발전소 건립도 포기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수십 년간 고수해온 화석연료 중심의 발전정책에서 대변화를 예고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산업부는 새로운 보완대책에 따라 2019년 봄철 석탄발전 미세먼지 배출량이 2018년 대비 최대 43%까지 감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탈(脫)석탄’의 상징적 정책을 펴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석탄발전 자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10기의 노후 석탄발전소를 폐지하더라도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감소 효과는 석탄발전소 추가 확대에 의해 상쇄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석탄발전소 폐지의 온실가스 배출 총량 감축 기여도는 8.4%에 그치는 반면, 건설 또는 계획 중인 석탄발전소로 인한 배출 증가량은 노후 설비 폐지에 따른 감소량보다 5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는 “국민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정확하게 실시해야 한다. 발전소 주변 지역뿐만 아니라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을 고려한 건강피해와 환경피해 비용을 산출해야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팁] 삼천포화력 5호 0.498㎏/㎿h 삼척그린 2호의 22배

미세먼지 방지시설 설치 따라 내뿜는 양 차이 커


왜 석탄발전소마다 미세먼지 배출량의 차이가 클까?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지난해 발전량 대비 미세먼지(PM2.5) 배출량 자료를 보자. “삼천포화력 5호기의 미세먼지 단위배출량(㎏/㎿h)은 0.498로, 가장 낮은 삼척그린파워 2호기 단위배출량 0.028의 22배에 달했다.” 삼척그린 2호기가 전기 1㎿h를 생산할 때 0.028㎏의 미세먼지를 배출했다면, 삼천포5호기는 0.498㎏을 배출했다는 의미다. 같은 석탄화력발전소인데도 미세먼지 배출량이 크게 차이 나는 것은 미세먼지 방지시설 설치 여부 때문이다. 최근에 지어진 삼척그린 2호기는 촉매반응시설과 전기집진시설·탈황시설 등을 갖춰 미세먼지 배출량이 적다. 반면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삼천포 5·6호기의 경우 전기집진시설만 갖추고 있다.


김용호 기자 < yhkim@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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