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전 세대의 불안에 공감
프레임 강요하는 사회 속
‘퀸’ 같은 퍼포머 탄생 어려워
보헤미안 랩소디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우린 부적응자들을 위해서 노래하는 네 명의 부적응자들이다!”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영국의 록 밴드 ‘퀸’이 스스로를 규정한 명언이다.
이 인터뷰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극적으로 재현됐다. 그리고 스스로 부적응자라고 느끼고 있는 사람들을 극장으로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북미에서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개봉 첫 주말 5000만여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호주 등 전 세계 50개국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해 전 세계 1억4000만여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전설의 록 밴드 퀸의 부활을 확실하게 알렸다.
생생하게 즐기는 뜨거운 무대
한국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진 우리 박스오피스에서도 ‘보헤미안 랩소디’는 예외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31일 개봉해 8일까지 누적관객 96만4394명. 현재 추세라면 8일 중 100만 명을 무난히 돌파할 전망이다.
게다가 예매율은 ‘완벽한 타인’을 누르고 현재 1위로 올라섰다. 시간이 지나도 예매율은 꺼지지 않고 재관람률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특수관(스크린X, MX, IMAX 등) 예매는 폭발하고 있어 매진 사례가 늘고 있다.
‘겨울왕국’ 이래 오랜만에 시도된 싱어롱 상영(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영화를 보는 상영 방식) 역시 반응이 뜨겁다. 영화 상영 중 노래가 나올 때 관객이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도록 가사를 자막으로 아예 넣어버린 싱어롱 버전은 관객들의 뜨거운 요청으로 제작됐는데,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등 관객들에게 익숙한 9개 곡에 큼지막한 자막이 뜨기 시작하자 ‘떼창’이 쏟아져 나왔다.
떼창 이끈 전설의 라이브 에이드 재현
사실 영화 제작 소식이 들려왔을 때 퀸을 사랑하는 팬들과 영화 전문가들은 기대를 하면서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일단 프레디 머큐리의 보컬을 대체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프레디 역에 코미디 영화 ‘보랏’으로 유명해진 사차 바론 코헨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팬들이 모욕감까지 느낀다며 강력히 반발하는 사태가 터지고, 퀸의 리더이자 프레디의 절친인 브라이언 메이가 나서서 정리한 일이 있었다.
그만큼 프레디 머큐리라는 불세출의 보컬은 흉내 내기조차 어려운 발성에 탁월한 퍼포먼스로 콘서트 연출의 개념 자체를 바꿔 놓았던 최고의 퍼포머였고, 그 자체가 퀸의 상징이자 정체성이었기에 함부로 아무 배우를 세울 수 없었던 것이다.
새로 캐스팅된 ‘라미 맬렉’이 코치까지 붙여 프레디 머큐리의 퍼포먼스를 분석하고 그 마음과 정서를 익히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던 것도 그 때문이었으며, 덕분에 그는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자기 이름을 더욱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프레디 머큐리의 사생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었다. 그저 한 인간의 성공 이야기로 접근하기에는 그의 사생활을 미화한다는 비난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모든 구설수를 팩트 체크하듯이 접근하거나 과하게 몰입해서 해석하다 보면 퀸을 이해하는 데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그들의 음악을 충분히 즐길 수 없게 될 것이다.
사실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기대하는 팬들은, 그들의 음악이 영화 속에서 살아 있길, 넘쳐나길 원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 음악에 그들의 고민과 방황과 사랑과 화해가 모두 들어 있다고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영화는 퀸의 일생 중 가장 중요한 공연이자, 전 세계인들이 역대 최고 공연으로 꼽고 있는 1987년의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를 중심에 두고, 거대한 회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 마지막 20분은 당시 콘서트 자체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선택을 한다. 관객들은 이 순간 모두 퀸의 멤버가 된다. 그리고,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그 공연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퀸의 음악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사회부적응자라고 느끼고 있거나 느껴본 적 있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특히 취업전쟁에 시달리고 있고, 미래가 불안해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나 ‘탕진잼’(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을 좇고 있는 20대, 30대들은 삼촌들이 즐기던 콘텐츠 속에서 삼촌들 역시 자신들만큼이나 절망에 시달렸고 여전히 그와 싸우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마치 소문으로만 알던 프레디 삼촌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손목을 잡고 자기 무대 앞자리에 앉혀준 것 같은 느낌으로 영화의 마지막 공연에 홀릭되는 것이다.
