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육군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 ‘역사적 사건’

이영선

입력 2018. 11. 09   17:18
업데이트 2018. 11. 1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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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에게 전하는 용사들의 이야기’ 세미나를 보고
진솔한 대화만이 소통의 가치
소통의 본질은 변화 만드는 것
새롭게 변혁하는 계기 되기를
최 영 진 중앙대 교수
최 영 진 중앙대 교수
최 영 진 중앙대 교수

지난 7일 열린 ‘장군에게 전하는 용사들의 이야기’ 세미나는 여러모로 획기적인 일이다. 공개된 자리에서 병사들이 장군에게 자신들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말한 것은 창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물론 부대 차원에서 지휘관이 병사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일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일은 말 그대로 부대 차원의 일이고, 지휘관 차원의 일이었기 때문에 개별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일은 대한민국 육군참모총장과 각 군사령관, 그리고 수많은 사단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것도 국방부 출입기자단이 취재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칭찬해 주고 싶은 이는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다. 국회 국방위원장실과 공동으로 주최했지만, 역시 이 일을 기획하고 진행한 것은 육군본부다. 참모총장의 결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발표 내용이나 방식에 관해 어떤 지침이나 요구도 없었다고 한다. 병사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얘기해도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에 참여한 병사에게 확인한 사항이다.

진정한 소통은 자신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기본적 예의야 지켜야 하겠지만, 결국 진솔한 대화만이 소통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병사들이 허심탄회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육군본부가 해주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을 일이라 생각한다.

이날 세미나에 참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겠지만, 이 정도로 ‘과격한’ 얘기를 해도 문제가 없을까 싶을 정도였다. 육군에 대한 뼈아픈 질타가 이어졌다.

 “대한민국 육군처럼 병사의 자유를 1에서부터 10까지 철저히 통제하는 군대는 없다”(안정근 일병), “용사를 통제와 후견의 대상, 금치산자(禁治産者)로 보고 있다”(김승욱 병장), “가장 젊은 조직인 육군이 가장 젊지 않은 방식으로 청년들을 방치하고 있다”(박지민 병장), “용사들은 자긍심을 잃었고, 육군은 신뢰를 잃었다”(성해원 상병). 이들의 결론은 이런 군대로 어떻게 필승을 기대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발표자 가운데 제대를 앞둔 병장도 있었지만, 앞날이 창창히 남은 일병과 상병도 발언에 거리낌이 없었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이렇게 솔직한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육군이 그만큼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린 육군을 만들겠다는 결의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제 소통의 물꼬를 텄으니 변화를 만들어가는 일이 남았다. 소통의 본질은 변화다. 불만을 말하고 경청하는 것만으로 소통은 완성되지 않는다. 용사들의 이야기에 장성들이 답변해야 할 차례다. 이날 제시된 제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어려움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병사들의 요구에 구체적인 반응과 변화를 보여주는 일이다. 이야기를 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군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한 발표자가 제안했듯이, 청와대 국민청원과 같은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일정 정도 이상의 공감을 받은 제안이나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육군본부에서 적극 답변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육군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전역병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필요하다. 이들만큼 현장의 문제를 잘 아는 이들도 없고, 해답 또한 그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용사의 시선이 곧 국민의 시선”이다. 이들이 신뢰하지 않는 군을 국민이 신뢰할 리 없다. 이들이 군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문제가 무엇인지 묻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문제 해결의 길도 열리는 것이다. 신뢰 회복의 문도 열릴 것이다.
이날 김용우 참모총장은 “모두 옳다.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강한 변혁의 의지를 밝혔다. 육군은 이날 발표내용을 책자로 만들어 배포하고 정책에도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자리가 일회성 행사가 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개최할 것도 약속했다. 이것만도 변혁의 발판을 만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일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한 병사는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을 표하는 장군들의 눈빛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읽은 것이다. 이번 세미나가 우리 군의 변화를 가져올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될 만한 이유다. 발제를 맡은 병사의 말처럼 이번 세미나가 말로만 떠드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변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육군과 대한민국의 위대한 순간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이영선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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