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접하고 산세 험해 교통 불편했던 곳
국도 확장되고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서울서 2시간 이내 도달 교통의 요지 변모
백골병단전적비·안보기념관 등 곳곳 전사적지
소양호·내설악·한계령 등 수려한 풍광 자랑
천혜의 자연환경 속 여유와 평화의 기운 만끽
백담사 주변의 계곡에서 바라본 설악산 전경. 강원도 인제는 설악산의 최고봉인 대청봉으로 가기 위한 내설악의 관문이다. 사진=양동욱 기자
인제군은 강원도 북동부에 있는 대표적인 군사고장이다. 면적은 1646.33㎢로, 전국에서 강원도 홍천군 다음으로 크면서 산세가 험한 지역이다. 과거에는 교통이 매우 불편해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라는 군인들의 푸념이 유행어처럼 나돌았던 오지다. 하지만 지금은 상전벽해가 되어 동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만큼 교통의 요지로 바뀌었다. 6·25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인제군은 넓은 면적에 비해 인구밀도가 매우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통일이 되거나 남과 북이 안정적인 평화시대를 맞이할 경우 가장 발전될 곳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인제로 여행을 떠나보자. 그곳에서 천혜의 자연환경이 주는 삶의 여유로움과 평화의 기운을 만끽해 보자.
인제는 휴전선을 접하면서 지형적·지리적인 제약이 많아 오랫동안 도시화와 산업화가 부진했다. 이런 인제의 모습이 최근 확 바뀌었다. 불과 10년 안팎의 일이다.
6·25전쟁 유격대인 백골병단의 전공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전적비. 사진=양동욱 기자
변화의 첨병은 교통이었다. 지난 2006년께 44번 국도인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성산리에서 인제군 남면 남전리 33.9㎞ 구간이 4차로로 확장되면서 이 지역 교통이 확 달라졌다. 기존의 국도에서 거의 고속도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이어 2010년 3월께에는 원통리에서 백담사 구간까지도 4차로로 확장됐다.
현재 군 장병들이 즐겨 이용하는 동서울~원통 직행시외버스는 1시간4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인제를 경유하는 동서울~속초(시외) 노선 또한 2시간30분이 채 걸리지 않아 강원도 교통의 중심지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2017년 6월에는 동홍천 나들목에서 인제를 거쳐 양양 분기점에 이르는 72.63㎞ 구간이 새로 개통됨으로써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기존 44번 국도보다 시간이 훨씬 단축됐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가 아니라 ‘언제든 쉽게 갈 수 있는 곳’으로 바뀐 것이다.
군 장병들이 휴가나 외박 시 즐겨 찾는 인제군 원통리의 버스터미널. 사진=양동욱 기자
인제군은 동쪽으로는 고성군·속초시·양양군, 서쪽은 춘천시·양구군, 남쪽은 홍천군을 접하고 있다. 북쪽은 휴전선이 가로막고 있다. 면적은 1646.33㎢이고 인구는 3만2355명(2014년 10월 기준)이다. 1읍 5면 84동리로 돼 있으며, 군청소재지는 인제읍 상동리이다.
인제군의 남녀 성비는 약 110대 100으로 남자가 많다. 이는 이 지역 일대에 군부대가 많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행정·상업·교통의 중심지인 인제읍과 농업이 활발한 북면·기린면 등의 상주 인구율이 높다. 반면 휴전선과 접해 있는 서화면과 남서부 산간지역은 인구가 희박하다. 인제읍에는 장병 면회객들을 상대로 하는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 서비스업이 활발하다. 또한 지형적 특성상 농업의존도가 높지만 총 경지면적은 42.92㎢로 경지율이 2%에 불과하다.
현재 인제군에는 육군12보병사단과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육군3군단 등 동부전선의 주요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특히 원통에서 북쪽 서화로 가는 구불구불한 길 곳곳에서 군부대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장병들이 휴가나 외출·외박 시 주로 모이는 곳이 바로 인제읍과 원통리로, 이 지역의 대표적인 군사도시다.
산수가 빼어난 고장인 인제에는 둘러볼 곳이 많다. 홍천군 내면의 남쪽 계곡에서 발원한 소양강이 인제군 중앙을 흐르며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동쪽에는 북천·한계천, 남쪽에는 방대천, 북쪽에는 서화천 등이 소양강에 합류해 소양호를 이룬다. 인공호수인 소양호는 인제군 남서쪽에서 북면 원통리까지 이른다. 소양호 선착장에서 인제읍 남북리 군축교에 이르는 60㎞의 뱃길은 내설악으로 가는 중요한 수상교통로다.