스스로 결정하는 ‘퀸 정신’ 젊은 세대 위로되
한 리서치센터가 분석한 결과 보헤미안 랩소디 관객 구성은 20대가 28.8%, 30대 26.8%. 이들은 40대 27.4%를 넘어섰고, 50대 12.8%, 60대 이상 관객 1.9%를 압도한다. 이 영화를 소비하는 20·30대는 유튜브 등에서 적극적으로 과거 퀸의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거나 퀸의 뒷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이 입덕하는 중이다.
이는 물론 복고를 새롭게 해석하고 즐기는 경향인 ‘뉴트로’ 현상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퀸의 노래가 주는 강력한 메시지와 영화에서 다시 환기된 퀸의 정신을 빼놓고는 이해할 수 없다.
퀸과 프레디는 말한다. “내가 누구인지는 내가 결정해”. 이는 방탄소년단이 말하는 “너를 표현해”란 말과 정확히 일치한다. 스타일과 표현 방식이 다를 뿐 이 사회의 젊은 세대들이 무엇으로부터 위로와 힘을 얻는지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과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이 사회의 잘못된 어른들은 스스로 결정하려는 젊은 세대들에게 프레임을 강요하고 갑질로 그 정체성을 꺾으려 하고 있다.
퀸보다 더 탁월한 그룹이 될 수도 있었던 영재 아이돌밴드 ‘이스트라이트’의 폭행 사건은 그래서 참으로 중요한 사건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로저 테일러의 드럼을 카피할 수 있었던 소년이 19살이 되어 소속사 프로듀서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기자회견을 하는 나라에서 퀸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 <김성수 시사문화평론가>
2030세대, 전 세대의 불안에 공감
프레임 강요하는 사회 속
‘퀸’ 같은 퍼포머 탄생 어려워
보헤미안 랩소디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우린 부적응자들을 위해서 노래하는 네 명의 부적응자들이다!”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영국의 록 밴드 ‘퀸’이 스스로를 규정한 명언이다.
이 인터뷰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극적으로 재현됐다. 그리고 스스로 부적응자라고 느끼고 있는 사람들을 극장으로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북미에서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개봉 첫 주말 5000만여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호주 등 전 세계 50개국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해 전 세계 1억4000만여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전설의 록 밴드 퀸의 부활을 확실하게 알렸다.
생생하게 즐기는 뜨거운 무대
한국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진 우리 박스오피스에서도 ‘보헤미안 랩소디’는 예외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31일 개봉해 8일까지 누적관객 96만4394명. 현재 추세라면 8일 중 100만 명을 무난히 돌파할 전망이다.
게다가 예매율은 ‘완벽한 타인’을 누르고 현재 1위로 올라섰다. 시간이 지나도 예매율은 꺼지지 않고 재관람률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특수관(스크린X, MX, IMAX 등) 예매는 폭발하고 있어 매진 사례가 늘고 있다.
‘겨울왕국’ 이래 오랜만에 시도된 싱어롱 상영(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영화를 보는 상영 방식) 역시 반응이 뜨겁다. 영화 상영 중 노래가 나올 때 관객이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도록 가사를 자막으로 아예 넣어버린 싱어롱 버전은 관객들의 뜨거운 요청으로 제작됐는데,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등 관객들에게 익숙한 9개 곡에 큼지막한 자막이 뜨기 시작하자 ‘떼창’이 쏟아져 나왔다.
