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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영 병영칼럼] ‘실패’에 인사하는 법

입력 2018. 11. 08   13:11
업데이트 2018. 11. 2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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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은 영 
라디오 작가
구 은 영 라디오 작가


“‘실패’라는 것에 정 주고, 마음 줄 사람. 손들어 보세요”라고 했을 때, 어느 누가 “저요!” 하고 자신 있게 쌍수를 번쩍 들고 반길 수 있겠는가.

그렇다. 실패라는 건 늘 환영받지 못한다. 그래서 우린 늘 실패할 확률을 줄이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특히나 요즘은 사소한 실패를 하는 것조차도 너무 큰 손해를 보는 기분이 드는 세상 아니겠는가. 왜냐하면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검색이라는 걸 할 수 있고, 용기 있는 누군가가 먼저 경험해보고 남긴 솔직 후기와 냉정한 평가들을 보고 실패할 확률이 낮은 것에만 도전하면 되니까. 영화를 하나 보더라도, 쇼핑을 하나 하더라도, 음식을 하나 먹더라도 ‘선 검색’ ‘후 방문’이 버릇이 돼버렸다. 그냥 한번 부딪쳐 보자는 마음은 요즘 세상에선 너무 무모하고 바보 같은 짓일 뿐이다.

주말에 오래간만에 편히 누워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데, 출연자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에 실패하게 되면, 눈앞에 맛있는 음식을 두고도 그림의 떡처럼 구경만 해야 한다거나, 잠깐만 서 있어도 추운 날에 차가운 물에 들어가야 한다거나, 찬 바람을 맞으며 야외취침을 해야 하는 무시무시한 벌칙이 주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그 게임의 승패는 그들 나름대로는 사활이 걸린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절대 실패하지 않겠다는 간절함과 달리 그들의 도전은 하나같이 어설프고, 놀라울 정도로 허무하다. 그야말로 실패의 대향연이 이어진다. 그래서 그걸 보고 있는 나는 기분이 어떠냐고? 대부분 ‘어우~ 어떡해~’라는 안타까움보다는 그들의 실패가 주는 유쾌함 때문에 깔깔깔깔 웃고 난리가 난다. 실패가 이렇게 즐거운 일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현실에서의 실패는 그렇게 호탕한 웃음이 날 리가 없다. 한 번의 실패에서 오는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고독한 미식가’라는 일본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 고로 아저씨는 먹는 것이 인생 최고의 행복인 사람이다. 그는 음식점을 골라서 들어갈 때마다 이런 결심을 한다. [일단 부딪쳐 보는 거다! 실패했을 땐, 후회하면 되지.]

먹는 것 하나 가지고 이렇게 진지할 일인가 싶지만, 고로 아저씨에게 먹는 기쁨은 인생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그런 그가 실패했을 땐, ‘후회하면 그만이지!’라는 너그러운 마음을 갖는다는 건, 정말 훌륭한 마음가짐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 ‘아멜리에’에도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난 실패란 말이 좋더라. 실패는 인간의 숙명이거든. 실패가 우릴 가르치거든.”
실패! 물론 안 하고 살면 더없이 좋겠지만, 실패가 두려워 매번 쉽고 편한 길만 택하는 건 너무 재미가 없다. 그리고 실패라는 단어도 실은 다시 도전해서 성공하면 실패가 아닌 실수가 될 수도 있다. 혹여 실패했더라도 시원하게 후회 한 번 하고 툭툭 털고 일어나 또 도전하면 그만이다.

그뿐인가.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맛본 행복의 기쁨! 그것이야말로 아무나 누려볼 수 없는 실패한 자의 특권 아니겠는가. 우리 모두 실패하고 후회하고 살아보자. 그래야 진짜 후회가 따라다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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