인제읍 시내 모습. 군인들을 위한 서비스업이 발달된 군사도시다. 사진=양동욱 기자
인제에 오는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이 설악산이다. 설악산은 강원도 인제군과 속초시·양양군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해발 1708m로 한국(남한)에서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산이다. 최고봉은 대청봉이다.
대청봉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뻗은 산줄기의 서쪽을 내설악, 동쪽을 외설악, 남쪽에 있는 오색 부근을 남설악이라고 한다. 내설악은 기암절벽과 깊은 계곡이 많고 맑은 물이 흘러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북내설악은 인제천으로 유입하는 북천과 백담천 유역의 계곡으로 이루어지는데, 백담천 계곡을 따라 오르면 백담사(百潭寺)가 있다. 백담사는 가야동계곡·수렴동계곡물이 합쳐져 절경을 이루는 백담계곡에 위치하고 있다. 내설악 등산 코스의 첫 관문이다.
인제를 둘러볼 수 있는 관광의 핵심은 44번 국도다.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을 기점으로 홍천, 인제를 거쳐 양양에 이르기까지 강원 중북부 지역을 동서로 관통한다. 44번 국도는 서울~양양고속국도(고속국도 제60호선)가 건설되기 이전까지 수도권 지역과 설악산국립공원 및 강원 북부 동해안을 가장 빠르게 연결하는 도로였다. 총 133.7㎞로 100% 포장도로다. 이 중 인제에서 양양까지 구간은 대부분 4차로로, 이 도로 주변에 명소가 몰려 있다. 38휴게소, 인제빙어축제장, 소양호, 내설악, 한계령 등 많은 관광지와 위락시설이 즐비해 주말 및 연휴기간에는 교통 정체를 빚을 정도로 붐빈다.
강원 인제군 남면 남전리에서 관대리를 연결하는 인제38대교. 소양호 상류를 배경으로 한적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곳이다.사진=양동욱 기자
6·25전쟁 당시 인제군에서는 크고 작은 전투가 수없이 벌어졌다. 그런 까닭에 군내 곳곳에 전적비가 여럿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백골병단전적비다.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 위치한 백골병단전적비는 한국 최초의 유격대로 창설된 백골병단 대원들의 전공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육군본부 직할 결사대인 백골병단은 6·25전쟁 중인 1951년 1월부터 3월 30일까지 활약했다. 이들은 적 후방인 북한 강원도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이 기간 중 강원도 인제군에서 조선인민유격대 총사령관이자 인민군 중앙당 제5지대장인 길원팔 중장을 비롯해 참모장 강칠성 대좌 등 고위 간부 13명을 생포하는 등 각종 전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단원 총 647명 중 절반이 넘는 364명이 전사했다.
6·25전쟁 당시 패전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 세운 전적비도 있다. 인제군 남쪽 방태산 자락의 오미재 고개에 세워진 현리지구전투전적비가 그것이다. 방태산을 둘러싸고 여러 고갯길이 있는데, 그중 오미재 고개 정상 모퉁이에 전적비가 있다. 오미재 고개는 1951년 중국군 ‘제2차 춘계 공세’ 당시 국군3군단의 방어 요충지이자 퇴로였다. 국군 불명예의 대명사처럼 회자되는 곳이다. 전적비는 국군의 가장 치욕적인 패전역사를 담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6·25전쟁 이후에 벌어진 전공을 기린 전적비도 있다. 백골병단전적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연화동전투전적비가 그것이다. 연화동전투는 22년 전인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의 마침표가 된 전투를 말한다. 이 전투는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에 침투한 잠수함의 무장공비 25명 중 1명 생포를 제외하고 마지막까지 국군에 저항한 공비 2명을 사살한 전투다. 당시 이 전투를 끝으로 1996년 9월 18일 발생한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은 49일 만인 그해 11월 5일 종료됐다.
인제군은 이 전투를 기념하고자 2년 후인 1998년 11월 연화동 계곡에 안보공원과 전적비, 안보기념관을 조성했다. 당시 전투가 벌어진 연화동 계곡은 미시령과 진부령이 갈라지는 북면 용대삼거리에서 진부령 쪽으로 3㎞ 지점에 있다. 지금도 안보기념관 인근에는 당시의 교전 흔적 등이 남아 있고, ‘무장공비 사살 지점’이라는 푯말이 서 있어 안보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다.
강원도 인제군으로 늦은 가을여행을 떠나 보자. 남과 북이 남긴 아픈 상흔을 딛고 한반도 평화의 기운이 꿈틀대는 그곳에서 대자연의 풍광을 벗 삼아 삶의 여유를 누려 보자.