떼창 이끈 전설의 라이브 에이드 재현
사실 영화 제작 소식이 들려왔을 때 퀸을 사랑하는 팬들과 영화 전문가들은 기대를 하면서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일단 프레디 머큐리의 보컬을 대체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프레디 역에 코미디 영화 ‘보랏’으로 유명해진 사차 바론 코헨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팬들이 모욕감까지 느낀다며 강력히 반발하는 사태가 터지고, 퀸의 리더이자 프레디의 절친인 브라이언 메이가 나서서 정리한 일이 있었다.
그만큼 프레디 머큐리라는 불세출의 보컬은 흉내 내기조차 어려운 발성에 탁월한 퍼포먼스로 콘서트 연출의 개념 자체를 바꿔 놓았던 최고의 퍼포머였고, 그 자체가 퀸의 상징이자 정체성이었기에 함부로 아무 배우를 세울 수 없었던 것이다.
새로 캐스팅된 ‘라미 맬렉’이 코치까지 붙여 프레디 머큐리의 퍼포먼스를 분석하고 그 마음과 정서를 익히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던 것도 그 때문이었으며, 덕분에 그는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자기 이름을 더욱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프레디 머큐리의 사생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었다. 그저 한 인간의 성공 이야기로 접근하기에는 그의 사생활을 미화한다는 비난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모든 구설수를 팩트 체크하듯이 접근하거나 과하게 몰입해서 해석하다 보면 퀸을 이해하는 데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그들의 음악을 충분히 즐길 수 없게 될 것이다.
사실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기대하는 팬들은, 그들의 음악이 영화 속에서 살아 있길, 넘쳐나길 원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 음악에 그들의 고민과 방황과 사랑과 화해가 모두 들어 있다고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영화는 퀸의 일생 중 가장 중요한 공연이자, 전 세계인들이 역대 최고 공연으로 꼽고 있는 1987년의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를 중심에 두고, 거대한 회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 마지막 20분은 당시 콘서트 자체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선택을 한다. 관객들은 이 순간 모두 퀸의 멤버가 된다. 그리고,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그 공연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퀸의 음악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사회부적응자라고 느끼고 있거나 느껴본 적 있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특히 취업전쟁에 시달리고 있고, 미래가 불안해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나 ‘탕진잼’(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을 좇고 있는 20대, 30대들은 삼촌들이 즐기던 콘텐츠 속에서 삼촌들 역시 자신들만큼이나 절망에 시달렸고 여전히 그와 싸우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마치 소문으로만 알던 프레디 삼촌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손목을 잡고 자기 무대 앞자리에 앉혀준 것 같은 느낌으로 영화의 마지막 공연에 홀릭되는 것이다.
스스로 결정하는 ‘퀸 정신’ 젊은 세대 위로되
한 리서치센터가 분석한 결과 보헤미안 랩소디 관객 구성은 20대가 28.8%, 30대 26.8%. 이들은 40대 27.4%를 넘어섰고, 50대 12.8%, 60대 이상 관객 1.9%를 압도한다. 이 영화를 소비하는 20·30대는 유튜브 등에서 적극적으로 과거 퀸의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거나 퀸의 뒷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이 입덕하는 중이다.
이는 물론 복고를 새롭게 해석하고 즐기는 경향인 ‘뉴트로’ 현상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퀸의 노래가 주는 강력한 메시지와 영화에서 다시 환기된 퀸의 정신을 빼놓고는 이해할 수 없다.
퀸과 프레디는 말한다. “내가 누구인지는 내가 결정해”. 이는 방탄소년단이 말하는 “너를 표현해”란 말과 정확히 일치한다. 스타일과 표현 방식이 다를 뿐 이 사회의 젊은 세대들이 무엇으로부터 위로와 힘을 얻는지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과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이 사회의 잘못된 어른들은 스스로 결정하려는 젊은 세대들에게 프레임을 강요하고 갑질로 그 정체성을 꺾으려 하고 있다.
퀸보다 더 탁월한 그룹이 될 수도 있었던 영재 아이돌밴드 ‘이스트라이트’의 폭행 사건은 그래서 참으로 중요한 사건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로저 테일러의 드럼을 카피할 수 있었던 소년이 19살이 되어 소속사 프로듀서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기자회견을 하는 나라에서 퀸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 <김성수 시사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