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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강, 포성 밑에도 꿈은 맺나니

장호강

입력 2018. 11. 16   15:13
업데이트 2018. 12. 1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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砲聲 밑에도 꿈은 맺나니 


                              張虎崗 


 이슬 반짝이는 

 풀밭을 사뿐히 밟고 

 觀測壕(OP)에 오르노라면 


 언덕을 스치는 바람이 

 검은 포연을 밀어 가고 

 안개가 개이는 골짜구니엔 

 청솔밭이 그림처럼 물결친다 


 여기 

 낮이면 병사들의 단잠이 한창인 

 중동부전선 

     - 동백꽃 피는 마을 

     - 어여쁜 처녀의 微笑 

     - 갈매기 춤추는 바닷가 


 포성 밑에도 꿈은 맺나니 

 옛 추억을 더듬는 이 순간을랑 

 아예 그들로부터 뺐지 마라 

 뫼 아래를 굽어 보라 

 아담했던 마을 간 곳 없고 

 불탄 밤나무 그루들만이 

 하늘을 이고 초연 속에 서 있다 


 샛별인양 어린 병사들의 

 푸른 행복을 누가 앗아 갔는가 

 젊은 희망을 누가 꺾으려는가 

 이를 악물고 

 쌍안경 들어 적진을 노려 보노라면 

 포성이 증오처럼 터져 오른다 

 포탄이여 북으로 나르라 

 너는 나의 심장 

 원수의 토지카를 들부수고 

 특화점을 까라 눕혀라 

 한덩이의 살점 한줌의 뼈조각도 

 놈들의 것은 남아 있지 못하게 하라 


 석양에 뻐꾹새 울어 

 총대 쥐고 일어 서는 병사들은 

 으레이 짙어 가는 노을 속에 

 원수의 그림자를 찾아 내고야 만다 




 ■ 장호강 (張虎崗.1916.4.30∼2009.10.17) 


광복군 출신으로 육군준장으로 예편한 군인이자 시인이다. 1916년 평안북도 철산(鐵山)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중국군 장교로 항일전에도 참전한 바 있으며, 그후 광복군에 입대해 제3지대에서 활동했다. 장 장군은 광복을 맞이한 후 귀국, 1949년 국군에 입대했다. 육군38사단장과 육군25사단장을 역임했으며 1969년 육군준장으로 예편했다. 건국포장(1977), 건국훈장애족장(1992), 을지·충무·화랑무공훈장, 그리고 강원도문화상, 한국전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장호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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