휴전선 접하고 산세 험해 교통 불편했던 곳
국도 확장되고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서울서 2시간 이내 도달 교통의 요지 변모
백골병단전적비·안보기념관 등 곳곳 전사적지
소양호·내설악·한계령 등 수려한 풍광 자랑
천혜의 자연환경 속 여유와 평화의 기운 만끽
백담사 주변의 계곡에서 바라본 설악산 전경. 강원도 인제는 설악산의 최고봉인 대청봉으로 가기 위한 내설악의 관문이다. 사진=양동욱 기자
인제군은 강원도 북동부에 있는 대표적인 군사고장이다. 면적은 1646.33㎢로, 전국에서 강원도 홍천군 다음으로 크면서 산세가 험한 지역이다. 과거에는 교통이 매우 불편해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라는 군인들의 푸념이 유행어처럼 나돌았던 오지다. 하지만 지금은 상전벽해가 되어 동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만큼 교통의 요지로 바뀌었다. 6·25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인제군은 넓은 면적에 비해 인구밀도가 매우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통일이 되거나 남과 북이 안정적인 평화시대를 맞이할 경우 가장 발전될 곳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인제로 여행을 떠나보자. 그곳에서 천혜의 자연환경이 주는 삶의 여유로움과 평화의 기운을 만끽해 보자.
인제는 휴전선을 접하면서 지형적·지리적인 제약이 많아 오랫동안 도시화와 산업화가 부진했다. 이런 인제의 모습이 최근 확 바뀌었다. 불과 10년 안팎의 일이다.
6·25전쟁 유격대인 백골병단의 전공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전적비. 사진=양동욱 기자
변화의 첨병은 교통이었다. 지난 2006년께 44번 국도인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성산리에서 인제군 남면 남전리 33.9㎞ 구간이 4차로로 확장되면서 이 지역 교통이 확 달라졌다. 기존의 국도에서 거의 고속도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이어 2010년 3월께에는 원통리에서 백담사 구간까지도 4차로로 확장됐다.
현재 군 장병들이 즐겨 이용하는 동서울~원통 직행시외버스는 1시간4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인제를 경유하는 동서울~속초(시외) 노선 또한 2시간30분이 채 걸리지 않아 강원도 교통의 중심지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2017년 6월에는 동홍천 나들목에서 인제를 거쳐 양양 분기점에 이르는 72.63㎞ 구간이 새로 개통됨으로써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기존 44번 국도보다 시간이 훨씬 단축됐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가 아니라 ‘언제든 쉽게 갈 수 있는 곳’으로 바뀐 것이다.
군 장병들이 휴가나 외박 시 즐겨 찾는 인제군 원통리의 버스터미널. 사진=양동욱 기자
인제군은 동쪽으로는 고성군·속초시·양양군, 서쪽은 춘천시·양구군, 남쪽은 홍천군을 접하고 있다. 북쪽은 휴전선이 가로막고 있다. 면적은 1646.33㎢이고 인구는 3만2355명(2014년 10월 기준)이다. 1읍 5면 84동리로 돼 있으며, 군청소재지는 인제읍 상동리이다.
인제군의 남녀 성비는 약 110대 100으로 남자가 많다. 이는 이 지역 일대에 군부대가 많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행정·상업·교통의 중심지인 인제읍과 농업이 활발한 북면·기린면 등의 상주 인구율이 높다. 반면 휴전선과 접해 있는 서화면과 남서부 산간지역은 인구가 희박하다. 인제읍에는 장병 면회객들을 상대로 하는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 서비스업이 활발하다. 또한 지형적 특성상 농업의존도가 높지만 총 경지면적은 42.92㎢로 경지율이 2%에 불과하다.
현재 인제군에는 육군12보병사단과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육군3군단 등 동부전선의 주요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특히 원통에서 북쪽 서화로 가는 구불구불한 길 곳곳에서 군부대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장병들이 휴가나 외출·외박 시 주로 모이는 곳이 바로 인제읍과 원통리로, 이 지역의 대표적인 군사도시다.
산수가 빼어난 고장인 인제에는 둘러볼 곳이 많다. 홍천군 내면의 남쪽 계곡에서 발원한 소양강이 인제군 중앙을 흐르며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동쪽에는 북천·한계천, 남쪽에는 방대천, 북쪽에는 서화천 등이 소양강에 합류해 소양호를 이룬다. 인공호수인 소양호는 인제군 남서쪽에서 북면 원통리까지 이른다. 소양호 선착장에서 인제읍 남북리 군축교에 이르는 60㎞의 뱃길은 내설악으로 가는 중요한 수상교통로다.
