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김성수 평론가의 대중문화 읽기

연습생 아닌 아티스트로…사람 중심이 경쟁력

송현숙

입력 2018. 11. 15   17:38
업데이트 2018. 11. 1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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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어떻게 거인이 되었나


아티스트의 독자성 발휘해 신선미↑
협력자로서 그들의 음악 ‘보완’만
방탄소년단 영화 ‘번 더 스테이지’ 서
원자폭탄 사진 티셔츠 입어 논란돼
기획사 “지원 부족 문제, 멤버 탓 아냐”
위기관리에서도 ‘발상의 전환’
아티스트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기본

 

방탄소년단/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처음 문을 연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전문가들 전망은 엇갈렸다. 사실 JYP엔터테인먼트에서 프로듀서로서 능력을 인정받은 방시혁이었고,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소화할 수 없어서 욕구불만이 가득하다는 소문이 공공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분명 ‘딴살림’을 차릴 것이라는 짐작은 있었다. 하지만 방시혁은 이전까지 경영 능력이나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미래를 불투명하게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JYP의 계열사나 서브 브랜드를 만든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는데, 실제 초기 빅히트 프로젝트들은 JYP 소속이지만 결이 좀 다른 스타(가령 2AM)를 전담 매니지먼트하거나 다른 중소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합작해서 아이돌을 만드는 등의 작업일 뿐이었다. 이는 방시혁 개인의 욕구 불만을 해소하면서, 무리하지 않을 만큼 경영에 참여하는 모습으로 읽혔을 뿐 독자적 정체성을 가진 회사를 만들어가는 모습으로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2011년부터 그는 확실히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 보였다. 2011년 4월 27일. 모교 서울대에서 특강을 하면서 오디션 프로그램 등 서바이벌 프로그램 범람의 당위성을 역설,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한다. 대중들의 귀가 높아지며, 소위 듣는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게 됐기에 그런 기류에 맞춰 아이돌 시장에서도 노래·춤·연주·작사·작곡에 능한 뮤지션돌이 등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이때부터 언론에 등장할 때마다 그는 아티스트 아이돌, 혹은 뮤지션돌에 대해 자기만의 견해를 피력한다. 그러고 나서 2년 후 방탄소년단이 등장한 것이다.



상품이 아닌 자신만의 음악 지원

방탄소년단을 만들면서 그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일들을 시도한다. 우선 첫 번째가 그들을 연습생으로 대하지 않고 아티스트로 대하는 것이다. 이는 아이돌 산업에서도, 대중음악산업 전반에서도 가히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이런 전환으로부터 많은 차이가 탄생했다. 그는 시장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멤버들을 조련하는 대신 아티스트들을 분석하고 그들이 하고 싶은 음악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이 시장에서 팔리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을 분석해서 그들에게 제공했다. 최고의 프로듀서들이 조언자와 협력자의 위치에서 그들의 음악을 ‘보완’했지, 강요하지 않았다. 이런 소통 속에서 아티스트의 독자성이 발휘된 신선미와 시장의 공식이 제공하는 친근함이 갖춰진 음악들이 나오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쌓이는 욕구 불만을 풀어주기 위해 그들 각자의 작업실을 제공하고, 원하는 대로 믹싱 작업을 하게 해서, 그것을 다듬어주는 프로듀서까지 붙여 완전히 자기만의 음원을 만들 수 있도록 배려까지 해준다. 게다가 그 음원을 발매하고 심지어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어 주면서 놀이라고 배척됐던 그들의 성장을 돕는다. 사실 모든 아티스트는 변화하면서 성장하는 존재다. 완성된 아티스트란 세상에 없다. 따라서 이런 노력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해야 지속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소진되지 않도록 돕는 것이 투자라고 생각하는 것, 그것을 비효율적이라 판단하는 무지가 K팝을 국내에 머무르게 했던 것이다.



명확한 입장 정리로 논란 잠식시켜

이런 발상의 전환은 위기관리에서도 빛을 발한다. 방탄소년단은 15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번 더 스테이지’ 예고편에 단 2초 등장한 티셔츠(아래 사진) 때문에 일본 극우들의 공격을 받고 일본 TV방송의 출연이 모두 취소되는 사태를 맞는다.

사실 팬이 선물한 티셔츠를 잠깐 입었을 뿐이고, 티셔츠에 타이포로 도안돼 있는 ‘Our History’란 글자는 티셔츠 제작사 상호이고, 원폭 사진과 나란히 게재된 광복 후 사진은 비극적인 역사에 대한 관심의 촉구였을 뿐이었지만, 원폭 사진만 봐도 가슴을 저미는 고통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이 있는 한 마타도어는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런 피해자 중에 재일 한국인 피해자들도 수만 명이 존재하는 상황이어서 문제는 단순하지 않았다.

이때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공식 팬카페를 통해 방탄소년단에 제기된 비난들에 대해 상세히 답변을 내놓는다. 사실 이 답변서는 위기관리에 있어 모범이 될 만한 구성과 내용을 갖추고 있기에 많은 관련 전문가가 분석할 가치가 있는 대응 방법이었다.

빅히트는 우선 방탄소년단 멤버가 원자폭탄 사진이 있는 의상을 착용한 것에 대해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당사 소속 모든 아티스트들 활동에서 전쟁 및 원폭 등을 지지하지 않는다. 원폭 투하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상처를 드릴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란 해명을 전제하면서도 곧바로 “당사 원폭 이미지와 연계돼 있는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셨을 수 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또한 빅히트는 이 모든 일이 자신들이 제대로 아티스트들을 지원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며 “당사 소속 아티스트들은 많은 일정과 현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상기 사안들의 책임과 관련 없다”고 선언한다. 문제가 제기된 이유와 과정, 또 그 결과 몇몇 사람들이 느꼈을지 모르는 아픔까지 모두 감싸 안고는 그에 더해 방탄소년단으로 향하는 질책의 손가락까지 자신들에게 돌려놓은 것이다. 이는 아티스트들에 대한 존중과 전적인 신뢰가 없이는 불가능한 대처였으며 다른 대형 기획사에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성숙하고 확실한 최고의 선택이었다.

빅히트는 이렇게 거인이 되었다. 그 중심에는 소속 아티스트들에 대한 존중, 그들 성장에 대한 투자, 그들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계약서라는 종이를 통해서는 결코 확보되지 못할 팀워크, 결국 그것이 사람을 중심에 놓고 사업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결정적인 경쟁력이 아닌가.


송현숙 기자 < rokaw@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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