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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간부 독신자 숙소만 점검? 엄연한 사생활 침해

맹수열 기사입력 2018. 11. 12   18:14 최종수정 2019. 01. 14   15:41

●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례로 알아보는 장병 인권 이야기 ④ 독신자 숙소 점검

군 숙소 관리 운영 규정에 따라
장교·부사관 독신자 숙소 점검
기혼자 숙소·지휘관 관사 제외
사적인 영역 검열 규정 확인 안돼
청결 상태 확인 대상되기 어려워
독신자 숙소만 점검 형평성 어긋나   

 


모든 병사는 내무생활을 합니다. 내무생활에는 청결 및 정돈상태, 시설·비품 등의 보존·관리 상태를 확인하는 병영생활지도가 당연한 일상입니다. 그렇다면 간부는 어떨까요? 군 숙소에 거주하는 간부도 병영생활지도를 받을까요? 기혼이라면 어떨까요? 군 숙소가 영내에 있다면요?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병영생활지도 시 논란이 되는 기본권은 바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입니다. 헌법 제17조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사생활의 비밀이란 사생활과 관련된 사사로운 자신만의 영역이 본인 의사에 반하여 타인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권리이며, 사생활의 자유란 사생활을 자유롭게 형성해 나가고 그 내용에 대해서 외부로부터 간섭받지 아니할 권리를 말합니다.

군인 역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일반 국민과 동일하게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가집니다. 다만 군사적 직무의 필요성 범위에서 그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래도 군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합니다.

군 숙소는 기혼 장병이 가족과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인 ‘군 관사’와 기혼·미혼을 불문하고 가족과 별도로 생활하는 독신장병이 부대 고유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과업 후 대기하는 숙소인 ‘독신자 숙소’가 있습니다. 문제 되는 경우는 간부 혼자서 거주하는 독신자 숙소입니다.

최근에 있었던 인권위 권고사례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대 지휘관과 참모 및 간부들은 독신자 숙소 1차 점검을 하고, 10일 후 다시 2차 점검을 했습니다. 목적은 쓰레기 분리수거 상태 확인, 개인 격실 내 비인가 전열기구 사용 통제, 화재사고 예방, 노후교체 비품 소요 확인, 비품 훼손 여부 점검 등이었습니다.

독신자 숙소 점검은 전면적으로 이뤄졌는데, 최소 근무자를 제외하고 모든 독신자 숙소를 사용하는 장교와 부사관이 대상이었습니다. 다만 독신자 숙소 사용자라도 기혼자는 제외됐습니다.

그 결과 영외에 마련된 독신자 숙소 1490실 중 1080실이 점검을 받았습니다. 점검 시 복도 각 방문 앞에 점검 대상자가 문을 열고 서 있도록 했고, 대상자와 검열자가 함께 방에 들어가 점검을 받는 형태였습니다. 여성 숙소는 지휘관과 여성장교가 입회해 점검했습니다.

부대원들의 반응을 한번 살펴볼까요. “군 숙소 점검 시 반발이 예상됐고, 최소 근무 인원을 제외하고 모든 독신자 간부들이 점검을 받았습니다”, “사적 영역인 집에 들어와 아무 곳이나 살펴본다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신자들만 점검하는 것에 대해 불만입니다”, “여성장교가 같이 왔다고 하지만 숙소를 검열하는 것은 불편합니다”, “관사도 퇴근 후 생활을 하는 엄연한 사적인 공간인데 다른 누군가에게 점검을 받아야 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고 생각합니다”, “점검을 거부할 수 있다고 고지를 받은 적도 없고, 동의서를 받거나 제출한 적도 없습니다”

부대 측은 ‘군 숙소 관리 운영 규정’에 따라 숙소 점검 시행계획을 고지하고 숙소 확인 점검반을 편성해 청소상태, 비인가 물품에 따른 화재 예방, 비품 손괴 여부 등을 점검한 것이기 때문에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 결과 위 규정에 숙소 내부의 사적인 영역에 대한 점검 규정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 독신자 숙소는 사적 공간이므로 청결 및 정돈 상태를 확인하는 의 대상이 된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한편 화재 예방 차원이라고 하더라도 기혼자 숙소와 지휘관이 사용하고 있는 관사는 제외하고 독신자 숙소만 점검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습니다.

인권위는 퇴근 이후 생활하는 휴식 공간이자 사생활이 보장돼야 하는 숙소 공간을 점검하면서 동의 여부 확인도 없이 일괄적인 시행을 통해 성별을 불문하고 최소 근무자를 제외한 모든 독신자 숙소를 검열한 행위는 헌법과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이 보장하고 있는 군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독신자 숙소가 영내에 있다면 어떨까요? 영내에 있으니까 숙소 점검을 받아야 할까요? 독신자 숙소 점검이 정당하려면 대상자가 병영생활을 할 의무가 있어야 합니다. 숙소의 위치가 영내인지 영외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병영생활 규정상 영내생활의 의무를 가진 자는 기본적으로 병사입니다. 따라서 병영생활의 의무가 없는 장교와 부사관은 독신자 숙소가 영내에 위치한다고 할지라도, 이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 제2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무생활이 아닙니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주거 공간을 점검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애초 독신자 숙소 점검의 목적이 되었던 사항들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부대는 군 숙소관리 운영 규정을 통해 군 숙소의 원활한 관리운영을 위해 ‘입주자 자치운영위원회’를 구성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치위의 임무 중 건물 및 부수시설의 관리유지를 위한 개선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으므로 자체 운영 회의와 숙소 입·퇴실 시 자발적인 고지를 통한 비품 손상 신고 기간을 운영함으로써 이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사례 속 부대뿐만 아니라 독신자 숙소 점검에 대한 크고 작은 민원이 여러 부대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위원회에 접수된 것으로 볼 때 숙소 점검은 특정 부대에서만 발생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2016년 11월 인권위는 독신자 숙소 점검을 금지하고 숙소 운영에 관한 사항은 자치운영위원회를 통해 해결할 것을 국방부 장관에게 권고했습니다. 국방부 장관은 독신자 숙소 내부 점검을 실시하지 않도록 지시했고 자치운영위원회에 대해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예정이라고 회신했습니다. 위원회의 이번 결정이 군 장병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신장하는 계기가 돼야 하겠습니다.



이 지 훈 
육군소령·군법무관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조사과 파견)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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