인제읍 시내 모습. 군인들을 위한 서비스업이 발달된 군사도시다. 사진=양동욱 기자
인제에 오는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이 설악산이다. 설악산은 강원도 인제군과 속초시·양양군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해발 1708m로 한국(남한)에서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산이다. 최고봉은 대청봉이다.
대청봉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뻗은 산줄기의 서쪽을 내설악, 동쪽을 외설악, 남쪽에 있는 오색 부근을 남설악이라고 한다. 내설악은 기암절벽과 깊은 계곡이 많고 맑은 물이 흘러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북내설악은 인제천으로 유입하는 북천과 백담천 유역의 계곡으로 이루어지는데, 백담천 계곡을 따라 오르면 백담사(百潭寺)가 있다. 백담사는 가야동계곡·수렴동계곡물이 합쳐져 절경을 이루는 백담계곡에 위치하고 있다. 내설악 등산 코스의 첫 관문이다.
인제를 둘러볼 수 있는 관광의 핵심은 44번 국도다.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을 기점으로 홍천, 인제를 거쳐 양양에 이르기까지 강원 중북부 지역을 동서로 관통한다. 44번 국도는 서울~양양고속국도(고속국도 제60호선)가 건설되기 이전까지 수도권 지역과 설악산국립공원 및 강원 북부 동해안을 가장 빠르게 연결하는 도로였다. 총 133.7㎞로 100% 포장도로다. 이 중 인제에서 양양까지 구간은 대부분 4차로로, 이 도로 주변에 명소가 몰려 있다. 38휴게소, 인제빙어축제장, 소양호, 내설악, 한계령 등 많은 관광지와 위락시설이 즐비해 주말 및 연휴기간에는 교통 정체를 빚을 정도로 붐빈다.
강원 인제군 남면 남전리에서 관대리를 연결하는 인제38대교. 소양호 상류를 배경으로 한적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곳이다.사진=양동욱 기자
6·25전쟁 당시 인제군에서는 크고 작은 전투가 수없이 벌어졌다. 그런 까닭에 군내 곳곳에 전적비가 여럿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백골병단전적비다.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 위치한 백골병단전적비는 한국 최초의 유격대로 창설된 백골병단 대원들의 전공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육군본부 직할 결사대인 백골병단은 6·25전쟁 중인 1951년 1월부터 3월 30일까지 활약했다. 이들은 적 후방인 북한 강원도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이 기간 중 강원도 인제군에서 조선인민유격대 총사령관이자 인민군 중앙당 제5지대장인 길원팔 중장을 비롯해 참모장 강칠성 대좌 등 고위 간부 13명을 생포하는 등 각종 전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단원 총 647명 중 절반이 넘는 364명이 전사했다.
6·25전쟁 당시 패전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 세운 전적비도 있다. 인제군 남쪽 방태산 자락의 오미재 고개에 세워진 현리지구전투전적비가 그것이다. 방태산을 둘러싸고 여러 고갯길이 있는데, 그중 오미재 고개 정상 모퉁이에 전적비가 있다. 오미재 고개는 1951년 중국군 ‘제2차 춘계 공세’ 당시 국군3군단의 방어 요충지이자 퇴로였다. 국군 불명예의 대명사처럼 회자되는 곳이다. 전적비는 국군의 가장 치욕적인 패전역사를 담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6·25전쟁 이후에 벌어진 전공을 기린 전적비도 있다. 백골병단전적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연화동전투전적비가 그것이다. 연화동전투는 22년 전인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의 마침표가 된 전투를 말한다. 이 전투는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에 침투한 잠수함의 무장공비 25명 중 1명 생포를 제외하고 마지막까지 국군에 저항한 공비 2명을 사살한 전투다. 당시 이 전투를 끝으로 1996년 9월 18일 발생한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은 49일 만인 그해 11월 5일 종료됐다.
인제군은 이 전투를 기념하고자 2년 후인 1998년 11월 연화동 계곡에 안보공원과 전적비, 안보기념관을 조성했다. 당시 전투가 벌어진 연화동 계곡은 미시령과 진부령이 갈라지는 북면 용대삼거리에서 진부령 쪽으로 3㎞ 지점에 있다. 지금도 안보기념관 인근에는 당시의 교전 흔적 등이 남아 있고, ‘무장공비 사살 지점’이라는 푯말이 서 있어 안보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다.
강원도 인제군으로 늦은 가을여행을 떠나 보자. 남과 북이 남긴 아픈 상흔을 딛고 한반도 평화의 기운이 꿈틀대는 그곳에서 대자연의 풍광을 벗 삼아 삶의 여유를 누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